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대목이다.
11월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서울대학교 디자인과 졸업주간 『The Great Bump』가 열렸다. 졸업주간 준비위원회는 ‘서로 다른 목적을 향해 나아가던 우리가 한 단계 도약해 다시 각자의 길로 나아가기 전 졸업주간에서 마지막으로 다 함께 마주치는 것’을 ‘The Great Bump’, 즉 대단한 충돌 사건이자 찰나의 마주침으로 명명한 것이라 설명했다. 그렇게 하나의 세계를 딛고 또 다른 세계로 항해하기 직전의 순간을 포착하는 공간이 펼쳐졌다.
『The Great Bump』는 시각디자인과 산업디자인 전공생 총 41명이 1년간 준비한 개인 작업물을 전시하는 자리였다. 시각디자인 전공에서는 미디어, 그래픽, UI/UX, 브랜드, 시각디자인통합 프로젝트가, 산업디자인 전공에서는 공간, 모빌리티, 리빙, 제품인터랙션 프로젝트가 모여 총 9개의 프로젝트 전시장을 이뤘다.
디자이너들은 저마다의 고민이 담긴 결과물을 통해 세상을 마주했다. 박소영 디자이너의 「Slumber Society」는 게으름을 숭배하는 컬트를 가정한 그래픽디자인이다. 노력을 통해 성취를 내고 성공을 쟁취하는 삶만이 숭배되는 현대인의 성공신화에 대한 반발로 ‘게으름 수행을 통한 만병통치’를 제안하는 컬트의 상상적 형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나영 디자이너의 「NOYST」는 박새를 위한 새집을 기획한 것으로, 순환 디자인과 비인간 중심 디자인의 관점을 택한다. 생산-소비-폐기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성을 적극적으로 고민한 것이다. 김한나 디자이너는 「프로젝트 너머」를 통해 사진관에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출장 사진관을 운영하며 삶의 공간을 확장한다.



서울대학교 디자인과 졸업주간 『The Great Bump』는 12월 13일부터 온라인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온라인 전시는 개별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오프라인 전시 현장을 함께 담는다. 디자이너들이 부딪친 세계와 직접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