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6일) 오후 12시 30분, ‘전국장애인차별쳘폐연대에 연대하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전연서)’이 아크로폴리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연서명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서명엔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하며 혐오의 대상이 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지지를 표명하는 학내외 구성원의 목소리가 담겼다. 전연서에 따르면 연서명에 참여한 시민·학생은 총 1,127명이다. 이는 코로나 이후 진행된 서울대 내 연서명 중 최대 규모다.

전연서 변현준 대표(사회 20)는 전장연을 향한 혐오를 뛰어넘어 학생사회의 연대의 목소리를 드러내고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작년 12월부터 이동권·교육권 등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위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해왔다. 일부 정치인과 여론은 시위가 ‘시민을 볼모로 잡는다’며 장애인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서울대 내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도 전장연을 규탄하고 지하철 탑승 시위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게시글이 올라온 바 있다. 변 대표는 “서울대 학생들 모두가 전장연에 반대하는 것처럼 말하는 일부의 혐오 선동과 달리, 전장연에 연대하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실존한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연서는 기자회견에서 “지금껏 비장애인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탔던 지하철이, 그로써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릴 수 있던 일상이 장애인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며 지하철 탑승 시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장애인 권리 보장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전연서는 “지난 20년간 청와대, 국회, 기재부에도 가봤지만 책임있는 정치인·공무원들은 언제나 ‘나중에’란 말로 장애인들의 요구를 묵살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대학가·청년 배리어프리 운동 단체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서울대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서배공)’과 ‘신촌·홍대권역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신배공)’은 연대 발언에서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한 사회적 노력을 촉구했다. 서배공은 “비장애인이 누렸던 안온한 일상이 누군가의 권리를 짓밟고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질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배공은 “더이상 장애인을 악마화하거나 그들의 존재를 지우지 말고 서울교통공사, 정부, 정치권이 응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배공은 저상버스 없는 셔틀버스•음성 지원 없는 키오스크 등 서울대의 비장애중심주의를 지적하기도 했다.
전연서는 기자회견에서 연서명 참여자들의 연대 메시지를 수기로 옮겨적은 포스트잇 벽보를 공개했다. 전연서에 따르면 연서명에 참여한 서울대 학생·시민 중 235명이 연대 메세지를 보내왔다. 전연서는 “(연대를 통해) 익명성 뒤에 숨은 혐오가 모든 시민을 자처할 수 없음을 드러내고, 다른 시민을 설득해내며,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혐오 선동에 힘쓰는 대신 차별철폐라는 진짜 책임을 다하게 만들 것”이라 강조했다.

한편 전연서는 학내 장애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전장연과의 연대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학생모임이다. 전연서는 지난 4월 전장연 시위를 지지하는 서울대입구역 1인 피케팅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상영작인 <출근길, 지하철을 탑니다> GV, 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위 토론회 등의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