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오후 미술관 렉처홀에서 ‘요즘 대학원’을 주제로 ‘On the Lounge: 총장과의 대화’(총장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지난 3월 31일 ‘신입생 및 복학생’을 주제로 중앙도서관 관정관에서 열린 첫 번째 총장과의 대화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본 행사는 교육·연구 정책, 생활· 인권·노무, 환경·시설을 차례로 다뤘다. 참가자들은 대담 테이블에 직접 착석하거나 앞에 마련된 객석에 앉아 자유롭게 질의에 참여했다. 유홍림 총장은 이번 대화의 취지를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약속과 합의를 결정하는 자리라기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내 소통하고 대화하는 장”이라고 설명했다.

On the Lounge: 총장과의 대화’ 행사 현장의 유홍림 총장
이번 총장과의 대화에서는 대학원생의 노동권 문제가 제기됐다. 생명과학부 대학원 자치회 회장 김예린 씨는 이공계 학생들을 포함한 대학원 학생들의 생활 또는 인권 관련 조사에서 대학원생에게 ‘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문제’, ‘최저시급도 되지 않는 인건비 문제’가 가장 두드러진다고 화두를 열었다. 김 씨에 따르면 현재 서울대에서도 학기 초 대학원생이 수행한 노동에 대한 임금인 기여비 관련 계약서를 작성하긴 하지만, 정해져있는 연구비 내에서 교수가 자의적으로 분배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김 씨는 “기여비 책정 기준에 상한선은 있지만 하한선은 없어 최저임금 보장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학원생의 노동권 문제에 관한 유홍림 총장의 생각, 대학원생이 수행하는 임금 노동의 최저임금 보장을 위한 학교 차원의 계획 등을 질문했다.
유홍림 총장은 “해당 문제는 서울대 내에서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며 여러 가지 문제가 얽힌 복잡성을 주장했다. 유 총장은 “모든 계약은 양면성이 있다”며 “근로계약의 형태가 학생들을 또 다른 방식으로 얽매이게 하거나, 오히려 근로계약으로 인해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균형점을 맞춰나가야하는 사안”이라는 답변이다.
이어 김예린 씨는 “대학원생 노동자는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임금이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됨에 따라 대부분의 청년 대상 정책, 복지혜택에서 배제되는 현실”에 대한 유홍림 총장의 견해를 물었다. 유 총장은 “국가의 청년 정책 사업 영역에서의 대학원생 소외 문제는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한 사안임에 공감한다”며 “추후 구체적인 부분을 정리해 연구처에 전달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여성 교수 채용 문제도 언급됐다. 박진솔(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 씨는 현재 정치학과의 현직 교수 15명 중 2명, 외교학과 역시 현직 교수 15명 중 2명만이 여성 교수인 현실을 짚었다. 박 씨는 “여성 대학원생들을 중심으로 연구 활동에 있어 대표성에 관한 우려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서울대의 여성 학자 채용 확대 등에 관한 계획을 물었다. 유홍림 총장은 “현재 여성 교수의 비율은 18% 정도이며, 2027년까지 정부 요청과 다양성위원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그 숫자를 25%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총장은 “다양성을 위한 학교 차원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계획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근 5년 석사·박사 과정에 진입하는 여학생 수가 유의미하게 늘고 있고, 서울대 내 전체 구성원의 다양성과 그 기준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양성 확대 목표 실현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랩 인턴 학점 인정 및 관련 제도의 정착과 확대 요구 ▲법학전문대학원 건물의 주차권 관련 본부와의 소통 문제 등 다양한 제안과 질문이 나왔다. 유홍림 총장은 “학생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좋은 기회였다”는 소감을 밝히며 앞으로도 논의를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한편 행사가 시작하기 전 행사장 입구에서 사회대 대학원생들이 ‘사회대 신축공사에 따른 사회대 대학원 연구실 이주 공간 부재’ 관련 피켓팅을 진행했다. 유홍림 총장은 총장 취임 직전 사회대 학장을 지낸 바 있다. 유 총장은 유준희 학생처장, 박원호 기획처장 등 본부 구성원들과 행사장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해당 피켓팅을 진행하는 대학원생들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대학원생들은 신축 공사 기간 동안 대학원생 연구 공간을 대체할 공간이 마땅히 마련되지 못한 사회대의 상황을 설명하며 본부 측에서도 대안 마련에 책임 있게 임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편 박 기획처장은 한 대학원생이 유 총장에게 발화하는 중 “거기 교수연구실도 남아있는데”, “교수보다 중요하다?”는 발언으로 개입하기도 했다.

On the Lounge: 총장과의 대화’ 행사장 입구에서 사회대 대학원생들이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회대 대학원생들과 유홍림 총장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