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 노조)는 서울대병원 본관 시계탑에서 ‘서울대병원분회 파업 1일차 출정식’을 진행해 파업의 시작을 알렸다. 서울대병원 노조에는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등에서 일하는 3,800여 명의 의사직 외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으며, 이번 파업에는 응급실, 중환자실 등에서 일하는 필수유지인력을 제외한 하루 평균 1,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돌아가며 참가한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총파업은 작년 11월 이후 1년 만이다.
파업 이틀차인 지난 12일에는 시청역에서 ‘의료연대본부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결의대회에는 서울대병원 소속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국립대병원 파업을 함께하고 있는 경북대병원 노동자들도 참가했다. 노동자들은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요구 사항
이번 파업에서 서울대병원 노조는 ▲의료공공성 강화 ▲필수인력 충원 ▲노동조건 향상 ▲실질임금 인상 및 공공의료수당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서울대병원이 어린이병원 병상을 축소하는 동시에 비보험 병실은 늘리는 등 영리화에만 집중하며 국립대병원의 의료공공성에 대한 책임을 유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이렇게 얻어낸 수익으로 의사 수당을 60% 인상하는 반면 의사직 외 직원의 임금 인상률은 1.7%에 불과하다며 노동환경의 불평등도 함께 강조했다.

결의대회에서 건강과 대안 변혜진 상임연구위원은 “의사, 약사들이 떠넘기는 업무를 맡아야 하는 간호사는 의료사고 걱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간호사 업무의 열악함을 토로했다. 앞서 노조는 파업을 예고하며 ‘감당할 수 없는 업무로 인해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떠나고 있’다며 국립대병원 간호사 중 59%가 입사 2년 내 퇴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 이희승 교섭위원은 “서울대학교 병원장은 인력 충원 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섭위원은 인력 부족 문제는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데도, 병원 측은 자금난을 핑계 삼아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파업 전날인 지난 10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건강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필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공공부문의 무거운 책무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노사의 적극적인 교섭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섭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파업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노조 측은 병원이 ‘파업 돌입일에 연예인을 불러 공연 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며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3일에는 병원 측이 필수유지업무와 관련이 없는 노동자를 필수유지업무 근무자로 지정해 징계를 예고했다며 ‘노조 탄압을 멈추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