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시작. 서울대학교 로고가 붙어있는 창 뒤로

2023년 3월 신입생 248명이 서울대학교 기숙형 대학 ‘LnL’에 처음 입주했다.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소통과 배움의 공간을 지향하는 LnL. 입주로부터 한 학기가 조금 넘은 시점, LnL을 찾아 학생들이 생활하는 모습 면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설명 시작. LnL 신입생들과 조교, 교수들이 강당의 각자 자리에 앉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설명 끝.
▲LnL 신입생 환영회 ©관악학생생활관

사진 설명 시작. 한 학생이 강연자와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그 모습을 주위의 학생들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 설명 끝.

관악모둠강좌 강연자와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는 학생들 ©관악학생생활관

LnL은 ‘Living and Learning’의 약자다. 생활과 교육이 통합된 조화로운 대학 생활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서울대학교는 2023년부터 기숙형 대학(Resident College, RC) 시범사업으로 LnL을 시작했다. 대학 생활의 전반을 RC로 전환하기 전 기반을 쌓는 단계로, 사업의 결과를 차후 RC 도입에 반영할 예정이다. LnL에 입주한 학생들은 1년 동안 관악학생생활관 906동에서 함께 생활하며 ‘대토론의 밤’, ‘관악모둠강좌: 공동체’, ‘학생자율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LnL에는 신입생 248명, 재학생 멘토 26명, 대학원생 조교 13명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학생들은 한 반당 20~22명으로 구성된 13개의 반으로 나뉘어 생활하고, 각 반을 한 명의 대학원생 조교와 두 명의 재학생 멘토가 담당한다. 신재용 LnL 대표조교는 “반별로 한 달에 한 번씩 반 학생들과 한강도 가고 관악산 등반도 하고 공연도 보러 가는 등 학생들이 공동체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설명 시작. 파란색 스크린이 띄워진 무대에 한 남성이 마이크를 쥐고 서있다. 무대에 서있는 사람 기준 오른쪽에 학생들이 책상 뒤에 앉아 있고 왼쪽에는 두 조교가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설명 끝.

대토론의 밤 ©관악학생생활관

사진 설명 시작. 체육관에 체육복을 입은채 모인 학생들이 조교의 시범에 따라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사진 설명 끝.

LnL 한마음 체육대회를 즐기고 있는 학생들 ©관악학생생활관

서울대학교의 LnL은 자율적으로 만들어 가는 공동체를 목표로 한다. ‘대토론의 밤’은 이러한 LnL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용세탁실 사용 등 LnL 내에서 발생한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규칙을 정하며 공동체에 대해 고심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것이 LnL의 설명이다.

사진 설명 시작. 흰색과 탁한 하늘색이 섞인 가구와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주방이다. 도마, 접시 등의 주방용품이 싱크대 옆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사진 설명 끝.
▲공용주방 전경

공용주방 전경

사진 설명 시작. 주방의 건조대 안에 귤과 어묵꼬치로 만들어진 탕후루가 건조되고 있다. 사진 설명 끝.
▲공용주방에서 만든 탕후루

공용주방에서 만든 탕후루

906동에는 공유주방, 세미나실 등 학생들이 함께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공용공간도 있다. 추석엔 명절을 기념해 공유주방에서 함께 모둠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어 나눠 먹은 반도 있었다. 활동을 기획한 김서현 재학생 멘토(정치외교 22)는 “같은 반 친구가 추석쯤 송편을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내서 이를 반별 활동으로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멘토는 “명절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 하나의 가족적 표상처럼 느껴져서 묘한 기분이 들었고 새롭고 신선한 추석맞이로 기억에 남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공식적인 프로그램 외에도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모습이었다. 김서현 멘토는 “코바늘 소모임, 영화 소모임, 연기 강습, 실내 암벽등반 소모임 같은 것을 꾸리기도 하고 시험 기간에는 세미나실에서 같이 공부도 한다”며 LnL에서의 생활을 전했다.

사진 설명 시작.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치된 테이블에 학생들이 모여앉아 필기를 해가며 주제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설명 끝.
▲반별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 ©관악학생생활관

반별 토론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 ©관악학생생활관

사진 설명 시작. 비스딤히 열린 문 사이로 학생들이 모여 앉아있는 것이 보인다. 문의 팻말에

학생자율세미나가 열리는 세미나실

LnL은 생활과 더불어 이뤄지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에 따라 LnL의 학생들은 매 학기 정규 수업과 별도로 마련된 교과목을 수강한다. 1학기에는 ‘관악모둠강좌: 공동체’ 강의에서 공동체를 대주제로 한 명사 강연과 반별 토론을 진행했다. 2학기부터는 학생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직접 선정해 ‘학생자율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관악모둠강좌와 달리 주제부터 활동 시간, 지도교수까지 모두 학생들이 꾸려가는 프로그램인 학생자율세미나는 학업에서의 자율성에 초점을 맞춰 기획된 과목이다.

사진 설명 시작. 글귀가 적힌 카드를 늘어놓은 흰 테이블 주위에 학생들이 서있다. 학생들의 시선은 테이블 위 카드를 향해있다. 사진 설명 끝.

일본어와 문화 자율세미나에서 카루타를 하고 있는 학생들

올해는 약 25개의 세미나가 개설됐다. ‘일본어와 문화 자율세미나’의 지도교수인 조관자 교수(일본연구소)는 “1학년 학생이 세미나의 지도교수를 부탁하는 메일을 보냈는데 직접 세미나를 조직했다는 것이 너무 기특해 연구소 소속이라 강의 의무가 없음에도 요청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일본어와 일본문화를 공부하는 것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응원의 말을 덧붙였다.

사진 설명 시작.  글귀가 적힌 카드들이다.

한국식으로 변형해 만든 카루타 카드들

취재를 위해 LnL을 찾은 날, 일본어와 문화 자율세미나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일본의 전통 카드 놀이인 카루타를 직접 한국식으로 바꿔 체험하고 있었다. 조관자 교수는 “카루타는 일본 고전문학의 여러 문구를 가지고 하는 놀이”라며 “이를 학생들이 한국의 노래 가사, 문학 작품, 영화 대사 등을 넣어 자율적으로 변형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설명 시작. 마주보게 배치된 흰색 탁자에 학생들이 모여앉아있다. 학생들은 각자의 노트북으로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 사진 설명 끝.

사진 설명 시작. 한 학생이 컴퓨터로 자료를 찾아보고 있다. 모니터에 과일 이미지가 보인다. 사진 설명 끝.

사업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는 학생들

학생들은 학생자율세미나를 통해 평소 도전해 보고 싶었던 프로젝트에 뛰어들기도 한다. ‘리부트 및 소셜 벤처 자율세미나’는 소셜 벤처기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모여 새로운 사업을 기획해 보는 세미나다. 기숙사생의 과일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과일 공동 구매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리부트 및 소셜 벤처 자율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과일을 싸게 소량으로 구하고 싶다는 수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충족시키고자 했다”며 “LnL 내에서 과일 하면 우리가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진 설명 시작. 안경을 쓰고 회색 니트를 입은 홍혜은 조교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 설명 끝.

친밀성 자율세미나 홍혜은 담당 조교

LnL의 조교들이 세미나의 주제를 제안하기도 한다. ‘친밀성 자율세미나’가 그 대표적인 예시다. 홍혜은 친밀성 자율세미나 담당 조교는 “친밀성과 가족이 대학원 연구 주제이기도 한데, 이와 관련해 기존의 전통적인 가족 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족구조를 접하고 있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설명 시작.  세미나실 내부, 학생들이 그룹지어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설명 끝.

친밀성과 가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학생들

친밀성 자율세미나에서 학생들은 친밀성과 가족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나누고 상호 간 인터뷰를 하는 등 서로의 시각을 넓혀나가는 모습이었다. 홍혜은 조교는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전망을 바탕으로 서로를 인터뷰하고 이를 바탕으로 질적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 세미나의 가장 큰 축”이라며 “최종적으로는 ‘가족 이후, 우리는 누구와 어떻게 살아갈까’라는 주제로 집담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다뤄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자율세미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친밀성 자율세미나에 참여하고 있는 이재윤(소비자아동 23)은 “1학기의 관악모둠강좌는 일방적인 강연이다 보니 학생 개개인의 흥미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학생자율세미나는 여러 주제 중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를 택할 수 있어 흥미롭고 지난 학기에 비해 참여도도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 시작.

학생들이 입주한 지 반년이 지나 이제 곧 시행 1년을 앞둔 LnL이다. RC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RC를 위한 시범사업으로 출발한 탓에 부침이 없진 않았다. 시행 첫 해, 수많은 우려를 딛고 이제 막 첫발을 뗀 셈이다. LnL의 성공적 정착, 나아가 RC 사업으로의 확장까지 학생들을 비롯한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피드백과 관악학생생활관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의 자율을 제1의 가치로 내세우는 LnL이 더 다양한 분야와 형태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며 진정한 소통과 배움의 공간으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을 거듭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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