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자신 고유의 신경적 특성을 가진다. 그러나 모두가 전형적인 특성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힘들다. 특정 감각이 무척 예민하거나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신경다양성은 이러한 비전형적 특성들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당사자를 신경다양인,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신경전형인이라 칭한다. *정신적 장애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한국 사회에서 정신적 장애에 대한 관심도는 나날이 증가해 왔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와 같이 정신과 전문의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불안장애, 우울장애 등을 자주 다룬다. 2022년에는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크게 흥행하며 수많은 언론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보도했다. ADHD 당사자의 삶에 대한 에세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적 장애를 신경다양성으로 말해보려는 시도는 국내에선 여전히 생소해 보인다. 정신적 장애를 새롭게 인식하는 이론이자 운동으로서 신경다양성은 우리 사회에 어떤 길을 제시하고 있을까.
*정신적 장애: 자폐성장애·지적장애를 포함하는 발달장애와 기분장애·조현병스펙트럼장애·투렛장애 등 정신 질환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일컫는 정신장애를 통칭하는 장애인복지법상의 용어다. 본 기사에서는 법적 장애인 지위의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용어를 사용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에이스토리
신경다양성 운동이 뭐야?
신경다양성 운동은 자폐 특성, 학습장애 등 비정상으로 여겨지는 신경 특성을 개인의 다양성으로 존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무분별한 치료를 반대하고, 신경다양인 또한 신경전형인과 동일한 권리를 획득해야 함을 강조한다. 비전형적인 특성을 치료해 없애야 하는 질병으로만 보는 시각과는 대조적이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은 1998년 호주의 사회학자 주디 싱어가 처음으로 고안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주디 싱어는 인종, 젠더, 성적 지향의 다양성이 존중되듯 신경 발달의 차이 또한 다양성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경다양성 개념이 등장한 초기에는 논의가 주로 자폐 권리 운동에 국한됐으나, 신경다양성 운동은 차차 다른 정신적 장애를 포괄하도록 외연을 확장했다. 현재는 자폐 특성을 비롯해 ADHD, 정신장애, 학습장애 등 다양한 신경 특성들이 신경다양성 운동에서 호명되고 있다.
신경다양성 운동은 장애의 사회적 모델과도 연관이 깊다. 장애의 사회적 모델은 ‘의학적 손상을 지닌 개인이 사회적 장벽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상태’를 장애로 본다. 예를 들어 지체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비장애인 중심의 교통수단에서는 휠체어를 타야 하는 지체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교통수단 이용에 제약을 겪는다. 만약 사회가 휠체어 탑승자를 충분히 고려했다면 어떨까. 지체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장벽이 없다면 손상이 곧 장애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회적 모델 등장 이전의 지배적 담론이었던 장애의 의학적 모델에서는 손상이 장애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이에 손상 입은 개인을 정상으로 여겨지는 상태로 치료하는 것이 강조됐다. 사회적 모델에서는 이와 달리 장애인이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방해하는 사회적 장벽을 허물어, 비장애인 중심적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다양성 운동은 이런 장애의 사회적 모델에 기반해 신경다양인을 치료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시선에서 탈피하고 당사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둔다. 신경다양성 지지 단체 세바다의 조미정 대표는 “정신적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의사 결정권이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며 신경다양인의 권리 보장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펙트럼 어딘가의 삶들
신경다양성이라는 스펙트럼 위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고 있을까. 신경다양인 당사자 6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경다양성 상징인 무지개 무한대 기호 ⓒ일다
기자가 인터뷰한 신경다양인들은 대체로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자신의 신경 특성을 ADHD와 양극성 장애(조울증)로 설명하는 A씨는 어릴 적부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런 특성 탓에 초등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한 A씨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서적을 찾아보고 공부했다”며 현재도 “대화가 무난하게 잘 되는 사람으로 비치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A씨는 남들과 어울리는 데 문제가 생길까 자주 초조함을 느낀다고 한다. 우울증과 ADHD, 강박장애 진단을 받은 B씨는 시간약속을 지키기 어려워 주변인과 갈등을 겪는다고 전했다. B씨는 “시간약속이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인 것은 알지만 외출할 준비를 시작하는 행위 자체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신경다양인들은 학업과 업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수능을 준비하던 시기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은 C씨는 긴 문장의 독해가 힘들게 돼 발병 이전보다 수능 국어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ADHD와 불안장애, 우울장애가 있는 D씨는 단순 반복 업무에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쓴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초과 근무를 하거나 점심시간을 반납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스스로의 신경 특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우울증과 ADHD로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E씨는 “나는 원래 무능력하고 나태한 사람인데 정신 질환 핑계를 댄다는 자책감이 들어 의욕 저하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ADHD가 있다고 설명한 F씨 역시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이상한’ 자신을 보며 어릴 때부터 열등감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정신적 장애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당사자들을 힘들게 한다. C씨는 “채용, 입학 등의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정신장애를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며 “신경다양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 하는 것이 수치스럽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D씨는 “신경다양인을 성가시고 불편한 존재로 보는 시선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자폐 당사자이자 세바다 활동가인 김세이 씨 역시 “(신경전형인들과 일하는) 직장에서는 약을 몰래 먹어야 한다”며 자신의 소수자성을 숨겨야 하는 사회 환경을 지적했다.
신경 특성에 대한 진단을 받거나, 당사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는 데에도 이런 낙인은 방해가 된다. 기자와 만난 신경다양인 대부분이 자신 혹은 부모가 가진 정신적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정신과 방문에 장벽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기숙형 고등학교에 다닌 C씨의 경우 “담임 선생님이 내 ‘이상한’ 상태를 알고도 부모의 부정적 반응을 우려해 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자신의 진단이 늦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정신적 장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신경다양인 정체성을 통해 해소하는 당사자들도 있었다. B씨는 신경다양인으로의 정체화가 “결함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자긍심으로 승화”하는 과정이었다고 응답했다. F씨 역시 “이전에는 나를 정상성과 먼 사람으로 인식했으나 신경다양성이 그 인식을 뒤집었다”고 밝혔다. 기존의 정상성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하지 않게 된 것이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나아가는
김세이 활동가는 신경다양성 운동이 “계속 발전해 나가는 운동”이라고 평가한다. 역사가 짧은 만큼 운동 안팎에서 통일되지 않은 관점들이 혼재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신경다양성 운동에 대한 비판적 관점도 물론 존재한다. 신경다양성 운동은 어떤 비판을 마주하고 있을까.
첫째로, 신경다양성 운동이 명백한 질병을 다양성으로만 해석해 치료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부정한다는 비판이다. 질환으로서의 어려움은 간과한 채 장애를 무조건 긍정하는 것이 치료를 막아 오히려 당사자의 삶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비판에 대해 김세이 활동가는 “신경다양성 개념이 장애에 따르는 어려움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신경다양성 운동은 ‘장애가 아닌 다양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도 다양성’을 지향하는 운동이라는 설명이다. ‘장애가 아닌 다양성’이라는 주장에는 장애가 다양성이 아니라 비정상이라는 인식이 내포돼 있다.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위계 속에서 장애를 열등한 지위에 놓는 것이다. 허나 다양성의 관점에서는 장애와 비장애, 신경다양인과 신경전형인이 수평적인 지위에 있다. 김 활동가는 “신경다양성 운동은 신경다양인을 정상으로 인정해달라는 운동이 아니라, 정상과 비정상의 사회적 기준을 거부하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신경다양성 운동이 모든 치료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조미정 대표는 “당사자가 의료서비스를 원하면 당연히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경다양성 운동에서 반대하는 치료는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해치는 치료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 입원,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신체 강박 같은 것들이다. 국내에서는 정신장애인의 강제 입원이 여전히 합법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의로 입원하지 않은 환자는 전체 입원 환자의 34%에 달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1년 발간한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정신장애인의 평균 입원 기간도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 두 번째로 긴 스페인과도 세 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의 기간이다. 2022년 유엔 장애인 권리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비자발적 자유 박탈을 허용하는 모든 입법 조항을 폐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신경다양성 운동은 정신적 장애인의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차원에서 치료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심의 대응 보고 및 한국 정부 권고 이행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 현장 ⓒ유엔장애인권리협약한국정부심의대응장애계연대
신경다양성 운동이 소위 *고인지 당사자만을 위한 운동이며, *저인지 당사자를 배제한다는 비판도 있다. 고인지 당사자들의 현실에 주목하는 신경다양성 운동이 저인지 당사자의 처우에 관한 외면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다. 조미정 대표는 세바다가 저인지 당사자의 인권침해 사례에도 성명서를 내왔고, 유엔 장애인 권리 위원회 심의를 위해 제출한 보고서에도 저인지 당사자의 권리 침해를 규탄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며 신경다양성 운동이 저인지 당사자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그럼에도 신경다양성 운동이 고인지 당사자에 의해 구조화된 운동임은 사실”이라며 “신경다양성 운동에서 저인지 당사자의 목소리가 누락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경다양성 운동의 활동가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신경다양성 운동의 한계는 무엇일까. 조미정 대표는 세바다와 신경다양성 운동이 반성해야 할 부분으로, 신경다양성 운동 진영 일부에서 신경다양인의 장점만을 강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테면 ADHD 당사자는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해 알리는 방식이다. 이런 전략은 신경다양인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가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게 된다. 조 대표는 이런 전략이 ‘뛰어난 신경다양인’의 이미지를 생산하게 되며, 그에 부합하지 않는 당사자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세바다 활동가들은 신경다양성 운동의 비판점을 인정하면서도 신경다양성이 새로운 연대의 장이 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조미정 대표는 “정신적 장애 당사자들이 의학적 손상의 유형에 따른 정신장애·지적장애·자폐성장애 구분으로, 또 인지 수준에 따른 저인지·고인지·경계선 구분으로 분열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적 장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힘든 현실이라는 것이다. 조 대표는 “정신적 장애인들은 서로 다른 점도 많지만 비슷한 차별과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며 신경다양성의 이름 아래 정신적 장애인이 마주하는 다르고도 비슷한 풍경들을 함께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조미정 대표는 “많은 정신적 장애인이 여러 장애를 중첩해 갖고 있다”며, “(진단명 중심으로) 분열된 장애 담론은 중복장애인이 설 곳을 뺏는다”고 주장했다. 더하여 조 대표는 “이전까지 ADHD나 학습장애 당사자들이 장애계에서 소외돼 온 측면이 있었으나, 신경다양성 운동을 통해 이들을 장애 담론에서 중심적으로 호출할 수 있었다”며 신경다양성 운동이 기존의 장애계 안에서 발언권을 획득하지 못한 당사자들까지 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지·저인지 당사자: 지적 능력에 따라 정신적 장애 당사자를 구분하여 이르는 말로, 과거 자폐 진단 시 지적 장애를 겸하는지 여부에 따라 고기능 자폐와 저기능 자폐로 구분했던 데서 유래한 표현이다. 현재는 지적 능력과 관계없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동일하게 진단하고 있다. 고기능·저기능이라는 표현이 당사자에게 낙인을 부여하거나 당사자가 겪는 어려움을 비가시화 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중립적 표현인 고인지·저인지로 대체하여 사용한다.
지금, 여기 필요한 신경다양성
국내의 신경다양성 논의는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2021년 국내 최초의 신경다양성 지지 단체인 세바다가 출범했고, 지난 2월 성인자폐(성) 자조모임 estas와 함께 제2회 신경다양성 포럼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느린 학습자의 신경 다양성을 통한 자립지원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되기도 했다. 지금 여기, 한국 사회에 신경다양성 논의가 불러올 수 있는 변화에는 무엇이 있을까.

제2회 신경다양성 포럼 현장 ⓒ윤은호
조미정 대표와 김세이 활동가는 모두 미등록 장애인이다. 이들은 장애가 있지만 법적 장애인 지위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신경다양성 관점을 반영해 한국의 현행 장애 등록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에서 법적 장애인 등록을 위해서는 의료인의 진단을 받아 국민연금공단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문제는 현행 심사 기준이 정신적 장애 당사자가 겪는 실질적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는 데 있다. 지능 지수가 기준보다 1점 높아서, 어렸을 때부터 치료받은 기록이 없어서, 법에 제시되지 않은 다른 정신장애를 진단받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장애로 불편을 겪는 이들이 장애 등록을 하지 못한다. 미등록 장애인들은 법적 장애인들이 겪을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장애인 복지 제도에서 소외된다. 장애인 정체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미등록 정신장애인의 장애 등록 경험에 관한 한국장애인개발원조윤화 부연구위원의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 개념은 영속적인 손상을 전제로 구성돼 있으나 정신 질환의 경우 이런 기준에 들어맞지 않기에, 의학적 장애 판정이 아니라 사회서비스, 소득 및 고용지원에 대한 필요를 기준으로 정책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김세이 활동가는 “개인의 상황에 맞는 지원이 제공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미정 대표 역시 “정신적 장애는 스펙트럼이기에, 의학적 손상의 정도만 파악하는 현행 장애인 등록제의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기준에 조금씩 못 미쳐 장애인 등록이 좌절되는 경계선 당사자의 소외”를 우려했다. 조 대표는 “(현실적으로) 장애 등록제를 없앨 순 없지만,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윤화 부연구위원은 앞선 연구에서 ‘투 트랙 전략’을 제안했다. 법적 장애인으로 인정되는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미등록 당사자들도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대안적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신경다양인 학습자에게 포용적인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B씨는 “주의력 집중이 어려운 ADHD 당사자가 시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D씨는 “신경다양적 특성을 가진 학습자에게 개별적인 학습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신경다양성 관점에서 바라본 통합교육에 대한 도서 『신경다양성 교실』의 저자 김명희 씨는 저서에서 ‘신경다양인 학생들이 가진 강점과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환경을 구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하여 신경다양인들은 학교 공간에서 따돌림과 괴롭힘 등 학교 폭력에 쉽게 노출된다. F씨는 “중학교 때까지 따돌림에 시달렸으며, 눈치가 없어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D씨 역시 “학창 시절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특이한 아이로 낙인 찍혀 힘들었다”고 밝히며 “신경다양인의 특성을 다양성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미정 대표는 “신경다양인 당사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신경전형인 학생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문제가 심각한데도, 장애로 집계되지 않는 신경다양인 학생들의 경우에는 실태조사조차 어려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신경다양인 학생들이 학교 공간에서 마주하는 차별과 폭력 문제를 시급히 파악하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 모두가 신경다양인 학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조미정 대표는 신경다양성 운동의 핵심이 “뇌신경 발달의 차이로 나타나는 당사자의 특성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형적인 존재라고 해서 열등한 존재인 것이 아님에도, 신경다양인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으며 ‘정신병’이라는 이름으로 그 차별이 당연시되고 있다.
다양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세계에서, 부러 정상과 비정상, 우등과 열등을 가르는 것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만들어 내는가. 신경다양성 운동이 세상에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