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는 끝났고 ‘지구 열화(global heating)’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평균 기온 과 해수면 온도를 비롯한 기후위기 지표는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었지 만, 현재의 기후위기는 이전과 질적으로 다르다. 올해 4월, 사상 최악의 산불 이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 지역을 뒤덮었고 이는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사 이클론 ‘프레디’는 역대 최장기간 지속 기록을 경신하며 37일 동안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세계 곳곳의 국지성 호우는 수만 명의 기후 난민을 발생시 키고 있다. 기존의 기후재난 대응 체계가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지구 열화 시대, 국가의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위기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 지난해 중부권 폭우로 심각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수해 매뉴얼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올해도 50명의 수해 사망·실종자 가 발생했다. 현 정부에서 개편된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위원회(탄녹위)’ 는 위원 구성 과정에서 민간위원 수를 줄이고 기후단체 등 기후위기 당사자를 배제하며 오히려 산업 분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하향했고, 윤석열 대통령 은 유엔 기후목표 정상회의에 불참했다.
정부가 기후위기 문제를 도외시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 지난 9월 23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정부의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기후위기 대응책 마련을 촉 구하는 ‘923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대로라면 우리도 모두 멸종하여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동시에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체제를 멈추겠다’는 의지를 담아 사이렌 소리에 맞춰 죽은 듯 도로에 누워 항의하는 ‘Die-in(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주최 측 추산 3만 명의 시민들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행진하며 정부 에 ▲기후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노동자 일자리 보장하는 공 공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 전환 ▲공공교통 확충을 통한 모두의 이동권 보장 ▲신공항건설 및 국립공원 개발사업 중단 ▲오염자 문책 및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 발언 경청의 다섯 가지를 요구했다.
지구 열화 시대,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음을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 이 몸소 보여줬다. 이제는 정부가 기후위기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