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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이끄는 목소리’, 추모와 연대 빛난 故 이한빛 PD 7주기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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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이끄는 목소리’, 추모와 연대 빛난 故 이한빛 PD 7주기 추모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故 이한빛 PD 7주기 추모제 열려

  지난 10월 26일 상암동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한빛센터)에서 故 이한빛 PD의 추모제 ‘빛을 이끄는 목소리’가 열렸다. 올해는 故 이한빛 PD가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되는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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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이끄는 목소리’ 추모제 현장 Ⓒ한빛센터

  故 이한빛 PD는 지난 2017년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로 일하던 중 방송계의 고질적으로 폭력적인 노동 환경을 비관해 세상을 떠났다. 故 이 PD는 과도한 노동 강도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을 뿐 아니라, 비정규직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직접 행하도록 지시받는 등 방송계 노동 현장의 뿌리 깊은 부조리함을 다수 목격했다.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故 이한빛 PD는 재학 시절 관악중앙몸짓패 ‘골패’ 활동 등 학생사회 내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활동에 매진한 동시에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여러 활동에 참여했다. 졸업 후 CJ에 입사해 드라마 PD가 된 것 역시 그가 사회의 아픔을 위로하는 드라마 제작을 꿈꿨기 때문이었다. 

  한빛센터는 故 이한빛 PD의 뜻을 이어, 방송미디어 노동자와 연대하며 보다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빛센터는 이번 추모제를 열어 故 이 PD의 죽음 이후에도 끊임없이 지속된 다양한 사회적 죽음을 함께 애도하고, 이 순간 필요한 연대의 목소리를 모으는 자리를 마련했다. 추모제에는 故 이 PD가 전하고자 했던 가치에 공감하고 이어나가고자 하는 이들이 모였다. 

  1부 추모식에서는 지난 8월 박사과정 학비를 벌기 위해 건설사 DL이앤씨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청년 노동자 故 강보경 씨의 유가족 발언이 있었다. 故 강 씨의 유가족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다 가정으로 귀가하기를 바란다”며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발걸음에 모두가 함께하기를 요청했다. 故 강 씨의 유가족은 매주 수요일 저녁 DL이앤씨 본사에서 추모 문화제를 열고 있다. 

 

  이어 현장 종사자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발언에 나선 김영은(가명) PD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 경험을 언급하며 “꿈과 능력을 바친 구성원들에게 회사가 얼마나 쉽게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는지”를 지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 등 더 취약한 고용 형태의 노동자임을 꼬집었다. 김 PD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자문하고 바꿔나가는 일이 추모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버티며 변화하는 동료들이 만드는 이야기가 세상에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후 故 이한빛 PD의 친구이자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인 김수지 씨와 퇴직자 노동조합 이음나눔유니온 박상규 상임위원장의 추모사, 故 이 PD의 어머니 김혜영 씨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김 씨는 “한빛센터를 통해 많은 인연을 만나 연대와 나눔, 부축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며 한빛센터의 활동에 많은 힘을 보태 주길 당부했다. 

  추모제의 2부 마주하기에서는 방송미디어 노동의 다양한 현장을 살펴보는 한빛센터의 인터뷰 다큐멘터리를 상영한 뒤,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박선영 수석부지부장의 발언이 있었다. 박 수석부지부장은 “방송작가 중 98% 이상이 여성이고, 비정규직은 99%에 육박한다”며 “비정규직을 위해 싸우고 고민했던 故 이한빛 PD의 뜻을 새겨 방송 비정규직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연대를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청년유니온 김설 위원장은 “한빛이 우리에게 보여준 것처럼 연대의 힘이 결코 약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며 “낮아진 신뢰와 흩어진 연대를 모아낼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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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을 이끄는 목소리’ 추모제 현장 Ⓒ한빛센터

  지난 해 〈SBS〉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제작 총괄로 일하다 사망한 故 이힘찬 프로듀서의 유가족도 추모제에 참여했다. 故 이 프로듀서는 촉박한 일정과 과도한 업무량 등 극단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에 시달렸다. 故 이 프로듀서가 사망한 당시 한빛센터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한 유가족은 “(한빛센터를 비롯해)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연대하는 모든 개인과 단체를 응원한다”며 추모와 연대의 목소리를 더했다. 

  한편 한빛센터는 방송미디어 노동자 대상 노동법 강연, 현장 종사자 간담회, 미디어신문고 등 방송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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