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사랑하는 것이 있다

 저는 책이 정말 좋습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책이 좋고 책 읽는 것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요즘도 시간이 나면 틈틈이 학교 안에 있는 도서관을 찾습니다. 도서관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크기가 작은 곳이지만, 책을 읽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충분한 공간입니다. 그곳에서 책을 혼자 읽고 있으면 함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그런 기분을 느끼며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도서관의 진짜 기능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혼자 책을 읽고 공부하는 독서실이 아닌 도서관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는 연결이니까요. 같은 공간에서 함께하는 사람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끈끈한 실을 도서관이 만들어내니까요.

  하지만 제 주위를 둘러보면 좋아하는 책을 함께 나눌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드라마, 영화, 게임 얘기를 나눠보기는 했어도 책에 관한 얘기를 나눠본 적은 거의 없는 걸 보면 말입니다. 점점 바빠져만 가는 사회 속 책을 읽는 사람을 찾는 게 어렵고 제가 좋아하는 책을 읽은 사람을 찾기는 더 어렵기만 합니다. 다양한 콘텐츠가 물밀듯 밀려오는 현실에 책은 그저 큰 의미 없는 종이에 불과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이 좋아하기를 바라는 것이 큰 욕심이라는 것은 알지만, 더 많은 이들이 독서를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씁니다. 책 읽기가 재미없다고 지루하다고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될 수 있다면, 그런 세상이 가능하다면 모두가 진심으로 책을 대하고 읽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누군가에게 독서를 강요할 힘은 없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책 읽기가 즐겁다는 것을, 그리고 다른 콘텐츠가 주는 즐거움과는 다른 경험임을 알기에 자꾸만 권하게 됩니다. 좋은 건 나누고 싶은 법이라 그런가 봅니다.

  〈서울대저널〉에 들어와 이번 호만큼 즐겁고 또 애정 있게 글을 쓴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사는 쓸 때마다 어렵고 벅차지만, 좋아하는 것을 쓴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몰랐습니다. 어느 기사보다도 빠르게 써 내려갔고 진심을 담아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힘들지 않았고 기사를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번 호에 사랑하는 것을 쓰다 쓰는 것조차 사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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