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 되면 낙동강 유역에는 녹조가 발생한다. 하지만 올여름의 녹조는 유독 심각했다. 2018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녹조가 발생한 것이다. 낙동강 일대의 수돗물에서 녹조의 독성 성분이 발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낙동강에 녹조가 수년째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이며 지금껏 지자체와 중앙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왔을까. 낙동강 녹조 문제의 해결이 지연되는 이유와 깨끗한 낙동강을 되찾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봤다.

지난 8월 초 대구시 달성군 인근 국가산단취수장 부근 낙동강의 녹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활동가
위기의 낙동강, 녹조라떼에서 독성 논란까지
낙동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강으로, 영남지역의 대부분을 지난다. 대구, 부산, 울산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상도 지역 시민들의 중요한 취수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낙동강의 수질은 매해 더 나빠지고 있다. 부경대 이승준 교수(식품영양학과)는 “녹조는 여름철에 하천이 오염됐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라며 계속해서 증가하는 녹조가 낙동강 수질오염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초록색으로 변해버린 강물을 ‘녹조라떼’라는 웃지 못할 단어로 일컫게 된 지도 오래다.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던 올해 낙동강 녹조는 얼마나 심각했을까. 환경부는 조류 경보제를 운영해 녹조의 원인이 되는 남조류 세포 수가 밀리리터당 천 개 이상이면 ‘관심’, 만 개 이상이면 ‘경계’, 100만 개 이상이면 ‘대발생’ 단계의 경보를 발령한다. 지난 6월 초 환경부는 낙동강의 모든 녹조 측정 구역에서 남조류를 천 개 이상 발견했다. 8월에는 만 개 이상의 남조류를 발견해 경계 단계의 경보를 발령했다. 이승준 교수는 “올해 낙동강의 구역별 남조류 세포 수는 지난해보다 3배에서 8배가량 증가했다”며 “10년 전부터 녹조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전했다.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는 강에만 머물지 않고 바다로까지 흘러들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에 녹조가 유입돼 해수욕장이 임시 폐쇄되고 입수가 금지됐다.
녹조가 시민들이 사용하는 생활용수에도 영향을 미쳐 논란이 일었다. 지난 7월 부경대 연구팀은 대구시 수돗물에서 녹조의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독성 검출 농도가 안전 기준치를 넘어서진 않았지만, 수도 처리 단계에서 녹조가 완벽하게 걸러지지 않은 것이다.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연구팀이 적용한 ELISA방식*이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LC-MS/MS** 방식으로 분석했을 때에는 독성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입장문을 제시했다.
부경대 연구를 총괄한 이승준 교수는 환경부가 입장문을 제시한 것을 두고 안일한 반응이라고 꼬집었다. ELISA 기법은 LC-MS/MS 방식보다 더 많은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틴을 분석 대상으로 하므로 각각의 독성 물질 농도를 측정하는 데 있어서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다양한 종류의 독성물질을 검출해낼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측정 결과는 (독성물질) 검출량이 많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현재 녹조 문제가 심각한 만큼 정부가 이런 결과가 나왔을 때 분석법을 논하며 해명에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결과를 기반으로 녹조 문제가 가져올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낙동강 수질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 미국 연방환경보호청(EPA)에서 제시하는 조류독소분석법 중 하나로, 분석시간이 1일로 상대적으로 짧고 비용이 적게 들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270여 종의 마이크로시스틴 모두가 분석 대상이다.
** EPA에서 제시하는 조류독소분석법 중 하나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WHO, 미국 등에서 관리기준의 분석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분석시간이 2~3일로 상대적으로 길어서 즉각적인 수질 분석은 어려우나, 정확도가 높다. 독성이 가장 강한 물질 10여 종만이 분석 대상이다.
(출처: 이승준 교수, 환경부 블로그 https://m.blog.naver.com/mesns/222833762265)
녹조 발생 조건을 모두 채운 낙동강
낙동강에 녹조가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녹조가 수온, 부영양화***, 체류 시간 세 가지 요소의 교집합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국립한경대 백경오 교수(토목안전환경공학과)는 “녹조는 수온 25℃ 이상에서 부영양화가 발생하고 체류 시간이 길어질 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녹조는 3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될 때만 발생하며, 셋 중 어느 하나의 조건이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는다. 낙동강은 이 세 조건을 거의 매년 충족하고 있다.
녹조의 첫 번째 조건인 수온 상승은 기온 상승과 적은 강수량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불안정해지며 수온 증가는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올해 영남지역에는 50년 만의 겨울 가뭄이 발생해 여름까지 이어졌다. 가뭄이 끝나기도 전에 심한 폭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백경오 교수는 “기후변화로 여름마다 폭염과 가뭄이 심해지고 수온도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녹조의 두 번째 조건인 부영양화는 오염물질이 강에 흘러 들어가면서 발생한다. 낙동강은 상·하류에는 대구, 부산 등의 대도시는 물론 구미, 울산 등 공업 도시들이 연달아 위치한다. 더욱이 낙동강 유역에는 스무 개에 가까운 국가산업단지가 밀집해 있기도 하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낙동강에는 다른 어떤 강보다도 많은 양의 공장·도시 폐수가 유입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활동가는 “보통 낙동강 같은 취수원 근처에는 수질 오염을 우려해서 산업단지를 세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박정희 정부 때 경제 개발을 이유로 낙동강 유역에 산업단지들이 대거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녹조의 마지막 조건인 강의 체류 시간 증가는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낙동강 유역에 설치된 보와 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입을 모아 주장한다. 낙동강에는 현재 20개의 댐과 8개의 보가 설치돼 있다. 한강에 댐 15개와 보 3개가 설치된 것과 비교해보면 상당한 양이다. 백경오 교수는 “많은 보가 설치된 이후 강의 체류 시간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가 제공한 유속 시뮬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댐을 담수하면 댐을 개방할 때보다 유속이 느려지고 엽록소 농도는 높아져 녹조의 양이 증가한다. 정수근 활동가는 “낙동강에 너무 많은 보와 댐이 있어 더 이상 강이 아니라 여러 호수의 모임이 돼버렸다”며 수리시설이 과다해 녹조 문제가 심화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보는 강의 수위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편리하게 강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지만 강의 정화능력을 떨어뜨려 수질 오염을 악화시킨다. 이는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반발이 오래도록 제기되는 이유다.
*** 하천과 호수에 생활하수나 가축분뇨 등이 유입돼 질소와 인과 같은 영양염류가 풍부해진 것을 의미한다. 영양염류가 과다하면 미생물 수가 많아져 생태계에 햇빛 투과 감소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출처: 물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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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을 담수하는 경우(위), 댐을 개방하는 경우(아래)의 유속 ⓒ국립한경대 백경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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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을 담수하는 경우(위), 댐을 개방하는 경우(아래)의 엽록소농도 ⓒ국립한경대 백경오 교수
지역·정당에 고여 회복되지 못하는 낙동강
반복되는 낙동강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자체 간의 갈등과 책임 회피, 중앙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 등 정치적 이해관계는 낙동강 수질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켜왔다.
대구시와 구미시의 갈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대구시와 구미시는 각각 낙동강 하류와 상류에 위치한다. 대구시는 구미시가 방출하는 산업폐수가 낙동강을 오염시켜 자신들이 사용할 용수의 질이 위협받는다며 취수원을 구미산업공단보다 상류로 옮길 것을 요구해왔다. 이와 관련한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논의는 여전히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다. 최근 두 도시 간의 협정 논의가 진전을 보이며 오랜 갈등이 종결되는 듯했으나, 구미시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협정 파기를 선언하며 갈등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두 도시 모두 취수원의 위치에만 초점을 맞출 뿐, 근본적인 해결 방법인 낙동강 수질 개선에는 그 어느 도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낙동강 수질 문제 해결을 위해 공조하긴커녕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바쁘다고 지적한다. 대한하천학회장 박창근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생각없이 취수원을 어디로 이동시킬지에만 논의가 국한돼 정작 낙동강 수질 개선은 관심 밖의 일이 돼 버린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지자체들이 낙동강의 수질을 깨끗하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질오염을 다루는 중앙정부의 태도 역시 문제 해결을 지연시키고 있다.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을 비롯한 수질오염 문제는 정파적 주제로 변질돼 버렸다.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다루는 과정이 정권 전환에 따라 바뀌는 등 연속성이 떨어져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된 보가 강의 수질을 악화시킨다고 판단해 보를 해체하는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시도했으나,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해당 정책은 사실상 폐기됐다. 현 정부는 보가 친수 관리에 효율적이므로 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수질 개선에 관한 논의가 정파적 논의로 변질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정수근 활동가는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과 관련된 수질 오염문제인데, 정치적인 문제보다는 현재의 본질적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환경 정책을 비판했다.

지난 8월 28일 대구시 달성군 강정고령보. 폭우 이후 수문 개방으로 수질이 개선된 상태다.
모두의 맑은 강을 되찾으려면
매년 녹색으로 뒤덮이는 낙동강을 맑은 강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현재 낙동강의 수질오염 문제가 심각한 것은 맞지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승준 교수는 “강은 자정 능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강에 오염물질이 흘러들어가는 것만 관리한다면 수질오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낙동강 수질오염 관련 정책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정수의 안정성 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남 지역 지자체 및 환경부가 고도 정수장치 개발에 집중한 결과 영남지역의 정수처리시설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승준 교수는 정수처리 중심의 행보에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이 교수는 “강의 수질이 좋은 나라들을 보면 정수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강을 오염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한다”며 “정수기술만 고도로 발전하는 것은 오히려 수질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오염된 물 정화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수질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정수처리보다 하수처리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임 집행위원장은 “정수되지 않은 낙동강 원수는 주변의 모든 논밭에 용수로 공급되고 그 논밭에서 자란 농산물을 우리가 먹게 된다”며 “시민들의 상수원, 식수원인 동시에 낙동강 유역의 농업용수이자 동식물의 식수인 원수 개선이 궁극적인 안전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임 위원장은 “취수원 이전에 매몰된 논의를 벗어나 원수 개선을 위해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하수처리 시설 개선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하수처리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취수원을 이전하는 것보다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임 위원장은 “취수원 이전에 필요한 총예산이 대략 3조 원인 반면, 공장 폐수 40%를 처리하는 하수처리 시설 설치 비용은 약 3천 억 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수처리 시설을 이용해 공장 폐수를 100%를 처리한다고 해도 1조 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승준 교수는 또한 “농민들이 사용한 물을 잘 정화해 강으로 내보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하수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낙동강 유역을 따라 설치된 자전거 도로, 포장도로 등으로 인해 토양이 강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거르는 자연 정수 기능이 사라진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지금껏 강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잘 관리했는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도시 개발을 진행한 것은 아닌지를 신경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두 낙동강의 수질오염이 영남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에 전 국민적 차원에서 수질 개선에 관심을 갖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낙동강은 영남지역에 위치하지만, 낙동강 물로 길러진 쌀, 과일, 채소는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승준 교수는 “낙동강이 서울에 있었다면 지금까지 문제가 지속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중앙정부가 지방의 문제에 대해 더 크게 관심을 갖고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정수근 활동가는 “낙동강 문제는 영남지역의 문제만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모든 국민이 낙동강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역갈등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한눈파는 사이 낙동강 녹조는 고여간다. 우리 모두에게 닿아있을 낙동강 녹조를 이대로 고이게 둬도 괜찮을까. 고인 물은 썩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