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식탁에 둘러 모여

  가족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두십니까? 못해도 6년 전에 본 뉴스가 기억 한 편에 남아있습니다. 부모와 아이만 함께 사는 게 익숙한 요즘 사람들은 ‘가족이 몇 명이냐’ 묻는 질문에 서너 명 정도라고 답한다고. 

  한 지붕 아래서 오래 밥 먹어 온 사이만 가족으로 친다, 그 기준으로 치면 많은 대학생들이 세상에 가족이 자기 한 명뿐인 혈혈단신입니다. 일단 저부터 그렇습니다. 기숙사 생활 1년 만에 아직도 이유를 정확히 모르는 불합격 통보를 받고 자취를 시작한지 어언 3년 째. 혼자가 좋다 노래를 부르는 저도 이제는 한 자릿수를 겨우 면한 좁은 평수의 원룸에 들어가기가 물립니다.

 

  같은 천장 아래서 잠자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같이 밥 먹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20년을 같은 도시에서, 같은 사람과 살다 세상에 홀로 덜렁 떨어지는 대학생들에게 사실 가장 필요한 건 사람입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서울대저널〉 사람들과 둘러 모입니다. 모이는 이유는 기획회의지만 밥도 먹고 귀기울여 듣는 이가 있건 없건 각자의 취향에 대해 떠듭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회의 중에 사담도 늘어 끝나는 시간이 자꾸 자정에 닿아갑니다. 지난 겨울 홈커밍데이를 계기로 선배들이 사준 커피머신을 들인 후 편집실 살림살이도 자꾸 늘어납니다. 프린터는 그렇다 쳐도 커피잔이며 설탕, 세제와 행주까지. 편집실이 집처럼 돼가고 여기 머무르는 사람들이 식구 같아집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방학에나 며칠 겨우 본가에 다녀오는 형편이 되니, 따지고 보면 부모님보다 연평균 〈서울대저널〉 사람들이랑 먹은 끼니 수가 더 많을 겁니다. 같이 잠잘 사람은 없어도 잠을 쫓고, 밥 먹을 사람은 구했습니다.

  익숙한 세계로부터 분리돼 홀로 떨어진 미지의 땅. 뿌리로부터 받은 양분으로 본줄기를 떠나 새 뿌리를 내려야만 하는 씨앗이 되기로 정해진 생. 대학이란 공간에서도 맘붙일 곳을 찾으려, 새 뿌리 낼 땅을 찾아 헤매게 됩니다. 가족보다 가족 같은 이들을 향해. 부디 여러분의 비행도 기름지고 안전한 땅으로의 착륙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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