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 사람들과는 농담도 신중히 해야 합니다. 같이 밥 먹다 말고 흘러가듯 던졌던 한 마디가 정신 차려보면 다음 호 기사계획서에 올라와 있곤 하니까요. 이번 호 커버스토리가 그랬습니다. 0.78명이라는 역대 최저의 출생률이 발표되고 영 답답한 논의만이 나오고 있었을 때, 그닥 진지하진 않게 몇 마디 불평불만을 던지다가, 홧김에 그만 이번 호의 커버스토리로 재생산권에 관한 이야기를 기획해 보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지는 매번 그렇게 작은 일상 속에서 깨닫습니다. 우리네 세상은 누군가 쓰고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들을 빠짐없이 찾아내는 사람이 기자들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아주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필요합니다. 기사를 쓰는 일은 때로 그들이 나눠준 말들을 그저 잔뜩 빌리는 일인 것도 같습니다. 이번 181호를 준비하면서 저는 유난히 많은 인터뷰를 했습니다. 누군가를 꼭 만나야만 쓸 수 있는 기사들을 여럿 맡은 탓인데요. 커버스토리 첫 기사를 쓰면서는 이웃으로 살아가는 여성 7명을 모아 집담회 형식의 인터뷰를 했고, 최근 가장 멋진 생애를 보내고 있는 김규진 씨와 만나 ‘서울대저널, 묻다’를 썼습니다. 어쩌다 보니 독자편집위원회와 거리인터뷰 코너도 맡았네요. 181호를 쓰는 동안 저와 연결됐던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이들과는 아주 길고 오랜 만남을 가진 것 같습니다. 기사를 쓰는 내내 나눴던 말들을 들여다 봐야 하니, 오래도록 대화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당신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늘 정성껏 적어 보내기는 하지만, 선뜻 인터뷰에 응해주는 마음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기꺼이 이야기를 나눠주러 다가오는 모습들이 늘 벅차고 고마울 뿐이었습니다. 인터뷰이를 만나러 나서는 길의 발걸음은 그래서 언제나 들뜨면서도 무거웠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저는 그 이전과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됐다고도 느끼고, 그 만남만큼의 크기가 삶에 더해졌다고 느낍니다.

  정확히 말해 기사를 쓰는 일은 말들을 빌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빌린 말들을 돌려주는 일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과 세계가 더 단단히 연결될 수 있도록, 세상 모두와 자주, 오래 만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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