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 변화의 한가운데 선 김규진을 봐!

‘한국 국적 유부녀 유자녀 오픈리 레즈비언’ 김규진 씨를 만나다

  한국 사회에서 아끼고 사랑하는 이와 가족이 되고, 함께 아이를 기르는 특별하고도 평범한 생애를 보내기는 생각보다 어렵다. ‘표준의’ 방식으로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일 때, 가족이 되고 싶은 사람과 현재의 법과 제도로는 어떻게도 연결될 수 없을 때 특히 그렇다. 그래서 무언가 바꿔볼 것을, 다르게 해볼 것을, 그것을 세상에 똑똑히 보여줄 것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4년 전 아내 김세연 씨와 결혼해 지난 8월 딸 ‘라니’(태명)를 출산한 레즈비언 김규진 씨다. 

  김규진 씨는 결혼 당시 구청에 아내와의 혼인 신고서를 직접 제출해 막연히 동성 부부는 포괄할 수 없다고 여겨지던 한국의 결혼제도를 두드렸다.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 이후엔 비혼 혹은 레즈비언 여성들의 임신을 위한 시술이 가능한 벨기에에서 임신해 법적으로 혼인 관계가 없는 여성의 정자 기증을 통한 임신은 안 된다고 정해둔 한국의 임신·출산 관련 지침에 질문을 던졌다. 국내에선 레즈비언 부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이를 공개적으로 알린 것은 김규진, 김세연 씨 부부가 최초다.

  “얘들아, 김규진을 봐! 내가 잘 지낸단다.” 김규진 씨가 다양한 행보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 중 하나다. 자신의 삶이 증명하는 것들로 무언가 주저하며 살고 있는 이들이 용기를 가지기를, 또 김 씨가 추동하는 변화와 그 노력들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를 김 씨는 바란다. 최근 본격적인 육아가 시작되며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펼친 김 씨는 또 어떤 질문과 상상을 갖고 있을까. 

  김규진 씨를 만나 이들 가족이 꾸려가는 일상부터 한국 사회에서의 가족구성권에 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질문과 고민을 나눠봤다.

사진 설명 시작. 청색 상의를 입은 김규진 씨가 웃으며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 설명 끝.
▲서울 모처에서 만난 김규진 씨

근황을 묻는 것으로 시작하고 싶다. 아이가 2개월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육아가 시작된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나. 

  초보 엄마 둘이서 육아를 우당탕탕 해나가고 있다. 주 5일을 함께 지내는 산후도우미 분이 계셔서 주말을 제외하고는 프로의 도움도 받고 있다. 세 시간에 한 번씩 깨는 아기와 지내느라 최근 잠은 조금 부족하다.

산후조리원 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코로나19 이후 산후조리원이 굉장히 개인화되다 보니 교류가 적어서, 일명 ‘조동(조리원 동기)’을 많이 만들진 못했지만, 수다도 떨고 커피도 마시는 몇몇은 있어 즐겁게 지냈다. 산모들과 처음 만났을 땐 아내와 아이를 낳았다는 소개에 깜짝 놀라다가도 자신의 반응이 혹시 무례하진 않았는지를 곧바로 되묻곤 했다. 조리원 종사자들도 그랬고. 일대일로 얼굴을 보고 만나는 사이에선 사람들이 생각보다 열린 생각을 가지고 예의 있게 행동하는 것 같다. 

  조리원 생활 중 레즈비언 부부라고 해서 차별받은 적은 없다. 조리원 종사자들이나 산모들이 차별적 행동이나 언사를 하지 않도록 무척 경계하고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조리원에 우리 부부가 이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을 때도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라이프스타일’이 썩 맞는 단어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에 대한 존중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다만 조리원엔 산모의 가족으로 남편만이 출입할 수 있었던 터라, 어디서나 산모와 남편이 짝지어 다니는 모습만 보이니 두 여자인 우리 부부가 너무 눈에 띄는 거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잘 지내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컸고,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라니가 태어난 뒤 출생신고 같은 행정 절차에서 여러 불편을 마주했다고. 

  누구나 나와 내 아내가 공동양육자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둘 다 친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게 일단 가장 큰 장벽 같다. 출생신고를 하러 아내와 함께 갔었는데, 세대주가 아내이기 때문에 출생신고에 아내의 신분증이 필요하더라. 라니가 이 세대의 일원이 되는 거니까. 이 집에서 우리 둘이 라니를 기른다는 사실은 모두가, 행정 시스템 역시도 알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내가 나와 함께 라니의 엄마로 등록될 순 없었다. 당연히 친권도 가질 수 없다. 법에서 우리를 배제한다는 감각이 좌절과 상처로 다가오기도 했다. 앞으로 아내가 라니와 관련한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라니의 엄마임을 어렵게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걱정된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아이를 병원에 데려갈 수 있을까? 훗날 라니에게 상속할 수 있을까?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아내는 배우자 출산 휴가도 쓸 수 없었다. 요즘도 평일엔 출근 중이다. 아내의 직장 사람들이 다들 크게 축하해 줬고, 직원소식란에도 우리 부부의 출산 소식이 실렸는데도 배우자 출산 휴가는 법적인 배우자에게만 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개개인의 호의나 배려로는 다 해결될 수 없는 차별적인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를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과는 별개인, 마땅한 권리보장의 문제들을 직면하고 있음을 문득문득 상기하게 된다. 

  출생신고는 어려웠지만 출생증명서에는 아내의 이름도 올라가 있다. 아내가 라니의 아버지다. 출생증명서는 의료기관에서 내주는 서류라, 순전히 그 의료기관의 판단에 따른다. 그래서 출생증명서에 우리 부부 모두가 라니의 부모라고 쓰이도록 기관을 설득했다. 당시 직장이 프랑스의 회사였는데, 프랑스 정부와 회사에 관련 서류를 내야 나와 아내 모두가 회사에서 제공하는 출산 관련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내용을 설명하니 의료기관이 납득하고 출생증명서에 아내의 이름을 적어주시더라. 약간 회색지대다. 만약 미국인 레즈비언 부부가 한국에서 아이를 출산할 경우, 미국에선 법적 부부이므로 한국에서의 출생증명서도 그에 맞춰 작성할 수 있다. 한국이 공적인 영역에서 동성 부부의 지위를 부정하는 것에 완벽하게 성공하진 못한 것이다. 다만 동성 결혼이 문제 없이 이뤄지는 국가들을 경유해야만 가능한 빈틈이므로, 여전히 국내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 보장과 권리문제에 있어선 갈 길이 멀다. 

보조생식술을 통한 출산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비혼출산지원법이 국회에서 다뤄지고는 있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법적 혼인 관계인 이성 부부가 아닌 이들이 아이를 갖기는 어렵다. 규진 씨 부부도 해외에서 아이를 가져야 했는데. 국내에서 어떤 논의가 이어져야 할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레즈비언 부부가 보조생식술로 임신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산부인과 학회에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태어날 아기와 정자 기증자의 인권 침해를 그 이유로 든다. 하지만 이성 부부에겐 정자 기증을 하고 있지 않나. 그때는 정자 기증자의 인권이 보장되고, 동성 부부에의 정자 기증은 인권 보장이 안 된다는 건가. 사실은 정자 기증자의 인권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의 복리나 인권에 대한 언급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정말 원해서, 절실해서 보조생식술을 고려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아이의 행복에 적합한 부모 아니겠나. 아이의 탄생과 행복한 성장을 둘러싼 모든 사람의 복리에 대해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 정치 진영 간의 다툼으로 여겨질 게 아니다. 

베이비샤워*의 제목을 ‘저출생대책간담회’로 지어 행사를 개최했다. 기획 의도가 궁금했다. 

  원래 모순적인 상황, 모순적인 언어를 좋아한다. 스스로를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도 재미와 아이러니를 위함이다. 유부녀와 레즈비언을 붙여 쓰는 것도 보통의 편견을 흔드는 재밌는 조합인데, 거기다 한국 국적이면 더 아이러니하지 않나. 그런 맥락에서 베이비샤워도 구태의연하고 낡은 제목을 붙여 재밌게 만들고 싶었다. 정상사회를 놀리는 거다.

  결혼할 당시 ‘이런 저출생 시대에 동성결혼을 허용하면 (동성 부부는 아이를 못 가질 테니) 어쩔 것이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우리 부부가 라니를 출산하며 “낳아버렸네, 어떡할래?”라고 대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비슷한 농담으로 현재 있는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 더불어 성소수자인 부모 모임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모임 제목 후보에는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부모들의 모임’이 있다. 보수 학부모단체 같은 이름을 붙여 모두를 헷갈리게 하고 모순의 미를 추구하는 거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와 태어날 아기를 위한 축하 행사. 

사진 설명 시작. 분홍색과 푸른색의 그라데이션에 패턴이 수놓아진 배경에 중앙에 x 모양 아이콘이 그려져있다. 상단부터
▲김규진 씨 부부의 베이비샤워 행사 포스터 Ⓒ김규진 씨 트위터 계정 ‘규지니어스’

간담회 현장에선 어떤 저출생 대책들이 오갔나. 

  저출생 문제의 핵심은 사람들이 더 이상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할 정도의 행복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들이 행복하고 안전한, 다양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가 돼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베이비샤워에서는 장혜영 국회의원이 가족구성권 3법 중 하나이자 출생이나 동성결혼과는 조금 다른 논의인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발제했다. 라니의 젠더리빌**은 나의 트랜스젠더 친구가 했고, 가수 이랑 씨는 아이를 낳지 말자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다.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여야 아이들도 무사히 태어나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베이비샤워 중 임신 중인 아이의 지정성별을 공개하는 의례.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한국이 아이를 안심하고 잘 낳아 기를 수 있는 곳이라고 여겨지진 않는데, 우려되는 부분은 없나. 

  나와 아내는 조금 낙관적인 편이다. 사회의 변화를 조금씩 체감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이 변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라니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또 다른 고민이 생길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 사실 우리가 한국 사회에 기회를 주는 것이다. 차별이나 혐오가 지속되며 변화가 더디다면 한국을 떠날 수도 있을 텐데, 그러면 한국 사회가 시민 셋을 잃는 셈 아닌가. (웃음)

  우려라고 한다면 동성 부부의 아이여서 겪게 되는 어려움도 분명 있을 테지만, 일단 우리 사회가 아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기 좀 어려운 환경이라는 걱정이 크다. 요즘은 아주 어린 아이들이 영어유치원에서 단어를 외운다는데, 우리 라니도 일찍이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할까 같은 고민이 있다. 어린 나이부터 경쟁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건강하게 아이를 길러내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어려움도 따를 것이다. 노키즈존 문제처럼 아동에게 친화적이지 못한 사회 모습을 들여다보면, 결국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자영업자에게도 미혼인 사람들에게도 모두 친화적이지 않은, 전반적으로 이웃에게 적대적이고 날이 서게 행동하는 사회 분위기가 보인다. 시민으로서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성 두 명이 부부로 양육하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 두 사람 다 직업인으로서 욕심이 큰 만큼 일 가정 양립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 

  아내와 나 둘 다 아이를 낳는 순간 커리어에서 포기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음을 실질적으로 체감하고는 있다. 아무리 중요한 업무가 있어도 아이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과 겹친다면 아이에게 가야 하지 않겠나. 아이가 갑자기 아픈 상황들도 있을 테고. 우리 둘 모두 커리어에 큰 욕심이 있지만, 우선순위라고 할까. 서로의 상황과 사정을 이해하고 고려해서 순간순간 결정하려고 한다. 

  ‘그간 남편들은 아이를 기르면서도 어떻게 커리어를 꾸려 나간 걸까, 누군가의 온전한 희생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프랑스에 있는 내 직장의 인사 담당자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며 이후 업무나 육아 휴직 등에 관한 고민을 나눈 적이 있다. 담당자가 남성 직원들이 아이가 생겼다는 소식을 전할 땐 기쁘고 행복한 감정에 관해서만 얘기하는데, 여성 직원들은 약간은 어두운 얼굴로 걱정되는 것들을 먼저 말한다며 속상해했다. 

연애, 결혼, 출산에 이르는 생애의 소중한 순간들을 모두에게 선뜻 보여주며 사회에 여러 변화를 만들어왔다. 이런 행보를 이어가며 힘들거나 어려웠던 순간은 없었는지. 

  원래 성격이 좀 급하다. 잘 참지도 못하는 편이고. 그래서 커밍아웃도 주변에 엄청 많이 했었다. 성격이 급하고 거짓말도 못 하니까. 결혼을 하게 됐을 땐, 결혼 결심은 했는데 대체 몇 년이 지나야 언니와 결혼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왔다. 가만히 있으면 몇 년이 지나도 못할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날 위해 변화를 만들어 주길 기다리기보단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고, 뭐라도 한다면 일주일이라도 언니와 결혼할 수 있는 날이 당겨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생각한 가장 쉬운 방법이 “짜잔, 이런 사람들이 존재합니다”라고 보여주는 거였다. 생각보다 효과적으로 널리 알려졌고, 변화들이 눈에 보였다. 그러다 보니 혼자만 잘 살겠다고 숨어 살 수는 없게 됐다. 이런 삶이 그렇게 힘들진 않다. 주목받고 관심받는 일이 어렵지도 않고. 난 원래 조금은 비장한 사람이다. 

어떤 순간에 변화와 진전을 체감하나. 

  아무래도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레즈비언 친구들이 나의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고, 여자친구와 결혼한다고 전해온다. 임신이나 출산 관련해서 내게 조언을 구해오기도 한다. 나를 통해 가능성을 찾아가고 용기를 얻는 사람들을 보면 변화나 진전이 크게 체감된다.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역시도 변해가는 것 같다. 요즘 라니의 육아를 함께하고 있는 산후도우미 분께서 얼마 전 대뜸 “여자 둘이 사는 것이 무척 좋아 보인다”고 말씀하시는 거다. 60대 중반 즈음의 나이대고, 주변에 레즈비언 부부가 우리 말곤 없었을 텐데도 같이 지내다 보니 그런 얘기들을 하신다. 역시 퀴어가 곁에서 실제로 숨 쉬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사고가 확장되는 것 같다. 퀴어한 존재들이 잠깐 이슈로 등장했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항상 같이 살고 있음을, 모두가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면 더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다. 

규진 씨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가족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는지도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서로의 동의를 무척 중요하게 고려한 뒤, 서로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있고, 같은 생활을 함께하고, 서로를 책임진다면 가족이 된다고 본다. 라니도 자라면서 이런 부분들을 느껴 우리를 가족으로 여겨주길 바라고.(웃음) 우리 현실에는 표준적이고 정상적인 가족 모습의 관념이 늘 있었고, 가족에 대해선 굉장히 좁은 해석만이 존재해 왔다. 이에 2021년 발표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서 가족의 정의가 다양해지도록 바꾸는 것을 중요한 정책 목표로 다뤘고, 괜찮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대도 조금 했었다. 하지만 작년 여성가족부 장관의 결정으로 이러한 노력이 모두 없었던 일이 돼 버려 우려와 실망이 크다. 가족을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구성하는 것을 인정하고, 그 권리를 국가가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기존의 협소한 정상가족 범주에 들어가지 못하는 여러 가족들이 어떤 보호도 없이 스스로 생존해야 하는 현 상황은 매우 유감이다. 

라니가 어떤 사회에서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길 바란다. 모든 부모의 큰 욕심이다. 다만 너무 못되게 자라진 않았으면 싶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너무 많다. 여자아이니까 본인이 안전하도록 그런 면모가 때로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라니가 혼자만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친구가 많고 자기 편도 많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행복한 것 같다. 

규진 씨와 세연 씨 두 사람처럼 컸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우리처럼 산다면 속은 편할 것이다. 다만 그러려면 기억력이 나빠야 한다. 우리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나쁜 감정이나 상처, 불리한 일, 고통 같은 것을 잘 까먹는다. 무딘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도 같다. 아이가 덤덤하지만 배포 있는 성격으로 큰다면 좋겠다. 하지만 아주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로 자라더라도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도록 돕는 게 부모의 역할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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