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바라는 것도 많고, 기대하는 것도 많습니다. 걸고 있는 믿음도 많고요. 그런데 왜인지 세상은 늘 믿음을 부서뜨리고 속을 시끄럽게 하는 쪽으로만 흘러갑니다. 아무리 기다리고 견뎌도 바뀌지 않는 것들엔 무작정 떼쓰고 싶은 마음부터 듭니다. 하나도 나아지는 게 없고 나빠지기만 하는 나날을 다들 어떻게 버티고 사는지. 매일을 악쓰듯 토로하며 보냅니다. 붙들어보기도 힘든 속도로 우리 곁을 스쳐가는 부조리들과 그에 따른 상실의 자리를 문지르며, 지금, 여기에서 〈서울대저널〉이 할 수 있는 말들을 가만 헤아려 178호를 썼습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 ‘내일도 우리는 일할텐데’는 사실 178호가 아니라 177호 커버스토리로 기획됐었습니다. 지난 호 커버스토리 ‘필수적인 조건’이 다룬 서울대 인권헌장을 조명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조금 더 우선이라는 판단에 노동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을 기약했던 것인데요. 아이템을 보류할 땐 시의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룬 미래에도 이 이야기가 시급하게 필요할 것인가를요. 

  사실은 부디 178호에서 노동을 다루지 않아도 되길 빌었습니다. 노동 현실의 명백한 후퇴를 지시하는 지난 겨울부터의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지는 않길 바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호를 미루고 178호를 쓸 시점이 오자 ‘노동하는 우리’에 대한 위협은 훨씬 더 첨예하고 중심적인 이슈가 돼 있었습니다.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까요. 쓰는 내내 연결된 우리의 하루를, 일상을, 삶을 생각해야 했습니다. 그 전반을 빠짐없이 살피려 애썼으나 미처 다 짚어내지 못하고 깎여나간 이야기들이 많음을 알아, 아쉽고 부끄러운 마음이 남습니다.  

이번 호는 유난히 숨이 찼습니다. 세상사의 암담함에 잔뜩 짜증은 냈으나 막상 쓰려니 글자 하나조차 쓰기 어려웠던 막막함, 취재원들이 나눠준 귀한 말들과 다뤄야할 내용들을 한가득 손에 들고 허둥댔던 조급함, 어떻게 고쳐도 부족하기만 한 초라함…. 늘 이런 것들이 뒤섞인 뒤죽박죽한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최악 이상의 최악을 보여주는 나날을 어떻게들 버티고 사냐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계속하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저널하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서울대저널〉은 오늘날 우리 사회 노동 현실의 가까이에서 글쓰기를 계속하겠습니다. 부서진 믿음과 깨진 기대를 들고서라도요. 바로잡고 싶은 부정과 슬픔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우리 역시도 계속돼야겠죠. 계속하려는 이 마음을 붙들고자 매일 연습합니다.

  기울어진 땅에서도 똑바로 걷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방향도 잃지 않고요. 저널의 동료들이 그렇습니다. 마음이 매서워질 때마다 동료들에게 건네받았던 격려야말로 ‘계속하는 마음’을 붙들어줬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이 모든 것들을 계속합시다. 오래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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