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너머 대학을 상상하다
코로나 시대, 강의실 안팎의 교육은 어떻게 변했나
대면화는 곧 정상화일까

코로나 시대, 강의실 안팎의 교육은 어떻게 변했나

교육의 의미에서 그리는 대학의 미래

  2022년 1학기 서울대는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한다는 운영 방침을 세웠다. 대면 수업이 재개되자 캠퍼스도 활기를 되찾은 듯 보인다. 대면 수업의 정상화는 과연 대학 교육의 회복으로 이어질까. 코로나19가 변화시킨 대학의 모습은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한시적인 것에 불과할까. 앞으로의 대학을 그리려면 지난 2년간 대학 구성원들이 무엇을 경험했는지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시대 대학 교육이 겪은 변화와 새로이 드러내 보인 과제를 살펴봤다.

 

노트북에 옮겨진 강의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면 접촉이 지양되면서 대학 수업은 온라인 공간으로 옮겨졌다. 비대면 수업에 대한 평가는 복합적이다. <서울대저널>이 주최한 집담회에서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의 장점과 한계를 두루 느꼈다고 말했다. 향후 온라인 수업의 활용을 긍정하거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았다. 박정민(사회 20) 씨는 “소회의실 기능처럼 비대면 수업을 적절히 활용하면 오히려 수업 내 소통이 용이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을 전격 도입하려는 정책적 움직임이 생겨났다. 교육부는 미래 교육 전환의 정책적 과제 중 하나로 비대면 원격수업에 필요한 디지털 전환 인프라 구축을 포함시켰다. 실질적인 제도적 변화도 뒤따랐다. 교육부는 2020년에 대학 원격수업 비율이 20%를 넘지 못하도록 했던 규제를 폐지했고, 100% 온라인 석사 학위과정의 운영을 허용했다.

기본적으로 파란 바탕에 비슷한 계통의 색깔이 부분적으로 활용됐다. 이하 사진에 적인 텍스트 옮김.

▲ 교육부가 만든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방안’ 카드뉴스

  그러나 디지털 전환 중심의 교육 정책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학 교육 제도를 연구하는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강석남 씨는 “재난 이후의 교육을 왜 비대면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수적인 논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경기도교육연구원 남미자 부연구위원은 “교육부가 내세우는 정책 근거는 미래 사회에서 당연히 추구돼야 하는 방향인 디지털 전환이 코로나19로 인해 앞당겨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미자 부연구위원은 “원격수업을 무작정 도입하기 전 각 대학의 교육과정이나 방식을 검토하면서 원격수업의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격수업의 교육적 효과라는 큰 틀에서 원격수업 도입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래 교육 전환의 일환으로 도입된 원격수업 비율 규제 완화가 대학 위기의 타개책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이종우 정책실장은 “현재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재정 위기를 겪는 많은 대학들에겐 원격 수업을 확대하며 대학 부지를 팔거나 시설 사용을 줄이는 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원격 수업을 통한 비용 절감에 대한 압력과 대학의 비대면화가 맞물릴 때 교육 환경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석남 씨는 “필수 교양처럼 수강생이 많아 다수의 시간 강사를 고용해야 하는 강의를 하나의 녹화 강의로 대체해 수년간 활용하거나, 강의 공간이 줄어들면서 캠퍼스를 상업 공간으로 더욱 빠르게 전환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가 강의 커리큘럼의 획일화나 학내 공간 부족 등으로 이어져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설명이다.

수업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코로나19 유행 이후 대학 생활이 수업으로만 한정된 것 같다”. 기자가 만난 학생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온 말이다. 대학에서의 배움은 강의를 통한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선다. 이종우 정책실장은 “학점 시스템 바깥에서 이뤄지는 여러 활동까지 교육에 포괄된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 수업뿐 아니라 ‘강의실 밖 교육’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야 하는 까닭이다.

  대면 학생 사회에서 활발히 목소리를 내온 사람들은 학생회나 동아리와 같은 학생 공동체를 강의실 밖 교육의 장으로 꼽았다. 올해 정치외교학부를 졸업한 윤민정 씨는 “대학은 과방, 동방 등 물리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많은 사람이 소속돼 생활하는 등 학생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좋은 조건”이라며 “대학 내 수많은 학생 공동체는 상호 교육을 수행해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서로 교류하고 특정한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배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강석남 씨는 “대학은 중등교육이나 학원과 달리 지식을 생산하는 학문 공동체이자 사회비판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독특한 역할을 가진 공간”이라며 “학생 자치를 기반으로 파생되는 여러 학생 활동이 대학의 존재 가치와 연결돼있다”고 설명했다.

  강의실 밖 교육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학생들은 사회적 교류를 통해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익히고, 여러 활동을 통해 자아 정체성을 새로이 정립할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김가현(국어국문 19) 씨는 대학이 “나와 다른 배경이나 환경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장”인 동시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의 적성은 무엇인지 찾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학생 사회의 참여가 시민 교육의 성격을 가진다는 견해도 있다. 윤민정 씨는 “대학은 하나의 시민 사회로서 학생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정체성을 고민하고 형성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학내에서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목소리를 내고 논쟁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에서 공론장이 만들어지고, 학생들은 시민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등교육 과정에서 학생회 선거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접하는 정치를 실질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위태로운 강의실 밖 교육

  코로나 이후 비대면 상황에 적응해간 수업과 달리 강의실 밖의 교육은 그 기반 자체가 흔들렸다. 다수의 동아리가 구성원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학생회가 세워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윤민정 씨는 “강의는 줌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해도 학생들이 이루는 공동체는 대체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비대면 상황에선 조직이나 모집의 계기가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향후 진로 준비에 매진하게 됐다는 진단도 있다. 김가현 씨는 “비대면 상황으로 생겨난 시간을 대부분 스펙을 쌓는 데 활용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종우 정책실장은 “대학이 향후 노동시장 진입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진 것은 이미 존재하던 현상”이라면서도 “대면 사회관계의 위축으로 학생이 대학에서의 교류보다 진로 개척을 위한 노력에 더욱 몰입하고 개인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대학이나 교육부 차원에서 학생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은 없을까. 서울대는 2021년 2학기부터 대면 수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이번 1학기엔 전면 대면 수업 운영을 원칙으로 세웠다. 여정성 교육부총장은 “비대면 상황으로 줄어든 학생 간 교류가 강화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대면을 강조해온 것”이라면서도 “일단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우선되다 보니 학생 활동의 활성화를 어떻게 지원할지를 체계적으로 논의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학생 활동 활성화가 부차적으로 다뤄지는 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최해정 전 의장(식품영양 19)는 “학생 활동의 위축은 학교 차원에서 파편적으로 다뤄질 뿐 적극적으로 의제가 형성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이민지 의장은 “(지난 12월) 학생회 활동은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초과할 수 있도록 한 예외 조항 적용을 중단하거나 학생회 활동을 학교에 보고하게 해 학교가 활동을 막을 수 있도록 해둔 교육부 방침은 대학 현장의 사정을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학생 자치가 심각하게 위축되는 상황에 대한 고민보다는 방역 상황을 관리하기 편한 방식으로 운영해왔다는 지적이다.

  학생들은 강의에 국한되지 않는 대학 교육의 다양한 면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민 씨는 “지식 전달 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한 배움과 성장이 이뤄지는 곳으로서의 성격이 더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민정 씨는 “사회 전체적으로 대학이 수행해온 대안적 담론 형성의 기능이 축소되고, 공동체가 만들어 온 교육이 흔들리고 있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생 참여 없는 대학, 요원한 교육권

  코로나19 시기엔 교육의 내용뿐 아니라 교육권 보장의 방식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코로나 초기 대학가를 휩쓴 등록금 반환 운동은 교육권 침해에 대한 대학의 책임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수업의 질적 하락과 학교 시설 이용 불가 등으로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을 제공받지 못했다며 등록금 반환을 주장했다. 대부분의 대학은 방역 체계 및 비대면 수업 환경 구축을 위한 비용 발생 등을 이유로 등록금 반환을 거절했지만, 건국대에서 2020년 1학기 등록금의 8.3%를 반환하며 첫 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교육부에서도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등록금 반환 근거를 명시하고, 등록금을 반환한 대학에 지원금을 주는 형태로 간접적인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2020년 1학기 이후 등록금 반환 움직임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등록금 반환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대학 내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의 부재에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대대적인 등록금 반환이 불가하다는 대학의 입장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합의를 이루려는 대학의 노력이 부재했기에 학생들도 (대학의 반환 거부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그래프 두 개와 가로 막대 그래프 하나. 1번. 2020년 상반기 등록금 사용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됐다.

▲ 2020년 하반기 코로나19 대학가 대책 요구 수립을 위한 설문조사 중 등록금 관련 결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고등교육법은 학생들도 평의원회나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등의 기구 참여를 통해 대학 운영에 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등심위는 매년 등록금의 인상 여부나 인상률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예산의 전반적인 사용 방향을 검토하는 자리다. 문제는 등심위에 학생들의 실질적 참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민지 의장은 “등심위는 위원 구성 자체가 학생들이 중요한 권한을 갖기 힘든 구조”라며 “학생 위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안이 통과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학교 측의 소극적인 운영 방식도 내실 있는 논의를 어렵게 한다. 임은희 연구원은 “등심위는 연초에 등록금 책정하는 기구로 축소돼 운영되는 실정”이라며 “그마저도 회의 날짜에 임박해 자료를 제공하거나 부실한 자료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기구는 갖춰졌지만 민주적인 제도 운영을 위한 학교 차원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서울대 내 거버넌스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다. 최해정 전 의장은 “(학내 거버넌스의 학생 참여는) 여러 심의기구나 협의체에 학생 위원 한 명이 들어가 의견을 내는 정도”라며 “이미 만들어진 안을 단시간에 훑어보게 되므로 적극적인 의견을 내거나 토론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 의장은 “학부생의 입장을 파악할 창구가 미비한 채로 학교 측이 대학 운영 목표 수립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의견 반영은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해선 민주적인 거버넌스의 구축이 강조된다. 전대넷은 지난해 연 대학·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대책위원회 등의 조직에조차 학생 위원 배석은 보장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민지 의장은 “위원회가 아무리 많이 만들어져도 학생의 요구가 반영돼야 실효성이 있는 것”이라며 “학내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적인 체계가 만들어졌을 때 교육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권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은희 연구원은 “교육권은 수업을 들을 권리라는 수동적인 의미에서 학생의 주체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식으로 확장돼왔다”고 설명했다. 학생이 직접 수업의 질 변화를 요구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도 넓은 의미의 교육권에 해당된다. 강석남 씨는 “학생들이 학교로부터 운영의 주체로 인정받고 학생 사회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대학 사회 구성원이라는 집합적 정체성을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 교육의 미래를 그려가는 데는 대학 교육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 남미자 부연구위원의 말이다. 대학 교육의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선 단순히 수업의 방식과 내용뿐 아니라 대학에서 이뤄지는 폭넓은 배움은 무엇인지, 대학 교육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누구인지를 아우르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에 참여하는 것은 대학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모든 구성원의 몫이자 권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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