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사진을 통해 무언가를 보는 것을 넘어 무언가를 경험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진부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별들의 사진까지, 우리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진을 접하고, 사진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는 달라집니다. 마주하는 사진에 따라 기억되는 실재도 바뀌기 마련입니다. 저널이 보여주는 사진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기억의 통로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 매번 고민합니다.
사진 자체는 말이 없습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대상을 보여주기만 합니다. 그렇기에 어떤 대상에 어떤 생각을 담을지 항상 고심합니다. 사진이 없어 이해하기 힘들었던 과거의 글을 살피기도 하고, 일상에서 소외된 곳에 눈길을 주기도 하며 주제를 정합니다. 대부분은 사진 자체만으로 의미를 전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기획회의에서 탈락합니다. 그러면 다른 글을 읽고 다른 공간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주제를 찾습니다. 그렇게 회의를 거듭하면서 생각을 담을 대상을 선정하곤 합니다.
대상을 정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어떻게 찍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사진을 찍는 일은 시험을 위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피사체의 구도, 카메라의 셔터 속도, 조리개 개방 정도, 햇빛의 방향과 강도 등 신경 써야 할 게 한둘이 아닙니다. 이렇게 많은 요소 중 단 하나가 조금만 바뀌어도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조건을 고려하고 수없이 반복적인 작업을 거쳐 단 하나의 사진을 완성합니다.
네모난 사진 하나 찍는데 왜 이렇게 유난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장의 사진은 보이는 것을 기록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까지 떠올리게 합니다. 몇 해 전, 우연히 사라져가는 마을의 사진을 접했습니다. 그때 접한 사진이 아직도 마음속 깊숙이 남아있습니다. 사진은 마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생기 있던 마을의 모습을 기억하는 매개가 됐습니다. 마을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사진 속에서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살아있습니다. 사진을 찍었던 사람이 전하려 했던 생각도 이런 것이겠지요. 이처럼 사진은 누군가에게 기억을 소환하고 인생의 조각이 됩니다. 한 사람에게라도 저널의 생각이 전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카메라를 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