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인터뷰
대학 사회에서 인권의 부활을 꿈꾸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낯선 나라와 낯선 가족에게로 돌아가기

대학 사회에서 인권의 부활을 꿈꾸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를 만나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학생 단위가 침체되며 학생 사회에서 인권을 이야기하기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됐다. 대부분의 학생회가 인권 의제를 다루지 않고 ‘탈정치화’를 선언하며 개별 인권 의제 단위들은 더 큰 부담을 갖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대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학소위)가 교내 인권단위의 연대체로서 재출범했다. 

  코로나19로 인권단위들의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학소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학생사회 인권전반에 관해 논의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 때문에 학소위는 사라지지 않고 2022년 상반기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해산 후 재구성으로 정상적인 작동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그 일환으로 학소위 재출범 위원회가 꾸려졌으며, 올해 3월 전학대회에서 학소위 관련 총학생회 회칙을 개정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학소위 권소원 위원장(경제 19)과 집행부원 주정원(수리과학 22) 씨를 만나 학소위 활동 전반과 대학 사회의 인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학소위란?

  2015년 총학 산하기구로 설립된 서울대 학소위는 차별과 인권침해에 관한 학생사회의 의견을 대학사회 전반에 반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울대 학소위는 ▲학생·소수자 인권 침해 사안 대응 및 해결방안 도모 ▲소수자 단위들의 활동 보장 ▲인권의식 고취를 위한 사업 수행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학소위는 서울대 이외에도 이화여대, 경희대, 성신여대, 고려대 등 다양한 대학에 위치한 기구로 회칙 및 학내 역할은 다르지만, 대학사회 내에서 인권단위 활동을 보장하고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학소위 재출범, 그리고 계획

  학소위가 재출범을 위해 활동 기반을 다지며 맞이한 가장 큰 변화는 총학생회칙 개정이다. 지난 3월 이뤄진 전학대회에서는 ▲인권의 정의 명시, 학소위 세칙에는 ▲기구 구성 및 구성 방식 변경 ▲정보 수집 권한 삭제 등의 개정이 이뤄졌다. 

인포그래픽 시작. 화살표를 기준으로 세칙 개정 이전인 상단과 세칙 개정 이후인 하단부가 나뉜다. 화살표 상단에는 세칙 개정 이전 학소위가 운여위원, 추천위원, 학생단체위원으로 구성됐음을 설명한다. 화살표 하단에는 세칙 개정 이후 학소위가 운영위원회와 집행위원회로 분리되며, 운영위원회는 총운영위원 1인, 중앙집행위원 1인, 학생단체위원 포함 5인 이상으로 구성되며, 집행위원회는 집행위원으로 구성되며 대중모집으로 진행됨을 설명한다. 인포그래픽 끝.
▲학소위 기구 구성 및 구성 방식 변경. 위쪽이 세칙 개정 이전, 아래쪽이 세칙 개정 이후다.

  인권 정의 명시의 경우 학소위가 총학생회 차원에서 인권을 다루는 단체인 만큼 기존엔 학소위 세칙에만 서술됐던 인권의 정의를 학생회칙에도 명시하는 것이 내용이다. 기구 구성 변경의 경우 학소위를 운영위원회와 집행위원회로 분리해 학소위 소속으로 활동하는 집행 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기존 학소위는 운영위원, 추천위원*, 학생단체위원**으로 구성됐지만, 학생 단체위원의 경우 소속한 단체와 학소위 활동을 병행하다 보니 업무 과중으로 인해 학소위가 원활히 운영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것이 개정의 이유였다. 개정 세칙에 따라 학소위는 총운영위원 1인, 중앙집행위원 1인, 학생 단체위원을 포함해 5인 이상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와 대중모집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 두 가지 위원회로 구분돼 운영된다. 세칙상 기존 업무였던 ‘차별 및 인권침해 사안에 관한 정보수집과 정리’ 권한은 삭제됐다. 구성부터 운영 방식 및 권한까지 활동 기반의 전반적인 변화가 학소위에게는 어떻게 작용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할까.

*추천위원 : 총학생회위원과 단체위원이 아닌 학생·소수자인권 의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할 의지가 있는 총학생회 회원 중 총학생회위원들이 추천한 1인과 단체위원들이 추천한 1~2인의 위원이다. 추천위원은 본인이 원할 시에 상임위원회에 포함될 수 있으며 총운영위원회에서 인준한다. 

**학생단체위원 : 소수자 인권의 증진 및 보장을 목적으로 하며 그 활동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학생단체에서 추천한 1인이다. 단체위원 역시 본인이 원할 시에 상임위원회에 포함될 수 있으며 자격요건을 심사한 후 총운영위원회에서 인준한다.

SJ. 학소위 회칙 개정 과정은 어땠으며 전반적인 평가를 하자면 어떤가. 

권. 작년 5월 총학과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권서공), 서울대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서배공)의 참여로 학소위 재출범 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준비위원회에 권서공 대표자로 참여하며 회칙 개정 전반에 참여했다. 회칙 개정 과정에 인권 의제 단위인 권서공과 서배공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하지만 더 많은 단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학소위가 구성된 만큼 회칙 개정 당시 반영되지 못한 사안은 학소위 내 논의를 통해 장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개정 세칙에 대해 자세히 논하자면, 운영위원과 집행위원의 분리 모집은 집행부의 개별 의제 단위 지원 업무가 더 원활히 이뤄질 수 있게 하기 위해 결정됐다. 기존 운영 방식의 업무 과중을 덜어 집행부원들이 사업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제시하며 사업을 수행할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정보수집 권한 삭제는 학내 인권침해 사건에 관한 본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결정됐다. 기존에는 학소위 측에서 인권침해 사안에 관한 정보수집 정리 기능을 도맡아했지만, 본부 차원에서 정보수집 및 정리의 기능을 수행할 인권 단위를 설립해 해당 단위에서 정보 수집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인권 문제에 대한 공동체적 해결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본부 차원의 인권침해 대응 요구 관련 사업을 기획 중이다.

SJ. 변화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한가.

권. 개별 인권 의제 단위들이 제안해온 사업들을 수행하고 그 활동들을 모두의 공통된 의제와 엮어가며 진행할 예정이다. 세미나 형식이 될 수도 있고, 학소위 자체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인 인권영화제 GV 진행 등을 통해서 실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12일 진행된 ‘서울 퀴퍼 서울광장 사용 불허 규탄 대학가 무지개 행진’(무지개 행진)은 서울대 학소위가 준비와 집행에 이르기까지 크게 기여한 행사였다. 무지개 행진은 서울대 학소위를 포함한 10개 대학, 20개 단위의 참여로 공동 주최됐으며, 2014년 서울 퀴어퍼레이드가 개최된 곳이자 혐오 세력이 크게 집결한 신촌역에서 진행됐다.

SJ. 학소위 재출범 이후 처음 진행한 활동이 무지개 행진이다. 어떤 계기로 행진을 준비하게 됐나.

사진 설명 시작. 무지개 행진 행사 현장 사진이다. 사람들이
▲서울대 학소위를 포함한 다양한 단위들이 참여한 무지개행진 행사 사진. ©학소위

권. 다양한 의제와 그 의제를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을 가시화하기 위해 ‘학내 인권 행진’이라는 학소위 사업을 부활시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마침 서울시의 차별행정 소식을 접했고, 행정의 이름으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상황에 분개하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했다. 학소위도 침체기 끝에 부활한 것처럼, 시대의 폭력과 백래시***를 이겨낸 대학생들이 대학가에서 지속한 투쟁을 알고 있기에 서울대만이 아니라 대학가 전반이 함께 행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학교의 퀴어 동아리와 학소위 등의 기구에 곧바로 연락을 했고, 연대가 아니라 공동주최의 형식으로 진행한 것 역시 그 이유에서다.

***백래시 : 어떠한 아이디어, 행동 또는 물체에 대한 강한 반발을 뜻하는 말로, 주로 소수자와 소수인종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을 설명할 때 쓰인다.

그럼에도, 인권운동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가 대학 내 의견 교류 장으로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인권 의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조차 현실에서 결집할 계기가 많지 않았다. 인권운동을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지면서 인권 의제에 관심 없는 학생들이 인식하는 인권운동의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인권운동이 학생 사회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려움은 무엇이 있을까.

SJ. 학생 사회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데 존재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

 

권. 막막하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무지에서 오는 어려움은 동료들과 스터디를 하고, 자문을 구하면 된다. 그러나 본부가 비판과 물음, 제안에 아예 침묵하거나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뒤늦게 반응하고, 그 탓에 피해자의 고통이 장기화되는 상황에 당장 조치를 취하기 어려울 때 가장 막막함이 몰려온다. 같은 학생 사회 구성원들의 백래시 역시 활동에 회의감이 들게 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인권운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학생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끼칠 영향에 대한 불안과 지금 당장 발생하고 있는 위협들, 그리고 단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 등이 있다. 하지만 단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안은 인권운동 단위가 우리에게 지니는 의미를 생각하다 보면 해결되는 고민이라고 본다.

SJ. 인권운동의 내·외적인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학소위 재출범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일까. 

권. 학소위가 출범하며 인권 의제에 관심이 있는, 행동의 의지를 갖춘 사람들이 무언가 시작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고, 문제의식을 지닌 사람이 존재하는 이상 의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학소위의 재출범은 그런 사람들이 모여 함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목표를 가진다.

  더불어 개별 인권 의제 단위의 연대체로서 학소위가 재출범하는 것이 이전보다는 학생 사회 내에서 인권운동 상황이 나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학생회 등이 정치적 기능을 포기하며, 여러 개별 인권 의제 단위들이 학생회에서 담당하던 의제를 떠맡게 됐다. 그런 인권 의제 단위들이 학생회 산하 기구라는 이름으로 모여 발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변화다.

  이외에도 학소위는 본부에 인권 의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제도화를 요구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활동을 통한 인권 의제 해결도 중요하나, 본부가 책임회피만 하는 것과 본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학소위 집행부원으로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게 된 주정원 집행부원과 권소원 위원장의 이야기를 통해 학생 사회에서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들이 그리는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SJ. 새롭게 집행부원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주. 평소 장애, 페미니즘, 퀴어, 기후 정의 등 인권 전반에 관심이 있었지만, 일상에서 인권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다고 느꼈다. 학내·외에서 들려오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구조적 차별의 은폐 역시 학소위에 참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학소위 활동을 통해 인권 의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인권 의식이 낮은 학생들의 인권의식을 개선하고 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 재출범하는 조직이니만큼 새로 시작할 것도, 준비할 것도 많지만,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많은 학생들이 학소위에 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지지해줬으면 좋겠다.

SJ. 바라는 학소위의 미래가 있다면 무엇인가.

권. 다양한 운동 중에서도 학생운동은 그 모든 과정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며 더 많은 움직임의 연쇄를 이끌어낸다. 학생운동을 통해 ‘우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학생운동의 어려움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우리’를 찾아갈 공간이 필요하다. 장벽을 느끼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어 학소위 부활에 힘썼다. 학소위가 함께 무엇인가를 발화해갈 수 있는 공간, 어떤 변화를 시작해볼 수 있는 동력을 주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거리인터뷰

Next Post

낯선 나라와 낯선 가족에게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