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편안할 안(安)에 온전할 전(全).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음. 또는 그런 상태’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태를 유지하기엔 우리를 위협하는 물리적, 경제적, 정서적… 단어에 다 담아낼 수 없는 어려움들이 일상에 도사린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모두가 안전하게 살 수는 없는 걸까요? 안전한 사회를 향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공론장을 채우는 공동체를 만드는 건 어려울까요?

  이번 커버스토리는 꼭 한번은 다뤄보고 싶어 지난 세 학기 내내 기획 회의에 슬쩍 들이밀어 봤지만 채택되지 못했던 주제였습니다. 1년 반이 흘렀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람답게 살 권리’를 외치는 목소리가 늘어갔습니다. 그때마다 노트북 파일 속 잠자고 있었던 이 커버스토리 주제가 떠올랐습니다. 이번 커버스토리야말로 노인들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그리고 언젠가는 노인이 될 모두의 더 안전할 내일을 위한 논의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족하지만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물에 부디 많은 이들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있기를 온 마음 다해 바라봅니다.

  1년 반이 지나는 동안 저를 둘러싼 환경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조부모님께서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하시게 되면서 부모님과 함께 노트북을 펴놓고 노인장기요양보험,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데이케어센터와 같은 단어들을 검색하고, 또 공부했습니다. 의료비 지원부터 돌봄 서비스 제공, 요양병원과 노인복지관 등 알아둬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다들 이 많은 걸 어떻게 공부하고 신청하는지, 존경심이 샘솟았습니다. 그래서 더 공부해야겠다고, 그리고 그렇게 공부한 내용을 기사에 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멀게만 생각했던 이번 커버스토리의 주제가 정신을 차려보니 한 발, 한 발 성큼성큼 제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사를 쓰면서 계속 주변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노인만을 조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기에 다뤄야만 하는 내용, 다루고 싶은 내용들을 눌러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노인이 처한 현실이 이렇게 힘들다’만 나열하는 무책임한 기사를 쓰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모든 노인은 이렇다’는 일반화를 경계하고, 취재하는 태도 역시 자주 성찰했습니다. 그럼에도 미처 살피지 못한 날 선 말들이 남아있을까 데스크칼럼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려만 가득합니다. 그렇지만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노인이 마주한 어려움을, 그리고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어 부족한 실력에 아등바등 애를 썼다는 변명 같은 말을 남겨봅니다.

  남의 일을 내 일처럼, 누군가가 마주한 문제를 어떻게 타개해나갈 수 있을지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사회를 꿈꿔봅니다. 서로 돕는 사회가 멋모르는 이상주의자의 바람이라면, 기꺼이 이상주의자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제 자리에서 목소리 내고,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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