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시작. 「2023 세대공감영화제」 녹색과 흰색이 섞인 현수막이 걸려있는 무대 아래 두 개의 흰색 의자가 있고 그 앞에 녹화용 카메라가 있다. 무대 아래에는 원형의 테이블과 의자로 이뤄진 관객석이 있다. 사진 설명 끝.

  ‘세대 갈등이 심하다’ 80%, ‘세대 갈등은 더욱 심화하거나 비슷할 것이다’ 90%. 지난 2월 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대 갈등 인식 설문조사 결과다. 그 어느 때보다 세대 갈등이 첨예하고 세대 간 거리가 점점 멀어져가는 시점, 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노력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림극장도 그런 곳이다. 지난 9월 1일부터 3일까지 인천 미림극장에서는 ‘세대공감’을 주제로 한 특별한 영화제가 열렸다. 미림극장은 아무도 갈등하지 않는 문화 공간을 꾸려가기 위해 노력해왔다. 세대를 무엇으로 어떻게 아우를 수 있으며, 영화관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인천 미림극장과 세대공감영화제에서 찾아봤다.

사진 설명 시작. 회색 건물의 외벽에

사진 설명 시작. 빨간색과 은색으로 이뤄진 두 문으로 구성된 상영관의 문이다. 왼쪽 문이 열려있고 그 사이로 객석이 보인다. 문 위에는 빨강 바탕에 흰 글씨로

  미림극장은 천막 극장에서 시작해 인천시민과 6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해 온 단관극장이다. 스크린이 딱 한 개뿐인 미림극장은 고전 영화와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한다. ‘세대가 함께하는 가족문화공간’이라는 모토 아래 관객은 과거의 추억을 바라볼 뿐 아니라 새로운 추억을 쌓아간다. 

  미림극장이 처음부터 오늘의 모습인 것은 아니었다. 극장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밀려 2004년 한차례 폐관의 아픔을 겪었다. 이를 다시 일으킨 것은 시민사회였다.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힘입어 2013년, 미림극장은 ‘추억극장 미림’이라는 이름을 달고 인천 최초이자 유일한 실버전용관으로 재탄생했다. 최현준 미림극장 대표는 “상업 영화보다는 추억이 담긴 고전 영화를 중심으로 상영하기를 원했고, 어르신들이 마음 편히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염두에 둬 자연스럽게 실버전용관이라는 컨셉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서울 허리우드극장을 필두로 한 실버극장 붐도 미림극장이 실버전용관으로 자리 잡게 하는 데 한몫했다.

사진 설명 시작. 흰 벽 위에 사진들이 여러장 붙어있다. 각각의 사진은 단체사진이다. 카메라를 바라보고 포즈를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설명 끝.
▲영화팬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강의, 시네마 데카메론강의 기념 사진

사진 설명 시작. 2층으로 구성된 영화상영관의 모습이다. 1층에는 빨간 의자가 2층에는 초록 의자, 회색 의자가 있다. 2층 위에는 상영실이 보인다. 2층의 덮개가 시작되는 돌출된 부분에

  미림극장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벤허》(1959), 《여자의 일생》(1968) 등 국내외 고전 영화를 상영한다. 최현준 대표는 “멀티플렉스의 경우 어르신들이 방문하기는 불편하거나 어려울 수 있고, 상영되는 영화들이 대부분 휘황찬란하고 속도감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림극장은 영화 상영 뿐 아니라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워크숍, 교육, 전시 등을 통해 극장을 찾는 노인 세대가 문화예술의 욕구를 개발하고 충족하게끔 한다. 최 대표는 “관객분들의 이야기를 모아 영상으로 전시하기도, 시집을 발간하기도, 뮤지컬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모두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 시작. 포스터다. 상단 오랜지색 테두리 안에 고 오랜지색 셔츠와 운동화, 빵모자, 흰 바지를 입은 단발머리 할머니가 한 손에는 팝콘을 한 손에는 바가지머리 손자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손자는 흰 옷을 입고 오렌지 운동화를 신었으며 한 손에는 콜라를 들었다. 그 아래로

미림극장 새단장 포스터. 영화매니아 할머니와 손자를 형상화한 로고가 그려져있다.

  미림극장은 이후 한 차례 운영 방향을 바꿨다. 최현준 대표는 “영화는 전 세대에 걸쳐 꿈과 희망, 자극을 줄 수 있다”며 “특정 세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이 공간이 주는 의미를 전달하고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고전 영화 상영에서 한 발 더 나갈 필요가 있었다. 고전 영화와 더불어 독립예술영화를 상영하고 세대 간 소통을 지향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서 미림극장은 새롭게 출발했다.

사진 설명 시작. 전시실이다. 왼쪽 벽면에
▲미림역사관 전경

미림역사관 전경

사진 설명 시작. 장부들이다. 빛바랜 종이에 세로쓰기로 적힌 글씨가 빼곡하게 차있다. 몇 장부에는 빨간 도장이 찍혀있다. 사진 설명 끝.
▲영화관 장부

영화관 장부

사진 설명 시작. 4장의 영화 포스터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포스터는 직접 그린 것들이다. 사진 설명 끝.
▲영화 포스터 사진

영화 포스터 사진

사진 설명 시작.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 렌즈가 6점 전시돼 있다. 렌즈는 금색과 검정색이 섞였고 다양한 크기다. 가장 큰 것은
▲카메라 렌즈

카메라 렌즈

사진 설명 시작. 상단 오른쪽에 동그란 회색 필름통이, 왼쪽에 동그랗게 말린 검정 필름이 있다. 회색 필름통 위의 흰색의 동그란 공간에는
▲영화 필름과 상영중 안내 판넬

영화 필름과 상영중 안내 판넬

  새롭게 출발한 극장은 청소년에게 자신을 소개하고자 했다. 2016년 조성한 미림역사관은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최현준 대표는 “역사가 60년이 넘는 영화관인데 극장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극장에서 35년간 필름 영사기를 돌린 영사기사로부터 얻은 영사기와 영사 필름, 옥상 지붕 사과 상자 안에서 찾은 옛 영화관 장부들까지 미림극장의 추억을 모아 전시했다. 최 대표는 “미림역사관을 통해 필름이나 영사기를 보여주며 필름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미림극장이 영화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에게 진로 체험 공간으로서 하나의 자극이 됐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청소년에게 영화와 영화관 운영을 교육하고 최종적으로는 영화제를 개최하게 하는 씨네마키드 영화관 운영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청소년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사진 설명 시작. 세대 공감 영화제 포토월이다.

사진 설명 시작. 파란색 조끼와 명찰을 건 5명의 학생이
▲미림극장 서포터즈 미리미

미림극장 서포터즈 미리미

사진 설명 시작. 호러영화제 카드들이다. 어두운 숲을 배경으로 회색 피부의 여성과 남성 캐릭터가 정장을 입은 채 서있다. 그 위로
▲2022년 7월 개최된

2022년 7월 개최된「3일 3색 세대공감 영화제」의 호러영화제 카드

  작년 7월에 처음 개최돼 올해 가을로 3회를 맞이하는 ‘세대공감영화제’는 다양한 세대가 극장을 즐길 수 있게끔 한 미림극장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9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2023 세대공감영화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극장을 찾은 다양한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간 행사였다. 기획 단계부터 미림극장의 대학생 서포터즈, 미리미 5기가 함께해 컨셉과 아이디어를 내고, 마케팅과 행사 운영 전반에 참여하며 영화제를 꾸려나갔다. 영화제에서 상영한 총 11편의 영화 중 인천 출신 감독 신청작 3편과 한국영상자료원 자체 추천작 1편을 제외한 나머지 7편은 세대별 일반 관객의 신청 영화로 꾸렸다. 영화제 동안 영화에 담긴 관객들의 사연도 함께 소개됐다. 

사진 설명 시작. 서로를 바라본채 술잔을 입에 대고 있는 두 남녀의 흑백 사진을 배경으로
▲《카사블랑카》(1942)에 대한 80대 관객의 사연

《카사블랑카》(1942)에 대한 80대 관객의 사연

사진 설명 시작. TV화면에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의 애절한 기억, 따뜻한 추억을 만나는 시간'이란 문구가 적혀있다. 그 뒤로 전시공간이 보인다. 사진 설명 끝." width="1000" height="665" style="width:1000px;height:665px;vertical-align:middle;" />

「2023 세대공감영화제」 『관객의 이야기』전시회

사진 설명 시작. 한 여성이 모니터를 앞에 둔 채 마이크에 대고 사연을 읽고 있다. 그 아래

사진 설명 시작. 한 여성이 모니터를 앞에 둔 채 마이크에 대고 사연을 읽고 있다. 그 아래

9월 세대공감영화제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라는 자막이 떠있다. 사진 설명 끝." width="999" height="665" style="width:999px;height:665px;vertical-align:middle;" />

「2023 세대공감영화제」 상영작 《벤허》(1959)에 대한 관객의 사연 방송

사진 설명 시작. 《벤허》 관람 티켓이다. 왼쪽 상단에는

《벤허》 관람 티켓

사진 설명 시작. 중년의 남성이 『관객의 이야기』에 전시된 사연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사진 설명 끝.
▲『관객의 이야기』를 둘러보고 있는 관객

『관객의 이야기』를 둘러보고 있는 관객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은 다양한 시대의 영화를 감상하고 GV행사에 참여해 영화를 추천한 감독에게 질문하거나 감상을 나누기도 하며 영화제를 즐겼다. 최현준 대표는 “고전 영화가 상영되는 이른 아침 젊은 관객들이 와서 영화를 보고, 반대로 늦은 시간에 어르신들이 극장을 찾아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최근 영화를 보는 것이 신기했다”며 “영화를 통한 세대 간 소통이라는 이상적 그림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사진 설명 시작. GV 일정표다. 왼쪽부터 차례로 김홍준 원장, 백승기 감독, 김초희 감독, 임순례 감독, 이란희 감독의 사진과 GV 작품 및 시간이 적혀있다. 사진 설명 끝.
▲「2023 세대공감영화제」GV 일정표

「2023 세대공감영화제」GV 일정표

사진 설명 시작. TV 모니터에 9월 3일

「2023 세대공감영화제」9월 3일 상영작

사진 설명 시작. 임순례 감독과 최현준 미림극장 대표가 무대에서 GV를 진행하고 있다. 관객들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설명 끝.

임순례 감독 추천작《쌍무지개 뜨는 언덕》(1977) GV

  한편 이번 영화제는 과거 자료에 대한 아카이빙과 전달이라는 미림극장의 또 다른 성격을 재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9월 3일 상영된 임순례 감독 추천작 《쌍무지개 뜨는 언덕》(1977)은 상영본 필름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2020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작품의 16mm 흑백필름을 발견해 복원을 진행했고, 저작권자와의 사용료 협상을 거쳐 이번 영화제에서 선보일 수 있었다.

사진 설명 시작. 안경을 쓴 최현준 대표가 영화포스터들이 가득한 벽을 배경으로 두 손을 모은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사진 설명 끝.

미림극장 최현준 대표

  최현준 대표는 세대를 잇는 공간으로써 영화관이 갖는 힘을 믿는다. 최 대표는 “보통의 문화시설은 접근성과 추구하는 활동 면에서 젊은 세대를 중점으로 짜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영화만큼은 세대와 세대가 넘나들 수 있는 예술 장르라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행사나 상영회 등 다양한 기획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다. 최 대표는 “문화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그런 문화와 문화 공간을 지켜나가기 위해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 민간의 노력을 이해하고 현실적 정책이나 방법을 만들어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사진 설명 시작. 미림극장 포스트존이다. 할머니와 손자가 가운데 그려져있는 엽서들이 벽에 붙어있다. 개별 엽서에는 관객들이 남긴 한 마디가 적혀있다. 사진 설명 끝.

미림극장과 관객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 미림극장 포스트존

사진 설명 시작. 미림극장의 역사가 담긴 여러 사진들이 벽에 붙어있다. 단체 사진도 포스터도 프로그램 활동사진도 있다. 사진 설명 끝.

미림극장과 관객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 미림극장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

  언제까지 이 공간을 간직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극장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건물주가 따로 있고, 극장과 얽힌 재정 문제도 있어 언젠가는 극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불확실한 미래지만 그래도 최현준 대표는 “오늘에 집중하는 영화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하루가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것”이 미림극장과 최 대표의 소망이다.

사진 설명 시작. 극장 외부 모습이다. 회색 벽면에 영화제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다. 왼쪽 상단에

「2023 세대공감영화제」가 열린 미림극장 외부 모습

 

  이번 「2023 세대공감영화제」의 팜플렛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었다. ‘세대를 잇는 언어 영화, 세대를 잇는 공간 극장’. 오늘도 미림극장은 세대를 이어간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Next Post

길러내기, 살아가기, 여성농민의 농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