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시를 비롯한 중부 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관악캠퍼스에서는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홍수로 인해 중앙도서관을 포함해 다수의 건물이 수해를 입었으며, 특히 피해 규모가 컸던 사범대학과 인문대학은 2학기 개강일까지도 피해를 복구하지 못해 한동안 정상적인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숙사와 사범대학 인근의 도로가 파손되기도 했다. 학교에서 발생한 전체 피해액은 약 3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또다시 장마철을 앞둔 상황에서, 서울대의 여름은 안전할 수 있을까?

사건의 재구성: 비는 어디로 들어왔을까
관악캠퍼스에서 홍수가 발생한 것은 2022년 8월 8일이다. 낮부터 비가 내렸지만, 많은 양은 아니었다.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것은 오후 9시경부터였다. 47동 기상관측소 기준 시간당 강수량은 가장 많은 비가 내렸던 오후 11시에 84.5mm에 달했으며 비는 9일 오전이 돼서야 그쳤다. 8월 8일 하루 동안 관악캠퍼스에 내린 비의 양은 약 287mm였다.
가장 고도가 낮은 정문에서부터 가장 높은 301·302동에 이르기까지, 캠퍼스 전체에 물이 차올랐다. 빗물은 관악산의 경사를 따라 내려왔으며, 그 과정에서 토사가 함께 떠내려왔다. 이 토사는 수해 규모를 더욱 크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버들골에서 시작해 사범대학-인문대학을 거쳐 문화관으로 이어지는 긴 구간에는 이날 홍수에서 가장 큰 규모의 급류가 형성됐다. 이로 인해 해당 구역의 통행이 불가능해지자, 늦은 시간까지 중앙도서관 등 학교에 남아 있던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안전한 귀가 경로를 공유하기도 했다.
야외에서도 도로가 파손되거나 토사가 쌓이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수해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도서 침수, 설비·기물 파손 등은 실내에서 일어났다. 건물 밖에 차오른 물이 건물 안으로도 들이닥친 것이다. 빗물이 실내로 유입된 경로는 대부분 해당 건물의 출입구로, 이미 열려있거나 쉽게 열리는 구조의 문을 통해 물이 유입됐다. 특히 일부 건물에 설치된 자동문이 빗물을 인식해 열리면서 많은 양의 물이 실내로 유입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건물의 1층 출입구가 빗물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지면에서 어느 정도 올라온 단 위에 지어졌지만, 빗물과 함께 떠내려온 토사가 단 주변에 쌓이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관계자들은 옥상 누수에 의한 침수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건물 1층을 통한 유입이 수해의 주원인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건물 내에서 바닥과 천장을 통한 누수는 발생했다. 중앙도서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앙도서관 내부로 물이 유입된 경로는 본관 1층 중앙통로였지만, 바닥을 통해 지하 1층으로 누수가 일어나면서 지하에 있던 열람실과 보존서고에서 수해가 발생했다. 또 관악캠퍼스에는 경사가 큰 지형으로 인해 두 건물의 서로 다른 층이 통로로 연결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더 높은 지대에 위치한 건물의 1층으로 유입된 빗물이 통로를 통해 다른 건물의 2층으로 흘러간 점도 수해 규모가 커지는 원인이 됐다.

물길에 위치한 관악캠퍼스
홍수가 일어났던 8월 8일 중부 지방에 광범위한 폭우가 내리면서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지역이 수해를 입었지만, 관악캠퍼스는 봉천동 등 주변 지역에 비해 유독 피해 규모가 컸던 편에 속한다. 관악산 기슭에 위치한 지형적 특성 때문이다. 수공학을 연구하는 김영오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50년 전에 서울대학교가 물길 위에 얹어진 것”이라며, 관악캠퍼스가 두 개의 물길이 지나가는 위치에 지어졌다고 설명했다. 각각 현재의 버들골에서 자하연을 거쳐 정문으로 흘러가는 물길과, 공대 폭포에서 도림천으로 흘러가는 물길이다. 관악캠퍼스는 처음부터 물이 흘러가야 할 자리에 들어섰던 셈이다. 김 교수는 “(관악캠퍼스 건축 이전) 흙으로 돼있을 때는 지하로 들어갔어야 할 빗물이 도로 위로 흐르는 등의 변화가 일어났다”며 배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사도가 높은 지형에 위치한 관악캠퍼스는 홍수가 발생할 경우 물의 유속이 빠르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로 인해 많은 양의 토사가 물에 휩쓸려 내려오게 되는 것이다. 실제 작년 8월 수해 당시에도 토사를 동반한 빗물이 빠른 속도로 내려와 큰 피해가 발생했다. 수해 당시 일부 구간의 통행이 불가능해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빠른 유속은 구성원들의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 당시 홍수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피해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밤늦게 출근했던 한 직원은 “(물이 너무 세차게 흘러서) 학교에 진입하기가 어려웠다”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문제는 배수야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홍수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배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관악캠퍼스에서 발생하는 홍수는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도시 홍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도시 홍수란 도시화가 고도로 진행되면서 등장한 홍수의 유형으로, 하천의 범람으로 발생하는 전통적인 홍수와 달리 도로·건축물 건설에 따른 도시의 불투수 면적 증가가 발생 원인이다. 지면으로 흡수돼야 할 빗물이 흡수되지 않고 남으면서 홍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영오 교수는 “완전한 자연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지금은 배수를 개선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수해 발생 이후 본부는 ‘관악캠퍼스 수해방지 대책 수립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진은 해당 연구용역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관악캠퍼스의 배수 체계 성능을 평가했는데, 연구 결과 관악캠퍼스의 배수 용량이 지난해 사례와 같은 폭우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구역의 배수 용량이 시간당 40mm 정도로 크게 낮았으며, 총 15곳의 배수관이 시간당 100mm의 비를 배수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진행했던 김영오 교수는 “최소한 80mm에서 많게는 100mm 정도를 목표로 (배수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그 중에서도 배수 용량이 낮은 구역은 즉시 용량 개선 공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폭우 이후 기존 시간당 95mm였던 방재 성능 목표를 시간당 110mm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배수관과 함께 배수 체계를 구성하는 저류조 운영의 문제도 지적됐다. 저류조는 폭우 발생 시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기 위한 시설로, 현재 관악캠퍼스에는 총 세 곳의 저류조가 설치돼 있다. 그 중 정문 지하에 위치한 저류조는 이미 정문까지 내려온 빗물을 저장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관악캠퍼스의 홍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각각 버들골 지하와 공대 폭포에 위치한 두 곳의 저류조다. 지난해 수해 당시에도 두 곳의 저류조가 빗물을 저장했으나, 빗물이 저류조를 가득 채우고 넘치면서 홍수가 발생했다. 특히 버들골에 위치한 저류조에서 범람한 물은 인문대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큰 피해의 원인이 됐다. 김영오 교수는 “도림천으로 물을 보내는 (저류조의) 유출구를 더 열었다면 범람한 물이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류조라는) 좋은 시설을 적절히 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저류조의 운영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악캠퍼스에 설치된 저류조는 서울대가 아닌 관악구가 관리하고 있다. 관악캠퍼스 홍수 방지를 위해, 관악구와의 협의도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하는 지점이다.
지금 당장, 물을 막기 위한 노력
관악캠퍼스의 배수 용량이 높은 수준으로 개선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배수 체계를 개선하는 공사에는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은 홍수가 발생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더라도, 홍수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단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내 기관들과 단과대학들은 홍수 발생 시 물이 건물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홍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던 인문대학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문대학은 버들골 방향에서 내려오는 물을 막기 위해,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한 7동과 8동을 둘러싼 벽을 건설할 계획이다. 또 출입구를 통해 물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 출입구에 이동식 차수벽을 설치하고, 출입구의 높이를 더 높이는 공사도 진행한다. 그 외 인문대학은 자동문을 수동문으로 교체하고, 문이 없는 통로에 문을 설치하는 등의 방안을 준비 중이다. 인문대학 관계자는 “늦어도 7월 전에는 홍수 대비를 완료할 것”이라며 “(홍수 대비 대책이) 70~80% 가량 피해를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문대학 외에도 여러 기관에서 물을 막기 위해 차수벽 설치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기관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지난해 천장을 통한 누수로 장서 10만 권이 침수됐던 중앙도서관은 출입구에 차수벽을 설치하는 동시에, 보존서고 천장에 페인트 처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수해 방지 대책은 대체로 빗물이 건물 내부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대책은 빗물이 건물 내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수해 규모를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관악캠퍼스 홍수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 야외에서 발생하는 홍수 피해는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홍수 발생 시 구성원들의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게 된다. 수해를 예방하고 구성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배수 체계에 대한 개선이 빠르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가 심화되면서 이상기후 현상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폭우도 이상기후의 한 사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21년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 성과를 종합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 10년에 한 번 발생하는 수준의 큰 호우가 지구 평균 온도 1.5℃ 상승 시 1.5배 더 자주, 11% 더 강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장 올해 여름, 태평양 수온이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한국의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근본적인 수해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