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땅 위에서 돈 벌고, 돈 쓰기

노년층이 마주한 경제적 어려움

  나이가 들어 평생을 함께해 온 노동의 일선에서 물러나는 이들이 기쁨을 맞이하는 것도 잠시, 이 중 많은 사람이 노동에서는 해방됐지만 돈에서는 해방되지 못했다고 말한다. 생업에 종사하는 긴 시간 동안 자꾸 미래를 내다보고 노후 대비에 열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연금만 받아서는 여유롭게 살 수 없다는 조언, 그마저도 재정이 곧 고갈될 것이라는 뉴스는 부동산과 투자 등 노후 대비 열풍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노후 대비를 온전히 개인의 몫이라 선을 그어선 안 된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언제나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국가가 도울 책임이 있다. 초고령 사회가 임박한 우리나라, 이제 노년층이 마주한 경제적 어려움은 비단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 빈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사회·경제적 제도를 살펴 노후 대비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노인 빈곤과 국민연금, 그리고 노인 일자리 지원사업을 톺아보며 모두가 노후 걱정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그려봤다.

여전히 누군가는 ‘잘살지’ 못하는 나라

  OECD 주요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통계청이 실시한 「가계금융복지조사」(2021) 결과에 따르면 노인 빈곤율, 즉 66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상대 빈곤 상태인 이들의 비율이 2021년 기준 전체의 37.6%였다. 우리에게는 빈곤과 1위라는 단어의 조합이 매우 낯설다. 빈곤은 이제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진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수치엔 함정이 숨어있다. OECD가 빈곤율을 측정할 때 활용하는 소득은 ‘가처분소득’으로, 부동산과 같은 비현금성 자산을 포함하지 않는다. 총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상대 빈곤율보다 OECD의 기준에 따라 측정한 빈곤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부동산과 같은 비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다시 계산한 결과 노인 빈곤율은 21%로 나타났다. OECD 평균 노인 빈곤율인 13.1%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노인 다섯 중 하나는 지금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빈곤과 사회정책을 연구하는 김태완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노년층 빈곤 해소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년층의 특징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분석 없이 이전에 시행해왔던 복지 정책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만 한다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 해소를 더디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으로 ‘소득 크레바스’를 지적한다. 소득 크레바스는 은퇴와 연금 수급 개시 사이 소득 없이 지내는 기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에 따라 60세 이상을 정년으로 정한다. 반면 가장 대표적인 노후 소득 보장 제도인 국민연금, 그중에서도 소득 활동에 종사하지 못하는 노인에게 지급되는 노령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은 만 65세 이상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김문정 연구위원은 “노동시장 은퇴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동일한 해외의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는 최대 5년의 공백이 있어 이 시기 노년층의 빈곤 위험성이 매우 커진다”고 설명했다.

  노후 소득 보장의 핵심은 가장 많은 이들이 수급할 수 있는 연금제도에 있다. 부동산과 같은 비현금성 자산이 없다면 대부분의 노인이 은퇴 후 노년기 생활비를 노령연금으로 충당한다. 소득 크레바스가 노년층 가계에 치명적인 이유 역시 노령연금을 제외하면 마땅한 수입원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 설명 시작. 신한은행에서 제공하는 퇴직자를 위한 배너다. 맨 위쪽에는 파란색 배경 위에 신한은행의 곰돌이 마스코트와 함께 비행기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바로 아래에는
▲노후 대비 방안을 소개하는 배너

  노인 빈곤 해소가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집단이 ‘노년층’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여있다는 데 있다. 현재 노년층은 세대, 성별, 근로 형태에 따라 서로 각기 다른 고충을 겪고 있고, 그 원인 또한 서로 다르기에 이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1960년대 이전 출생한 이들, 즉 현재 노령연금의 수급 대상인 현세대 노인 중 일부는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충분하지 않아 연금을 통한 노후 소득 보장이 불가능하다. 김태완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1988년 근로자를 중심으로 도입됐는데, 이미 당시 40세 이상이었거나 자영업자였을 경우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여성 또한 해당 시기 대부분 전업주부였기에 국민연금 가입 대상이 아니었다. 정책 시행 초기 연금제도의 사각지대가 있었고, 그때 가입 대상으로 고려되지 못한 이들을 뒤늦게 가입시켰으나 연금 가입 기간이 짧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국민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 모든 이들이 연금제도에 편입되지는 못했다. 김태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해 연금 가입 기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계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 환경의 안정성, 임금과 같은 측면에서 노동집단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양극화되고 분절돼 있는데, 일반적으로 후자에 속하는 자영업자, 비정규직, 전업주부 등의 직종 종사자 중 국민연금 가입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적용 제외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급 대상이 된다고 해도 노동 시기 납부한 국민연금 보험료가 적어 노후에 지급되는 연금 또한 충분치 않다.

  매우 높은 출산율을 보였던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출생한 베이비 붐 세대가 연금과 관련해 가지는 문제는 또 다른 양상이다. 베이비 붐 세대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를 이끌어오다 2020년부터 노년기에 진입했다. 2020년 이후는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는 곧 노령연금 지출 증가를 의미한다. 제한된 재정 내에서 지원해야 할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베이비 붐 세대가 고령층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이어질 것이다.

일찍 내고, 늦게 또 적게 받고

  문제가 계속되니 ‘현재의 연금 정책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안정적인 노후 보장이 가능한가’와 같은, 불신 섞인 물음이 지속되고 있다. 결국 노인 빈곤 해결을 논할 때 연금제도 개혁으로 논의가 귀결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노령연금을 포함해 노인 대상 현금성 지원 제도가 가진 문제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수령액 부족 문제, 두 번째는 소득대체율 문제, 마지막으로는 앞서 언급했던 국민연금 재정 고갈 문제다.

  노인을 위한 대표적인 현금성 지원책으로는 소득인정액에 따라 수급 대상이 결정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 그리고 노후 소득의 중심이 되는 노령연금이 있다. 그러나가장 많은 이들이 수급할 수 있는 노령연금의 경우도 가입자 평균 수급액이 2022년 기준 월 58만 원에 그친다. 기초연금과 노령연금을 동시에 수급할 수도 있으나, 이마저도 전체 노인의 30%에 불과하다. 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을 합친 수급 금액은 월에 약 90만 원으로, 여전히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금액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21년 실시한 「국민노후보장패널조사」(2022) 결과 노인 1인 가구의 월 최소생활비는 124만 3천 원이었다. 기초연금까지 같이 수급하는 이들조차도 연금만으로 최소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 액수가 아닌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고려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벌어들였던 소득에 비해 은퇴 뒤 받는 노령연금이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월 연금 수령액을 연금 가입 기간의 월평균 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31.2%에 불과하다. 한 개인이 퇴직할 때까지 월평균 100만 원을 벌었다면, 은퇴 후에는 노령연금으로 약 31만 원밖에 수령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OECD 회원국의 의무가입 연금제도의 평균 소득대체율인 51.8%보다 20%p 이상 낮은 수준이다.

  노령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는 노인 인구가 늘고, 연금으로 지출해야 할 예산 또한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 2021-2060」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전체인구 중 노인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고, 급속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이미 노령연금 수급 비율이 꾸준히 증가해왔고, 노인 인구까지 급격히 늘면서 국민연금 고갈이 가속화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가장 인구가 많은 베이비 붐 세대가 노년층에 완전히 편입되기 전, 대비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3대 사회개혁 과제 중 하나로 ‘국민연금 개혁’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올해 9월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연금 개혁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공청회에서는 보험료율, 지급 개시 연령, 수익률을 조절해가며 도출한 다양한 시나리오 중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매년 0.6%p 올리고, 2033년부터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6세 이후로 늦추며 기금 운용 수익률을 개선하는 방안을 개혁안으로 채택했다. 이러한 방안이 실제로 시행되면 현재 2055년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최대 2093년까지 미룰 수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이들에게 노령연금을 지급해야 하니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하자는 단순한 해법은 장기적으로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태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것을 보험료만으로 지탱하고자 하다 보니 재정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령연금을 포함한 국민연금은 사보험이 아닌 사회보험으로, 보험료 납부자 외에 정부와 연금공단도 함께 운영 주체로서 참여한다. 김 위원은 국민연금이 “국가와 가입자가 함께 책임지는 제도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가입자에게 부담이 되는 보험료 인상과 정부 재정이 담당해야 하는 소득대체율 조정을 복합적으로 시행해야 하나 현재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여전히 소득대체율 관련 논의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도 문제다. 현행 소득대체율을 장기적으로 40%에서 50%로 올리는 안은 이번 보고서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에 반발해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 소속 동아대 남찬섭 교수(사회복지학과)와 경기대 주은선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노후 소득 보장 강화 필요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의하며 위원직에서 사퇴했다.

  김태완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연구원 추계에 의하면, 현재 노인 복지 정책의 기조를 유지한다면 2040년 혹은 2050년이 되어도 노인 빈곤율은 30%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든 문제를 덮어두고 일단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수급 시기를 늦추는 것은 올바른 문제 해결의 방향이 될 수 없다. 

노동하는 노인, 노동하고 싶은 노인들

  김태완 연구위원은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현금성 지원 외에도 노인 일자리 사업, 근로 장려금 지원 등과 같은 소득 보장 방안을 개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금성 지원에 더해 노인이 장기적으로 경제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문정 연구위원은 “근로소득을 얻어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는 이미 2004년 이러한 정책 방향성을 설정해 노인 일자리 사업을 도입했고, 관련 논의를 계속해왔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도입 이후로 양적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발표한 「제3차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종합계획(2023~2027)」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일자리 수는 2013년 약 24만 개에서 2022년 약 85만 개로 10년간 3.5배 늘었고, 투입 예산 또한 5.8배 증가했다. 이번 3차 계획에서도 향후 5년 동안 인구의 10% 수준으로 노인 일자리를 확대할 것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전체 노인 중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이들은 22.4%이나, 현재 확보된 노인 일자리 사업량은 전체 노인 인구 대비 10%도 되지 않는다. 김문정 연구위원은 “노인실태조사 결과만으로 일자리 수요를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나, 분명히 노인 일자리를 원하는 이들에 비해 일자리가 충분한 양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인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그중에서도 베이비 붐 세대가 노년층에 완전히 편입되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노인 일자리의 수요와 공급 사이 간극은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문정 연구위원은 특히 베이비 붐 세대가 “생애 내내 일자리에 종사한 직업 이력을 갖고 있어 노후에도 사회경제적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세대적 특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징으로 미뤄봤을 때 노인 일자리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다시 한번 그 방향성을 점검하고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그러나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해 현재의 노인 일자리 정책은 자꾸만 브레이크가 걸리는 듯한 모습이다. 문제의 핵심은 현재의 일자리 정책이 장기적인 노년층 고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데 있다.

  노인 일자리는 크게 단순 노무 위주로 구성된 공공형 일자리와 민간 기업 및 사업체에 고용되는 형태의 민간형 일자리로 나뉜다. 현재 공급된 노인 일자리의 80%, 약 69만 개가 공공형 일자리에 해당하는데, 공공형 일자리는 정부에서 임금을 지원하며 사회 공헌적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공공형 일자리를 중심으로 노인 일자리를 늘려갔다.

인포그래픽 설명 시작. 가장 위에 인포그래픽 제목인
▲노인 일자리 유형별 분류(2023) ©송나윤

  문제는 노인들이 주로 취업하는 공공형 일자리가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의 비정규직이나 임시직, 단순 노무를 수행하는 아르바이트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임금 수준도 민간형에 비해 낮다. 장기적인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근로 환경이 열악하고 보수 또한 부족하다는 점에서 일자리의 질적 강화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반면 만 60세 이상 노인이 민간 기업 및 사업체, 비영리단체 등에 고용되는 형태의 일자리를 의미하는 민간형 노인 일자리 수는 전체의 약 2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문제는 민간형 일자리의 경우 정부가 아닌 시장에서 직접 임금을 지급하는데, 사업체에게 노인을 고용하는 것이 상당한 부담이다 보니 민간형 일자리의 원활한 운영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는 것이다. 김문정 연구위원은 “민간 기업 및 사업체에게 고령 인력을 채용하고 고용을 유지하도록 유인 기제를 제공하거나, 고용 부담을 완화해주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민간형 일자리 비중 확대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민간형 일자리를 확대해야 할 최적의 시점이다. 최근 노년기에 진입한 베이비 붐 세대가 현 노년층에 비해 경제적 자립 능력, 학력, 디지털 친숙도 등 인적 역량이 높아 전문적인 일자리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높은 효율과 생산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단순·단기직이 아닌 분야로의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

  민간형 노인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시니어인턴십사업’은 고령 인력 채용에 따른 인건비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노년층 장기 고용을 유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예시다. 김문정 연구위원은 더 나아가 “인건비 지원 외에도 노년층 채용과 고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해볼 때”라고 말했다. 산업재해나 작업장 안전관리 문제 등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문제들을 사회가 함께 발굴해 더 많은 노인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논의해봐야 할 필요성도 인식되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중요하다. 「제3차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종합계획(2023~2027)」 또한 ‘지역 특성·인구구조 등이 다양화되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이 지역사회에 적합하게 운영될 수 있는 지원체계 필요성도 증대’되고 있다고 언급한다. 지역사회에서 직접 노인 일자리를 개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실버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노인 일자리 창출형 플러스카페를 운영한다. 현재 4호점까지 확대된 플러스카페는 노인들이 직업적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용을 넘어 플러스카페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도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진 설명 시작. 플러스카페의 외부 사진이다. 푸른 하늘 앞으로 투명한 유리창이 외벽에 붙은 건물이 있고,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플러스카페 2호점

  일생의 긴 시간을 지탱해왔던 노동소득이 사라지면서, 인생 2막에 들어선 이들은 경제적 기반이 휘청이는 순간을 경험한다. 더는 일상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을 때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정도 지원했으면 충분하다’며 그 손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나. 연금제도와 노인 일자리 지원사업의 부족한 점은 덮어둔 채 그저 현행 정책을 유지하기에 급급하지는 않나.

  성찰하고 변화해야 할 이 시점, 실마리는 결국 다양화에 있다. 노령연금 제도와 현금성 지원에 의존하는 공적 노후 소득 보장 체계를 고수하려는 관성에서 벗어나 노년층의 빈곤 해소가 어려운 이유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노인 세대를 세분화해 각자가 가진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노인 일자리 정책 또한 민간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일자리의 질적 제고를 위해 다양한 직종을 개발해야 한다.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며 제도를 변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누구든 도움의 손길을 뻗으면 그에 맞는 맞춤형 노인 복지 정책이 손을 내밀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고민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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