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고학 발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황(context)의 파악이다. 발굴 시 유물과 유물의 출토 상황 전반을 *기질(matrix), 출토위치(provenience), **공반관계(association) 등을 중심으로 파악한다. 고고학은 유적 및 유물이 맺고 있는 관계를 연구한다. 관계는 유적과 유물 간에만 있지 않다. 어떤 유적에 관한 연구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상호 간 관계를 쌓아간다. 몽촌토성은 그런 유적이다.
* 기질: 고고학 자료를 둘러싸고, 지탱 및 유지하고 있는 물리적 환경으로 주로 퇴적물이 이에 해당한다.
** 공반관계: 동일 기질(matrix) 내에서 함께 출토된 고고학 자료 간의 관계를 의미한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의 기획특별전 『왕도한성: 몽촌토성, 1983~2023』이 지난 5월 23일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서울대학교박물관이 발굴한 몽촌토성 출토 주요 유물을 비롯해 2013년부터 한성백제박물관이 재개한 몽촌토성 발굴조사 출토품을 다룬다.
몽촌토성은 한성백제기 제1 왕성인 풍납동 토성에 이어 축조된 한성백제기 제2의 왕성이다. 백제 왕성의 면모를 보여주는 주요 시설들과 3천 점이 넘는 다양한 유물 출토로 몽촌토성은 백제 형성 초기 도읍 구조 파악과 백제인의 삶과 문화 연구의 중요한 유적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몽촌토성에서 출토된 고구려식 원통모양 세발토기와 뚜껑 등 고구려 양식 토기는 몽촌토성을 한반도 중부 이남 지역 진출의 거점으로 재활용한 고구려의 모습 또한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번 특별전은 몽촌토성 출토 유물을 중심으로 삼국시대 백제의 왕도 한성과 백제인의 삶에 더불어 선사시대, 고구려 점유기와 삼국시대 이후까지 몽촌토성 일대에서 삶을 꾸준히 영위해갔을 이들에 대해 말한다.

『왕도한성: 몽촌토성, 1983~2023』은 백제의 첫 왕도였던 한성과 그 왕성이었던 몽촌토성에 대한 특별전이자 몽촌토성 발굴 40주년 기념 전시라는 점에서도 뜻깊다. 몽촌토성 발굴은 1983년 서울대학교박물관에 의해 시작됐다. 전시 도입부의 몽촌토성 발굴조사 연표와 조사 진행을 위한 각종 서류, 발굴조사보고서 간행 과정을 담은 전시물을 통해 서울대학교박물관과 몽촌토성이 관계 맺어온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발굴과정에서 고고미술사학과와 국사학과(現 역사학부 국사학전공) 학부생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1987년 몽촌토성 발굴에 참여했던 서울대학교박물관 권오영 관장은 “현재 학계의 중진이 돼있는 당시에는 청년, 소녀들이었던 이들이 힘썼던 전신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껴보길 바란다”며 “이번 전시는 40년 전 선배들의 학문적 열정을 후배들이 계승 발전시키는 것을 표현하는 데 주력을 다 했다”고 밝혔다.
몽촌토성과 서울대학교의 인연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몽촌토성은 아직 밝혀진 것보다 밝혀갈 것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은 방대한 유물의 양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마무리되지 않은 80년대 몽촌토성 출토 미보고 유물에 대한 정리작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박물관은 미보고 유물 정리작업 관련 연구와 85-2호 토광묘의 용도에 대한 새로운 이론 등 몽촌토성을 둘러싼 새로운 연구성과 또한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인다. 80년대 몽촌토성 발굴에 참여했던 고고미술사학과 이준정 교수는 개회식 축사에서 “자료들을 박물관 수장고에서 꺼내 연구하는 작업을 ‘박물관을 발굴한다’고 한다”며 “몽촌토성에 대한 재보고와 연구 작업이 이번 전시 및 한성백제박물관과의 협약을 통해 계속 연결되고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과거 그들의 선배가 그랬듯 현세대의 연구자들과, 연구자를 꿈꾸는 학부생들에게 몽촌토성과 몽촌토성 출토 유물은 여전히 각광받는 주제다. 전시의 마무리에서 서울대학교박물관은 미래를 말한다. 몽촌토성 출토 유물을 정리하고 전시, 연구, 교육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을 보여준다. 그들은 정황을 연구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쌓아가고 있었다. 몽촌토성은 그런 유적이고 그럴 유적이다.
『왕도한성: 몽촌토성, 1983~2023』은 2023년 8월 31일까지 서울대학교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몽촌토성 출토유물을 따라가며 유물에 녹아있는 과거 사람들의 삶과 서울대학교박물관의 몽촌토성 발굴역사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