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출판의 시대라 하죠. 글을 쓰는 사람도 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도 글을 쓰는 걸 나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한 팀의 이름으로 여러 사람과 함께 글을 발행하는 일은 <서울대저널>이 처음입니다.
다른 이의 글을 자세히 살피고, 그 글이 세상에 나가기 전부터 그 모양을 이리저리 함께 빚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대학에 들어온 지 4년이 되고 남의 글을 볼 일이 참 많았는데도 남의 글을 내 글만큼 찬찬히 뜯어본 건 이번 호가 처음이었습니다.
편집 총괄을 담당하며 처음으로 남의 글에, 한 공동체의 글에 책임을 지게 됐습니다. 세 번의 기획회의에 들어가기 전, 모든 기사계획서를 인쇄해 피드백이며 질문을 작성했습니다. “그게 무슨 특별한 일이냐”,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니냐” 말씀하신다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남에게 지극히도 관심 없이 혼자 살아가는 제게는 아주 드물고, 앞으로도 쉬이 없을 경험이라 여러분께서 너른 마음으로 그랬겠거니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를 위하는 역할, 그 자리에 가서야 비로소 공감할 줄 알게 되고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글 쓰는 것은 막막한데 아무도 조언해주지 않는 황망함,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어색한 침묵의 시간. 그것이 동료 기자분들께 얼마나 힘든 일일지요. 공감이란 남의 처지를 내 일과 같이 느끼는 것이라지요? 여러 이들의 글을 한 편으로 묶어 내는 일을 맡아 비로소 남의 글을 제 것같이 보게 됐습니다. 비판은 쉬운 일이니 남의 글에 한 마디 얹는 일은 곧잘하던 편입니다만, 불타던 마감 기간 제 몫으로 검토해야 할 글들이 끊김 없이 흘러갈 수 있도록 정말이지 정성들여 수정했습니다.
<서울대저널>에서 일을 함께 하다 보면 참 정성이 가득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나의 것이 아닌 타인의 것마저 최선의 모습을 갖고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해 조언하고 함께 고민해주시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의 몸과 맘이 참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베푸시는 일이 버겁진 않으신지요? 저는 제 것을 준비해오는 것에도 허덕이고 조언을 듣다가도 지쳐 그만 정신을 놓아버리는 일이 잦습니다. 그리도 쉬이 지치고 연약한 제가 다른 이들의 글에도 마음을 쓰게 됐습니다.
글이 완성되는 순간은 퇴고가 아니라 읽히는 때입니다. <서울대저널>의 글이 이 세상에 나가는 여정에 독자분들도 중요한 역할로 참여하고 계십니다. 여러분들께 감히 <서울대저널> 174호를, 또 앞으로의 발행본들도 내 것처럼 봐주시길 청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정성 어린 칭찬과 조언, 질타로 <서울대저널>은 비로소 완성된 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