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는가

사진 설명 시작. 8월 15일 광화문 광장에서 보수단체가 태극기를 들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집회는 아이들의 노는 공간인 분수까지 침범하여 광화문 광장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여준다. 왼쪽에는 이러한 광경을 쳐다보는 한 남성의 쓸쓸한 뒷모습이 있다. 사진 설명 끝.

  광화문광장이 1년 9개월간의 재조성 사업 끝에 지난 8월 6일 재개장했다. 새로 조성된 녹지와 휴식 공간에 대한 호평도 잠시, 광장의 운영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재개장 이틀 전, 서울시는 광장에서의 집회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집회가 유발하는 소음과 교통체증이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앞으로 광장에서 열리는 행사들은 시 소관부서의 단순 허가절차가 아닌, 새로 꾸려질 소음·교통·법률 전문가 자문단의 강화된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로써 정치집회를 철저히 걸러내고 문화행사에만 광장 사용 허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조치에 헌법으로 보장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서울시의 결정이 “광장이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편파적 행정이자,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행사 주최 단체의 성격에 따라 광장 사용에 있어 불평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규모 단체들은 허가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인원을 앞세워 편법으로 광장을 점거할 수 있는 데 반해, 그러지 못한 단체들은 엄격해진 심사 때문에 오히려 광장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정치행사를 심의단계에서 걸러낼 수 있을지 실효성의 문제도 지적된다.

  논란에 불을 지르듯, 지난 8월 15일 광화문 일대를 장악한 태극기 집회로 인해 혼란스러운 광경이 연출됐다. 당초 집회 신고지는 시청 인근의 동화면세점 앞이었으나, 집회 당일에는 시위자 2만 명이 신고지를 이탈해 광장 안으로 물밀듯이 들어왔다. “광화문광장 안쪽은 서울시가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어 시위를 불법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경찰의 경고 방송이 흘러나왔지만, 이를 어기는 시위대를 통제할 수 없었다. 소음공해를 막겠다는 시의 선언이 공허해지는 광경이었다.

  정당한 법적 근거를 가지지도 않으며, 공평하게 적용되지도 못할 서울시의 ‘집회 제한 조치’는 광장을 민주주의의 장도, 시민의 쉼터도 아닌 어중간한 공간으로 바꿔놓았다. 광장은 정말로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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