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 등장하는 A씨의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이의 사례와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가상으로 각색된 내용입니다.
기숙사에 거주하던 A씨는 다음 해 기숙사 배정에서 탈락했다. 본가가 지방에 있어 통학이 불가능했던 A씨는 외부 기숙사와 공공임대주택의 일환인 서울시 청년안심주택(역세권 청년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방식을 알아봤지만, 학교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 포기했다. 남은 선택지는 자취뿐. 자취를 시작하는 A씨 앞에는 과연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서울대 학생들이 자취하며 마주하는 주거 문제를 살펴봤다.
‘살만한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A씨는 자취를 위해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거 장소와 형태 등 너무 많은 고려사항으로 인해 머리가 아프다. 처음 하는 자취, 채광은 무엇인지, 최소 몇 평 이상이어야 살만한지 등 가장 기본적인 내용부터 임대차계약, 확정일자 등 계약에 관련된 사항까지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어 막막할 뿐이다. 정보를 구하더라도 너무 산발적이라 A씨는 집을 보러 가기도 전에 지친다.

자취하는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정보다. 대학생은 사회 초년생으로 스스로 주거 형태를 정하거나 계약을 체결해 본 적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자취를 시작할 지역과 전세, *반전세, 월세 등 주거 형태까지 정해야 할 것들과 생소한 사항들이 많다. 주거의 경우 획일화된 기준이 없고, 주관적인 평가가 개입되는 영역이기에 객관적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
*반전세: 정식 명칭은 보증부 월세 주택이다. 전세와 월세의 중간 형태로 전세금의 일부를 일정 비율에 따라 월세로 전환하는 계약이다.
기숙사 거주 중 룸메이트와의 갈등으로 인해 자취를 시작한 B씨는 자취방을 구하는 과정에서 정보 부족으로 인해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B씨는 “부동산 계약과 학교 주변 주거환경에 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봤지만, 허위 매물이 많아 결국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전 세입자의 주거 계약이 만료되기 전 해당 계약을 이어받는 양도의 형태로 방을 구했다”고 이야기했다. B씨는 이어 “학기 중에 방을 구하다 보니 자취방이 급하게 필요했고, 부동산 계약에 관한 정보가 없어 양도자가 제공하는 주관적 정보에만 의존해 주변 환경이 비교적 안전하지 않고, 빛이 안 드는 등 질이 낮은 집에 입주했다”고 밝혔다.
기숙사 거주 후 현재 자취 2년 차에 접어든 C씨 역시 “본가가 지방에 있어 혼자 방을 알아보는 시간이 많았는데, 채광, 주변 치안, 수압 등 집을 알아볼 때 고려해야 할 것들과 부동산 계약 시 주의할 점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비슷한 의견을 표했다. C씨는 이어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아보기는 했지만, 전문용어가 많아 조언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방 계약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결국 사회 초년생인 대학생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을 보장받기 위해 확인해야 할 사안들을 미리 알고, 점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주거 공간을 고려하고 선택하기 전에 ‘쾌적한’ 수준의 자취방을 찾기부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애초에 좋은 수준의 방이 많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B씨는 “이전에 거주한 방들은 집 주변이 밤늦게까지 시끄럽고, 벽간 방음이 잘 안돼 편히 쉴 수 없었다”고 전했다. C씨 역시 “채광이 삶의 질에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 대학가 방은 채광 조건이 열악한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외에도 2022년부터 1년간 자취를 하다 그만둔 D씨는 “대부분 학생들이 거주하는 원룸은 구조상 거실, 부엌, 화장실이 잘 구분되지 않고, 이익을 위해 한 집에 작은 방을 많이 짓다 보니 방의 크기도 크지 않았다”며 불편함을 이야기했다. 대학생 한 사람이 살기 충분한 최소한의 크기와 쾌적함을 갖춘 거주할 공간 구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취 시작! 허리띠 졸라매기도 함께 시작?
계약할 집을 정한 뒤, A씨는 드디어 방 계약을 하려 한다. 그러나 A씨의 앞에는 혼자 부담하기 쉽지 않은 3,000만 원의 보증금과 매달 내야 하는 월세 50만 원, 관리비 10만 원 등 경제적 부담만이 남았다. 월세 부담을 낮추려 전세와 청년 전세대출 제도도 알아본다. 하지만, 전세금이 대부분 1억 원이 넘는 데다,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 등 청년 전세금 대출 지원 제도를 이용해 전세금을 해결하려 해도, 전세금의 일부만 대출이 가능하고 매달 부담해야 하는 이자도 15만 원 이상으로 결코 부담이 적지 않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A씨는 결국 알아보던 방보다 작은 방을 계약하고, 과도한 주거비 지출로 인해 생활비를 아끼기 시작한다.
**청년 버팀목 전세대출 : 주택 도시기금의 청년 전용 전세자금 대출 상품으로 전세자금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전세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다.
대학가에는 소득 수준이 낮은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하지만, 집값이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학교 주변에 자취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수요는 많은데 공급되는 주택의 수는 그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래도 집값이 싸지만은 않은 대학가였지만, 최근 대면 수업 정상화와 에너지 가격 및 물가 상승으로 인해 대학 주변 주거비가 상승하고 있다. 김현수 교수(건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는 “코로나19에 의한 비대면 수업 지속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한 임대인들의 보상심리와 최근 에너지 가격 및 물가 상승에 동반해 주거비가 상승하고 있다”며 대학가 전반의 주거비 상승 현상을 설명했다.
서울 시내 대학가 밀집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관악구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주로 자취하는 지역은 ▲서울대입구역 ▲낙성대 ▲신림(대학동) 등이다. 서울대 근방은 다른 대학가와 달리 청년 직장인의 주요 거주 지역이기에 주택 수요가 높고, 이에 따라 주거비가 높게 형성된다는 특징을 가진다. 김현수 교수는 “서울대 주변은 2호선을 통한 강남 접근성이 좋아 서울대 학생뿐 아니라 강남 통근자들도 많이 찾는 지역”이라며 높은 주거비의 이유를 분석했다.

서울대 주변 주거비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자료를 살펴봤다.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고, 청년전용 버팀목 전세 대출 조건 기준이기도 한 60㎡ 이하 주거지를 기준으로 통계자료를 가공했다. 2023년도 1분기 기준 월세의 경우 평균 보증금 3,284만 원, 월세 45만 원이었으며, 전세의 경우 평균 거래가 1억 3,199만 원의 수준을 보였다. 2020년도 1분기의 같은 통계와 비교했을 때 월세 보증금은 약 349만 원, 월세 자체는 약 7만 원 올랐으며, 전세의 경우 약 2,289만 원 올라 코로나19 전후로 서울대 학생들이 체감할 주거비 부담 역시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거래 가격 이외에도 관리비, 공과금 등을 더 지불하면 세입자가 지출하는 실 주거비는 더 비싸진다. B씨는 “반지하가 아닌 사람이 살만한 방이면 기본적으로 월세 50만 원에 관리비 5~10만 원이 들고, 그보다 채광이 조금 더 좋고 조건이 좋을 경우 월세만 7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며 주거비 부담을 호소했다. 이어 B씨는 “고정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가변적인 식비와 외부 활동을 줄이게 됐다”고 밝혔다. ‘삶’을 위해 방을 구했지만, 방세를 내기 위해 삶의 다른 구성 요소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식비, 교통비와 같은 생활비는 물론 가스비 등 월세 이외 부대비용의 상승도 학생들에게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을 불러온다. 서울지역 주택 도시가스 요금은 2022년부터 1년 새 약 38%가 상승했다. kWh당 전기 요금 역시 작년 한 해 19.3원, 올해 상반기 13.1원이 더 오르며 오일쇼크 이래 최대 폭으로 인상됐다. 지난겨울 자취방에서 첫 겨울을 보낸 D씨는 작년 12월 10만 원 이상의 가스비를 부담했다. D씨는 “생활 물가가 오른 상태에서 월세 이외에 추가로 부담하는 공과금은 조금만 올라도 부담스러웠다”며 자취하며 겪을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전했다.
내 한 몸 뉠 공간을 보장받기 위해선
그렇다면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적어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어떤 대책들이 필요할까. 우선 학생사회 차원에서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해 지원 사업을 펼칠 수 있다. 연세대 학내 자치단체인 ‘연세대 주거상담플랫폼 집보샘’(집보샘)의 경우 연세대 생활협동조합,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과 협업해 연세대 학생들의 주거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집보샘 관계자는 “학우들이 겪는 주거 문제 대부분은 집 계약 경험 부재와 정보 접근 한계에서 비롯됐다”며 “청년 세입자 권리 보장을 위해 주거법 공부와 주거 정책 팔로우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집보샘은 ▲집 계약 동행 서비스 ▲주거 상담 ▲학사·기숙사 및 하숙·셰어하우스 DB ▲청년 주거 정책 안내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보 부족 문제 해결을 통해 학생들이 더 나은 주거환경에서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그 목표인 것이다.

서울대의 경우는 어떨까. 서울대 총학생회는 ▲기숙사 수용률 감소 ▲자취로 인한 경제적 부담 두 가지 사안을 주요 주거 문제로 다루고 있고, ‘중개수수료 반값 지원’을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세워 관악구청과 협업을 계획 중이다. 조재현 총학생회장(자유전공 20)은 “LnL 사업 진행을 위한 구관 리모델링이 진행될 경우, 이에 따라 기숙사 거주 학생들의 주거권이 침해되거나 기숙사 수용 인원이 줄어들지 않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기숙사 관련 입장을 전했다. 학생사회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에서 자취하는 학생의 경제적 부담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학생회장은 특히 중개수수료 반값 지원 공약에 관해서는 “중개수수료는 일회적인 비용이긴 하나 학생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며, 관악구청 측에서 지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공약의 수립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조 학생회장은 “대학생 주거권 문제 자체가 학생회 내에서 주요 의제가 아니었기에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은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준비 중인 사업 이외의 주거 문제 관련 사업은 추가로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학생사회 내에서의 주거 정보 공유 및 주거권 개선 활동도 중요하지만, 자취 중인 대학생들에게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공공 차원의 경제적 지원이다. 서울 거주 대학생은 소득수준별 맞춤형 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주택 구입 및 임차비를 지원하는 서울시 청년 주거 복지 사업을 통해 주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청년주택 및 임대주택 지원 ▲부동산 중개비 및 월세 지원이 있다. 서울시 차원의 지원 이외에도 청년 전세금 대출 지원 및 외부 장학숙 이용을 통해 주거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주거비와 생활비가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대학생의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선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주된 의견이다. 서울시 청년 전세금 대출 정책의 수혜를 받아 전세로 방을 구한 B씨는 “금리 인상으로 지원정책이 잘 체감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B씨의 경우 작년 하반기 기준 전세금 대출 이율이 2.9%였으나, 올해 이율이 3.9%로 증가하며 매달 부담하는 대출 이자만 약 1.7배 증가했다. B씨는 “대출 고정금리 유지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역세권 청년주택) 공급과 청년월세지원 수혜자를 확대해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반지하 가구 등 재해취약가구 매입 등을 통해 주거 환경을 개선할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주거비 단순 지원 정책은 한시적이라는 한계가 있고, 오히려 월세 지원을 염두에 둔 임대인이 임대료를 높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렇기에 높은 주거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월세 수요 상승과 이로 말미암은 월세 상승 등 주거비 인상의 원인을 파악해 이를 해결하는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
집은 어디보다도 편안한 환경이 되어야 하지만, 많은 대학생에게 집은 마냥 쾌적한 공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렇게 집을 구하더라도 채광, 방음, 안전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주거환경은 쾌적하지만은 않다. 더불어 주거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대학생에게 집이 편안한 공간보다는 먹고 살기의 어려움에 더 골몰하게 하는 공간이 되게 만든다. 의식주 중 ‘주’는 개인의 안전과 휴식을 보장하는 삶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건이므로 학생사회, 지자체, 국가 차원에서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