서울대저널의 TV부는 사진 기사인 ‘사진으로 보다’(사보)와 영상을 담당합니다. PD가 영상과 더불어 사진을 담당하는 것에 의아함을 표하기도 합니다. 사진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TV부’의 일인지 헷갈려 정체성 고민을 하는 학기를 보낸 적도 있습니다.
얼마 전 김영하 작가의 산문 『다다다(보다 읽다 말하다)』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습니다. ‘인간이 무언가를 보면,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힘을 갖게 된다. … 그러므로 ‘눈을 크게 뜨고’ 잘 보는 사람은 강할 수밖에 없다.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의 의미를 놓치지 않고 파악하는 사람을 누가 두려워하지 않을까.’ 이걸 읽고 나서야 저널에서의 TV부라는 부서의 역할을 어렴풋이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일들 사이에서 ‘보이는’ 것을 담당하는 부서가 아닐까요.
‘사보’를 준비할 때마다 글이 아닌 사진으로 이야기하자는 다짐을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템이 탈락하는 이유는 사진 기사보다 글 기사로 어울릴 것 같다는 이유에서가 많습니다. 글로 문제의식을 접하고 말로 의견을 표하는 것에 익숙해진 탓일 테죠. 그렇게 무엇을 ‘보여야’ 할까를 회의하다 보면 우리는 오히려 살면서 ‘보는’ 세상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본에 물들어버린 서울 지하철을 포착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서울 전역을 돌아다녔습니다. 통학하며 매일 탔고 늘 그 자리에 있었을 역명 표시판과 광고들이었음에도 그것들의 의미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지하철 속 광고라는 주제를 정한 후에는 일상에서도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곳곳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그간 무심코 지나쳤던 곳들에서 멈춰 카메라를 들고 그 시선을 렌즈에 담아 전달해보려 합니다. PD들의 시선이 독자분들께 얼마나 전달될 수 있을지 늘 걱정됩니다. 이 사진들이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도 지하철을 타며 보이는 것들의 의미를 생각하며 시선이 잠깐 머무는 순간들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그리고 여기 듣고 말하는 것이 아닌 ‘보는’ 언어로 소통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농인분들은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보는’ 사람입니다. 인터뷰이의 수어를 영상으로 담으며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고 듣는 것 외에도 ‘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언어라는 것이 단순히 글과 말뿐이 아니라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진과 영상 모두 PD들의 언어입니다. 렌즈에 어떻게 현장을 담을 것인지를 매번 고민하며 기자님들이 문장 한 줄을 완성하듯 저희는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그 속에 의견을 옮깁니다.
어떤 문제를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들어야만 이야기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닌 보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세계가 되기를, 그리고 그 과정에 저널이 잠깐이나마 함께하기를 빌어봅니다. 늘 저희와 함께 세상을 바라봐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