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서울대학교 다양성위원회가 행정대학원(57동)에서 ‘서울대 인권헌장에 대한 미래세대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인식조사의 목적은 2020년 제안된 서울대 인권헌장(안)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를 파악하고 향후 학내 인권정책 추진의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연구책임자는 고길곤 교수(행정대학원)였다.
다양성위원회에 의하면, 인식조사 문항은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여러 차례의 전문가 자문을 통해 만들어졌다. 인식조사는 현재 재학 중인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10월 18일부터 11월 3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수는 총 5,363명으로, 전체 대상자의 15.97%에 달하는 수치였다.

인식조사 결과,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안) 제2조(인격권), 제3조(차별금지와 평등권), 제4조(사상, 양심, 종교, 표현의 자유) 등의 주요 조항에 대한 찬성 여부를 묻는 모든 문항에서 ‘찬성’이 95%를 넘었다. 대다수 학생이 인권헌장(안)에 실린 조항에 동의한 것이다. 반면 인권헌장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2.4%였다. 연구진은 인권헌장(안)의 주요 조항에 대한 찬성률이 95%를 초과한 것에 비해 낮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조사 집단에 따른 관심도를 비교한 결과, 인문사회계열, 박사, 외국인의 인권헌장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인권헌장에 어떤 권리가 꼭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조사한 문항(복수 응답)에서는, ‘인격권’이라는 응답이 60.26%로 가장 많았고, ‘차별금지(평등권)’라는 응답이 50.03%로 그 뒤를 이었다.
인권헌장 자체에 대한 동의 여부에 대해선 ‘동의’가 76.47%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21년 조사에서 동일 문항에 대해 ‘동의’가 56%였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한편 해당 문항에 대해 ‘중립’은 19.7%, ‘반대’는 3.83%로 나타났다. 인권헌장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이들에게 동의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기본 규범의 필요성과 인권의식의 향상’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반대로 인권헌장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현행 규정이 충분하거나 실효성이 우려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학내에서 차별을 경험했는지에 대해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24.2%였다. 차별의 가해자에 대한 응답으로는 ‘스누라이프’, ‘에브리타임’ 등의 학내 미디어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관련 대책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학내 미디어에서 일어나는 차별 문제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결과 발표 후에는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송지우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차별금지 조항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인식, 그리고 이 점이 인권헌장 제정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러한 인식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번 조사 결과의 의의를 평가했다.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조선해양공학 18)도 “설문조사 결과는 인권헌장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란이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며 인권헌장을 빠른 시일 내에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헌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결코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이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이번 조사가 인권헌장 제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김석호 교수(사회학과)는 “지금까지 본 서울대 내 조사 중 자료의 질에 있어서는 가장 우수한 조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인권헌장에 대한 논의가 “실제 우리에게 필요한 권리가 무엇인지를 논의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