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리 욕구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하지만 화장실을 가는 지극히 일상적인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망설여지거나 한없이 어려운 일이다. 트랜스젠더나 성적정체성이 남녀로 정의되지 않는 성소수자들은 남녀로 이분된 화장실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화장실 안에서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와 노인도 공중화장실 이용이 어렵다. 여기 이들이 모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 지난 3월 16일 준공식을 연 성공회대 새천년관 지하 1층의 ‘모두의 화장실’이다.
모두의 화장실은 5평 남짓한 넓이로 널찍해 몸이 불편한 사람도 이동이 자유롭고, 버튼을 눌러 문을 쉽게 여닫을 수 있다. 장애인 사용자를 위해 몸을 지지할 수 있는 핸드레일이 변기 옆에 설치돼 있고, 휠체어에 앉아서 이용할 수 있도록 각도가 조절되는 거울이 있다. 일반 공중화장실에서 월경컵 세척이 어렵다는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해 변기와 세면대의 위치를 가깝게 뒀고, 비상용 생리대함을 구비했다. 영유아와 보호자를 위해서는 유아용 좌변기와 기저귀 교환대를 뒀다. 연령, 성별 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설계다.
모두의 화장실은 오랜 학내 합의 과정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성공회대 총학생회는 2017년부터 모두의 화장실 설립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반대에 부딪혔다. ‘성소수자만을 위한 화장실을 왜 돈을 들여 만드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성공회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모두의 화장실 설치 필요성을 홍보하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학교 본부 주최 대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반대측 구성원을 설득하는 치열한 과정을 거쳐, 작년 11월 24일 공사가 결정됐다.
성공회대는 국내 대학 최초로 모두의 화장실을 설치했다. 대학은 해방의 공간이라 불려왔다. 그런 대학에서도 성소수자, 장애인, 노약자와 어린이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없었다. 해외에서는 여러 공공•주요 시설에 모두의 화장실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모두의 화장실은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한국 사회에도 정착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