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랑·존재의 경계를 넘나들고 고찰하다

문화예술원·다양성위원회 『코드명: 논바이너리』 페스티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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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8~29일 68동 제1파워플랜트에서 『코드명: 논바이너리』페스티벌이 열렸다. 서울대학교 문화예술원이 주최하고 다양성위원회가 후원한 이 페스티벌은 이분법적인 규정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고찰하는 세미나, 전시, 퍼포먼스로 구성됐다.

 

  페스티벌은 소개와 같이 “(이분법에)대항하고, 질문하고, 뜯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다채로운 실험들”로 꾸려졌다. 공공장소의 성소수자 혐오적인 경고문을 포스터 형식으로 표현한 양승욱 작가의 「경고 1-5」와 페미니스트 활동 그룹 ‘페미당당’의 「서울퀴어퍼레이드의 활동기록」 전시는 우리 사회에서 이분법과 경계짓기로 발생하는 혐오와 차별에 대항하는 움직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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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욱 작가의「경고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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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당당’의 「서울퀴어퍼레이드의 활동기록

  학생 참여프로젝트도 전시관 한쪽 벽면을 차지했다. ‘성과 사랑의 역사’ 과목의 기계형 교수(서양사학과)와 수강생들은 「우리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제목으로 성과 사랑에 대해 규정해 온 역사적 사료들, 학생 발표 자료, 연애와 이별의 기념품, 역사적 인물들과 기증자들의 연애편지 등을 전시했다. 전시를 주도한 기 교수는 “사랑에 대한 의욕을 잃거나 스토킹 범죄, 데이트 폭력 등 성과 사랑의 이름으로 서로를 해하는 사건을 목격할 수 있는 지금, 인간이 어떻게 사랑하고 만나왔는지 역사적 기록을 돌아봐 더 나은 관계맺기의 방식을 고민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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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형 교수와 ‘성과 사랑의 역사’ 수강생들의 콜라주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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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해도 될까요?」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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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와 히아신스, 고대 그리스 시대의 남성 간의 사랑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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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의 섹슈얼리티 사료. 교회법과 재생산을 중심으로 한 성 담론과 에로티시즘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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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과 여성의 몸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 시작한 해부도. 자세에 남성을 여성보다 주체적으로 바라보는 당시 젠더 관념이 반영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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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식민주의 시대 사료.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규정하는 복장 칙령과 에스파냐 백인 남성과 식민지 여성이 결합해 탄생한 메스티소 아이가 있는 가정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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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사료. 성매매 여성 규제도와 페미니스트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초상, 여성상과 예술계의 여성 누드화 관행을 뒤흔든 작가 ‘타마라 드 렘피카’의「The Two Girl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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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해도 될까요?」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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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를 감상하는 학생에게 사료를 설명하는 기계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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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인물들과 기증자들의 연애편지. 사진은 여성시인 카롤리네 귄더로데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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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증자들의 사랑과 이별의 역사가 담긴 추억의 물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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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사랑의 역사’ 수강생들의 발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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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해도 될까요?」 전시물 앞에 선 기계형 교수

  설치 미술, 미디어 아트, 드랙 퍼포먼스, 디제잉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페스티벌에 풍성함을 더했다. 페스티벌에 참여한 남지원 씨(사회 20)는 “아름다움과 성별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분법을 짓밟은 드랙 공연, 다양한 전시 구성만큼 여러 음악 요소를 추가한 디제잉 공연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루킴 작가의 「눈, 코, 입, 귀, 이마, 턱, 광대뼈, 눈썹」을 꼽으며 “말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돼 온 ‘물’의 말들을 투명판과 밧줄로 전시하고, ‘물’이란 하나의 이름이지만 다양한 목소리로 여러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 여운이 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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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킴 작가의 「눈, 코, 입, 귀, 이마, 턱, 광대뼈, 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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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앞에 선 루킴 작가

  성과 사랑, 전시와 공연, 세미나와 파티라는 형식의 구분까지 초월한 『코드명: 논바이너리』는 사회적·문화적 경계를 밟고, 넘나들었다. 남지원 씨는 “공장같은 전시 공간, 역사적 내용이나 설치 미술, 비건 음식을 나눠주는 리셉션 파티, 공연과 관객 등 서로 성질이 다른 것들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논바이너리함’이 페스티벌 전체에서 느껴졌다”며 페스티벌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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