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마트의 풍경이 달라졌다. 상품명 옆에 ‘제로’를 붙인 식품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제로식품’은 설탕을 아예 넣지 않거나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단맛은 설탕을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식품을 말한다. 제로식품의 유행은 음료를 중심으로 시작돼 이제는 과자, 젤리 등 다양한 식품군으로 확장됐다. 대체당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건강’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며 더욱 커졌다. 대체당 식품은 일반 당을 사용한 식품에 비해 정말 건강할까. 제로식품 섭취 전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점은 없는지 <서울대저널>에서 알아봤다.
대체당이란?
대체당은 설탕·꿀 등 단맛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기존 당류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 첨가물이다. 대체당은 생성 과정에 따라 다음의 네 종류로 나뉜다. ▲인공적으로 합성돼 만들어진 합성 감미료 ▲식물의 잎 등에서 추출한 천연 감미료 ▲천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천연 당 ▲당을 알콜로 변형시켜 만들어낸 당알콜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대체당 첨가물로는 자일리톨, 알룰로스, 사카린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2종의 감미료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사용기준에 따라 다양한 식품 유형에 사용되고 있다.

대체당은 종류에 관계없이 같은 양의 설탕보다 더 강한 단맛을 내고, 열량과 혈당지수는 더 낮다. 2021년 8월 식약처 정책브리핑에 따르면 대체당은 ‘설탕에 비해 체중 증가에 영향을 적게 주고, 체내에 소화되지 않고 배출되기에 혈중 포도당 농도에 영향을 적게 주며, 설탕과 달리 산을 생성하지 않아 충치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등’의 장점이 있다. 당뇨병 등 지병으로 인해 혈당 조절이 필요하거나, 체중감량을 위해 설탕 섭취를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대체당을 찾는 이유다.
대체당, 새로운 시장의 등장
대체당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장된 것은 건강 문제를 가진 소비자를 넘어 일반 소비자까지 대체당을 찾게 되면서부터다. 그 배경에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 증가가 있다. 식약처에서 발표한 「건강기능식품 생산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삶의 질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코로나19 유행과 2019년까지의 국민소득 향상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들의 당 섭취를 낮추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도 대체당 시장 확대를 뒷받침했다. 2016년 식약처는 「당류저감 종합계획」에서 대체재 활용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확보된 저감기술을 중소업체에 지원할 것이라 발표했다. 제품을 저당 식품이라고 광고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기도 했다.
MZ 세대를 중심으로 ‘헬시 플레져’ 문화가 각광받으며 대체당 식품에 대한 관심은 한층 증가했다. 헬시 플레져란 ‘건강한(Healthy)’ ‘기쁨(Pleasure)’이라는 뜻으로, 건강관리의 즐거움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건강관리는 고통스럽다는 인식을 깨고 저칼로리 식품 등 대체식품을 이용해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문화를 가리킨다. 대체당 식품은 단맛은 유지하면서 칼로리는 낮다는 점에서 ‘헬시 플레져’에 걸맞는 상품으로 떠올랐다.
대체당 시장의 확장은 소비자들의 식품 구매 심리 변화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의 「2021 음료류 구입현황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음료류 구입 시 ‘영양성분표’를 고려한다고 답한 소비자는 전체 응답자의 5.7%(2020년)에서 7.8%(2021년)로 증가했다. ‘품질 인증표시’를 고려하는 소비자도 0.7%(2020년)에서 6.8%(2021년)로 크게 늘었다. ‘제로’를 키워드로 음료를 검색하는 소비자의 비율 역시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네이버 데이터랩 쇼핑인사이트에 따르면 2018-2019년에 콜라 부문에서 상위 10위 인기검색어에 든 제로음료는 1개였지만, 2022년 8월 기준으로는 6개였다.

20대 소비자들의 제로식품 소비 경험
<서울대저널>은 대체당 소비 경험을 조사하고자 제로식품과 대체당 음료를 섭취해본 20대 4명을 취재해 대체당 식품을 소비한 이유와 대체당 식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대체당 식품을 구매한 소비자 대다수는 구매 경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취재원들은 ‘대체당 식품은 건강에 좋다’는 관점을 공유했다. A씨는 평소 건강을 위해 특별한 식단 관리를 하지 않지만 대체당 식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가격의 상품일 경우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쓰여 있으면 그렇지 않은 음료보다 건강에 좋을 것 같아 제로음료수를 즐겨 마신다”는 게 A씨의 입장이다.
평소 탄산음료를 좋아한다는 B씨는 “탄산음료는 칼로리와 당 함유량이 높아 많이 마시기에 부담됐는데, 제로음료가 다양하게 출시되며 탄산음료가 마시고 싶을 때마다 부담 없이 마시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음료 이외에도 기존 제품과 비슷한 맛의 제로식품이 나오면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제로식품에서 대체당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며 아쉬움을 표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제로식품과 대체당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C씨는 “제로음료를 구매해본 적은 있지만 감미료의 종류를 알지는 못한다”며 “감미료의 특징을 일일이 찾아보기 어려워 ‘제로’라는 표시만 믿고 제품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답했다. D씨는 “당류의 경우 영양성분표에 1일 당류 섭취량 대비 상품에 사용된 당류의 비율이 적혀있어 단 음식의 양을 조절하여 먹기 수월하지만, 감미료의 경우 사용된 감미료의 이름만 표기돼있고 일일 섭취량 대비 사용한 감미료의 양, 감미료 섭취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안내가 충분하지 않다”며 “식품에 사용된 감미료에 대해 더 자세한 안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제로식품을 접하며 평소 먹는 식단에서 당류의 비중을 고려하게 됐다고 전했다.
‘제로식품’, 그럼에도 불구하고
D씨의 지적처럼, 대체당 감미료는 1일 섭취량에 대한 별도의 안내가 없이 표기되는 경우가 많다. ‘수크랄로스(감미료)’와 같이 감미료의 이름과 해당 성분이 감미료라는 내용만이 적혀있을 뿐이다. 소비자들이 감미료의 정확한 종류와 권장 섭취량을 파악할 수 없는 방식이다.

사진 4: 제로음료의 원재료명에 감미료의 종류가 기입돼있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진
대체당은 부작용이 없어 이러한 정보를 명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대체당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의 경우 부작용의 위험이 분명해 다른 감미료와 달리 추가 정보가 제공된다. 해당 감미료가 ‘페닐알라닌’을 생성한다는 내용이다. 아스파탐은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을 형성해 ‘페닐케톤뇨증’이라는 유전질환 환자들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페닐케톤뇨증이란 선천성 아미노산 대사 이상을 일으키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으로, 페닐케톤뇨증 환자는 페닐알라닌을 타이로신으로 전환하는 효소인 페닐알라닌수산화효소가 결핍돼 페닐알라닌을 분해할 수 없다. 체내에 페닐알라닌이 쌓이게 되면 경련 및 발달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아스파탐은 원재료명에 ‘아스파탐(페닐알라닌 함유)’의 형태로 표기된다. 그러나 페닐알라닌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의 문구는 따로 없다. 1일 섭취량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다.
아스파탐 외의 감미료도 과다 섭취할 경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어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홍재희 교수(식품영양학과)는 “대체당 중 당알콜의 경우 과다 섭취 시 가스, 복부팽만, 설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당알콜이 들어간 무설탕 또는 저당 제품을 과다 섭취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체당의 섭취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는 감미료의 1일 섭취허용량을 설정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정도로 대체당을 섭취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도 있다. 감미료의 1일 섭취허용량을 초과하려면 체중 60kg인 성인이 과자 50g(사카린 나트륨 5.25mg 함유)을 하루에 58봉지 이상 섭취해야 하며, 체중 35kg인 어린이는 다이어트 콜라 250ml (아스파탐 43mg 함유)를 하루에 33캔 이상 마셔야 한다. 식약처가 영양성분 표시에서 감미료의 이름과 1일 섭취량이 누락돼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이유다.
그러나 여전히 소비자의 알 권리 측면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들은 불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로식품’이라고 해서 소비자의 우려도 ‘제로’가 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