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시민 불복종, 그 온몸으로의 표현

『장애시민 불복종』 북토크
사진 설명 시작. 사진의 왼쪽 위에 파란색 오른쪽 화살표와 장애시민 불복종 북토크 오시는 길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종이가 벽에 붙어 있고 그 아래에 장애시민 불복종 북토크 포스터가 붙어있다. 오른쪽에는 장애시민 불복종 북토크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사람들의 앞에는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ppt가 띄워져 있다. 그 옆에는 문자 통역이 나오고 있다. 사진 설명 끝.
▲『

장애시민 불복종』 북토크 현장 ⓒ정서원 사진기자

  지난 10월 10일 〈서울대저널〉이 변재원 작가와 『장애시민 불복종』 북토크를 개최했다. 서울대학교 153동 우정원 글로벌 사회공헌센터 210호에서 진행된 이번 북토크는 유튜버 구르 님(김지우 씨, 사회 20)이 대담자로 함께해 장애 운동, 대학과 장애, 계속하는 힘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주고받았다.

  변재원 작가는 어린 시절 의료사고로 척수 공동증이라는 희귀병을 얻었다. 그는 후천적 장애를 가지고 많은 차별의 경험 에 체념과 포기를 선택했던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 러나 변 작가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하 며 학위 논문을 쓰던 중 장애 운동을 만났다. 전국장애인차별 철폐연대 정책국장을 맡으며 보내온 현장에서의 시간을 통해 그는 이제 평화로 보였던 고요한 순간들이 모두에게 평화인 것 은 아닐 수 있음을 안다. “여러 투쟁 현장에서의 시끌벅적했던 모든 시간이야말로 진짜 평화의 순간”이었다는 것을 안다.

장애 운동,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인간의 권리 찾기

  변재원 작가는 “장애 운동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많은 이 야기가 떠올라 고민이라고 답했다. 그가 짚은 장애 운동의 두 가지 특징은 ‘온몸으로의 표현’과 ‘잃을 게 없는 주체들’이었다.장애 운동은 몸이 언어가 되는 유일무이한 운동이며 그 주체는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장애 운동은 “가장 앞에서,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인간의 권리를 찾는 운동” 이며, “국가가 보장하는 최전선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운동 하는 것”이다.

사진 설명 시작. 변재원 작가는 짧은 머리에 회색 동그란 안경을 쓰고 검정색 티셔츠를 팔꿈치 위로 걷어 올린 채로 마이크를 들고 앉아 있다. 그의 앞에는 왼쪽부터 물이 든 페트병, 일회용 플라스틱 커피 잔, 장애시민 불복종 책이 놓여 있다. 변재원 작가의 뒤편으로는 ppt화면이 나오고 있다. 사진 설명 끝.
▲변재원 작가의 대담 발언 모습 ⓒ정서원 사진기자

  그와 동시에 변재원 작가는 “인간의 권리를 만드는 것”이 장애 운동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장애 운동에는 밥을 먹고 싶고 집을 갖고 싶고 대중교통을 타고 싶고 직장을 구하고 싶다는 모든 구호가 다 들어가 있다. 그러니 노동권 운동, 건강권 운동, 이동권 운동으로 묶일 수 없는, 하나로 소명되지 않는 지 점에 장애 운동이 놓여 있는 것이다.

  투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변재원 작 가는 “장애 정책을 연구하러 간 자리에서 매일 외치는 투쟁과 민족에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그때 지도 교수가 변 작가에게 “표준어를 너무 고집하고 있는 게 아니냐” 고 조언했던 것에서 그는 자신에게 민족, 투쟁, 해방이 멀게만 느껴졌던 이유를 깨달았다. 표준어는 세상의 다수자, 강자가 쓰는 말을 의미하는데, 변 작가는 스스로가 “그런 관점에서 바 라봤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썼던 언어를 납득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설명 시작. 변재원 작가가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는 옆모습이 나와 있다. 그의 앞에는 물이 든 페트병이 놓여 있다. 변재원 작가의 오른쪽 뒤편으로 구르님이 변재원 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이 나와 있다. 구르님의 뒤편으로는 문자 통역 화면이 나오고 있다. 변재원 작가와 구르님 사이에 두 분이 각자 쓰신 책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 설명 끝.
▲북토크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변재원 작가와 구르님 ⓒ정서원 사진기자

  박옥순 활동가의 이야기도 소개했다. 변 작가는 박 활동가가 “투쟁입니다, 투쟁”이라고 외쳤던 모습이 너무나 가볍고 일상적으로 느껴졌다고 전했다. 자신과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한 ‘투쟁’을 그제야 조금씩 외칠 수 있고, 자신과 장애 운동은 그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오만이고 자만이었다고 돌아 보게 된 계기였다. 변 작가는 “투쟁은 누군가를 파괴하기 위해 서가 아닌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외친다는 생각을 같이 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변재원 작가는 운동이 “사회 정의를 위한 것”이라 말한다. 장애운동도‘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이 상황을 바꿔야 하지 않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른다. 변 작가가 제안한 그 외로움의 해소는 “티끌 모아 티끌”인 장애인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연대의 발걸음이었다.

갈 길이 먼 대학과 장애의 공존

  대학과 장애를 주제로 한 대담에서는 장애 학생들이 겪는 문제들을 짚었다. 변재원 작가는 생활 전반에서 “서울대학교가 문제가 많다”며 화두를 던졌다. 가족생활동에 부모님과 함께 거주하며 부모님의 활동 보조를 받는 장애 학생이 많은데, 변 작가는 이것이 “내 자녀가 서울대에 갔을 때 엄마, 아빠는 마땅히 직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의 졸업을 위해 온 가족이 매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재원 작가는 “문제가 많다는 서술은 굉장히 얌전한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학내 장애 학생의 이동 환경은 더욱 열악하기 때문이다. 장애 학생 지원센터에서 이동 지원 차량을 운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모든 수업 시간에 맞춰서 탈 수 없다. 변 작가는 서울대학교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에서 많은 활동을 해준 덕에 여러가지가 개선됐으나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 해결을 위해서는 “의제화의 목소리를 모아, 장애 학생이 자립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본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르님도 학내 이동권 문제에 공감하며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수업을 듣고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는 게 때로 신기하다” 고 말했다. 자신에게는 학내 곳곳의 접근성을 고려한 계획을 짜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사진 설명 시작. 노란 단발 머리에 검정색 티셔츠, 갈색 자켓을 입고 있는 구르님이 마이크에 대고 발언하는 모습이다. 구르님 앞에는
▲구르님의 대담 발언 모습 ⓒ정서원 사진기자

  구르님은 변재원 작가가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으로 “박경석 선생님을 만나 ‘활동합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를 꼽았다며 변 작가에게 당시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변작가는 그 대답으로 박경석 전국장애인철폐연대 대표에게 ‘우리 사회의 중증 장애인은 침전물과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을 나눴다. 흔들어서 띄워 올려도 다시 가라앉는 침전물, 중증 장애인은 그런 존재라는 말이 그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변 작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 사회에서 학교에 갈 수 없고, 직장을 구할 수 없고, 가족이 없는 대다수 사람이 정말로 침전물 같은 모습이었다고 느꼈다”며 그들과 반대로 유학을 준비하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그 감정이 지금의 변재원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계속하는 힘

  많은 사람이 ‘장애시민 불복종’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변재원 작가는 “너무 힘든 일이기에 활동을 하면서 즐거웠다는 사람은 거의 못 봤고, 그저 버틴다는 생각을 많이들 한다”고 말했다. 그 순간들을 혼자 버텨내기는 어렵다. 변 작가는 “옆 사람이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그냥 떠나도 되지만, 내가 떠나면 누군가는 무력해지고 외로워지고 처절해지는 것을 알기에 떠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변 작가 는 “태생이 활동가여서 뜻을 이루리라 생각하고 오기보다, 어쩌다 활동을 시작하고 옆에 동료를 두고 떠나는 게 스스로 납득되지 않은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반복되면 장애 시민 불복종이 된다며 대담을 마무리 지었다.

사진 설명 시작. 사진 속에는 변재원 작가와 구르님이 맨 앞에 나란히 앉아 있다. 강연을 듣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변재원 작가는 대담에서 발언을 하면서 한쪽 손을 펼치고 얼굴 옆에 올리고 있다. 구르님과 변재원 작가의 뒤편으로는 프로젝터에 ppt가 나오고 있다. ppt에는 왼쪽에는 변재원 작가의 사진이, 오른쪽에는 구르님의 사진이 있고 그 사이에 Q&A라고 적혀 있다. 빔 프로젝터 뒤로 행사 현수막이 나와있고 왼쪽에는 1부 변재원 작가와 구르님(김지우 씨) 대담이라고 적혀 있고 오른쪽에는 2부 참여자와의 질의응답이라고 적혀 있다.
▲북토크 현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 ⓒ정서원 사진기자

  변재원 작가와 구르님이 함께한 대담은 다양한 층위에서 장애시민 불복종을 말했다. 장애 운동이 무엇이고 계속하는 힘은 어디에서 추동하는지는 여전히 어렵고 결론짓기 힘든 질문이지만, 작가만의 시각을 한껏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빼놓을 수 없었던 대학과 장애 이야기는 진정한 이동권 보장이 완료될 때까지 의제화의 목소리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북토크를 시작으로 장애시민 불복종의 현장을 대학과 연결하려는 시도 역시 계속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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