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방비 대란이 인 지난 겨울, 쪽방촌의 겨울은 더 추웠다. 2023년 1월 대통령실은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대책’을 발표해 에너지 취약계층의 전기 구입을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인상했다. 그러나 쪽방촌 주민들은 여전히 난방비 지원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에너지바우처 제도는 수급자가 동사무소에 기존 난방비 고지서를 제출하고, 수혜대상으로 선정되면 요금이 감면된 고지서를 받아 바우처카드로 요금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시민단체 동자동사랑방의 김정호 이사장에 따르면, 쪽방촌 주민들은 대부분 난방비를 임대인에게 현금으로 지불하고 있어 제대로 된 고지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수혜대상이 돼야 할 쪽방촌 실거주민은 지원신청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 인상에 대해 “직접 전기 고지서를 받는 관리자나 건물주에게는 혜택이 되겠지만, (쪽방촌) 세입자에게는 그렇지 않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서울시 최대의 쪽방촌인 동자동 주민들은 “단열이 안 되는 주거환경부터 개선하지 않으면 난방비 지원도 소용없다”고 말한다. 바람에 쉽게 바스러지는 흙벽, 스펀지로 대강 막아둔 주먹보다 큰 구멍까지, 주민들은 노후주택이 즐비한 쪽방촌을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부른다. 국토교통부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동자동 일대를 공공주택기구로 재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지 2년이 넘었음에도 재개발은 아직 답보 상태다. 정부는 높은 수준의 기존 주민 재정착률을 보장하는 공공개발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건물 및 토지 소유주들이 민간개발 방식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개발 논의는 현재까지 표류 중이다. 민간개발 시 소유주들의 이익은 대폭 늘어나지만, 실제 살아가고 있는 쪽방촌 주민들은 대부분 쫓겨날 수밖에 없다. 김정호 이사장은 “나라는 점점 잘 산다고들 하지만 약자들의 삶은 여전히 지독하다”며 쪽방촌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세심한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