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호에서는 두 명의 기자가 한 편의 연극과 한 권의 희곡집, 한 명의 PD가 한 편의 뮤지컬을 소개했습니다.

사진 설명 시작. 뮤지컬 「제시의 일기」의 공식 포스터다. 오래된 갈색 종이 위에 한 권의 책이 놓여 있다. 맨 위에는
▲「제시의 일기」 공식 포스터 ©네버엔딩플레이

「제시의 일기」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 2023.08.29.~2023.10.29.

정서원 PD julianajsw@snu.ac.kr

  1928년의 어느 날, 한 부부에게 아이가 찾아왔다. 이름에는 소망이 담긴다고 했던가. 부부는 넓은 세계를 무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길 바라며 딸의 이름을 제시라 짓는다. 뮤지컬 「제시의 일기」는 독립운동가 양우조, 최선화 부부의 8년간의 육아일기를 다룬다. 서툴지만 최선을 다해 제시를 양육하는 부부. 맑은 날에는 일본군의 공습이 있기에 흐린 날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날들이었지만, 서로의 맑음으로 가족은 내일을 그리며 오늘을 살아간다.

  삶을 기록하는 행위는 역사를 기록하는 행위와 같다. 「제시의 일기」는 독립운동가이자 부모였던 이들과 그들의 딸 제시의 역사 기록이다. 그들의 소망이 이뤄진 오늘날, 우리는 어떤 역사를 기록하고 있을까?

사진 설명 시작. 연극 「이 불안한 집」의 공식 포스터다. 왼쪽 위부터
▲「이 불안한 집」 공식 포스터 ©국립극단

「이 불안한 집」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2023.08.31.~2023.09.24.

이강 기자 leekang@snu.ac.kr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인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복수와 그로 인한 신들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다. 아내는 죽은 딸의 복수를 위해 남편을 살해하고, 아들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인다. 원작에서 소외됐던 여성 인물들, 이피지니아와 엘렉트라를 새롭게 조명하는 각색이 특징이다. 연극의 세 막은 각각 원작의 세 비극에 대응하는데, 서사가 집약되며 새로운 주제 의식이 드러나는 3부가 극을 특별하게 만든다. 그리스 비극을 재창조한 지니 해리스의 희곡과 김정의 감각적인 연출이 만났다. 300분이라는 공연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사진 설명 시작. 희곡집 『보도지침』의 표지다. 남색 배경에 위 아래로 검은색 큰 동그라미가 그려져있고, B를 닮은 문양이 그 오른쪽에 같은 색으로 그려져있다. 그림의 가장 왼쪽 위에는
▲『보도지침』 표지 ©yes24

『보도지침』 

오세혁, 걷는사람, 2021.

김유민 기자 webkid2000@snu.ac.kr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을 지켜라. 과연 무엇이 그리도 “말할 수 없는” 것이었나. 정부가 언론 통제를 위해 특정한 사건을, 특정 방식으로 보도하도록 내린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은 사회부 기자 주혁과 월간지 ‘월간독백’의 편집장 정배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판으로 재구성됐다. 희곡은 이들이 대학 시절 활동했던 연극 동아리와 재판장 사이의 시공간을 오가며 각 인물이 말하고 싶은,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말들을 쌓아간다. “왜 구속을 감수하면서까지 (잡지를) 발행”하냐는 질문에 “말까지 안 하면 죽을 것 같았다”고 답하는 정배처럼, 희곡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이야기, 그 어느 언론에도 실리지 못한 이야기를 법정 진술과 연극 동아리에서의 독백을 통해 풀어낸다.

  오세혁 극작가의 희곡 「보도지침」을 포함해 「지상 최후의 농담」, 「괴벨스 극장」, 「전선의 고향」, 「분장실 청소」 다섯 작품이 실려 있는 희곡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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