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빼빼로데이 시즌이 끝난 거리는 크리스마스 준비에 한창이다. 11월부터 곳곳에 우뚝 솟은 트리와 전구, 울려 퍼지는 캐럴이 크리스마스와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붉은빛, 초록빛 장식들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도 같다. 그러나 찬란하게 빛나는 장식 뒤편에 간과된 환경이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온 12월, 〈서울대저널〉의 PD들이 화려한 크리스마스 풍경에 가려진 환경 문제를 되짚고 지구를 위해 조금 더 건강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방법을 고민해봤다.

크리스마스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일종의 명절이다. 본래 종교적 의미가 강했지만, 오늘날에는 연말에 오는 공휴일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사람들은 소중한 이와 함께 일상적 하루에서 벗어나 특별한 경험을 즐기며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백화점 팝업스토어의 크리스마스 장식

▲팝업스토어를 둘러보는 사람들
대중에게 크리스마스가 연말의 명절이라면, 각종 업계에 있어 크리스마스는 연말의 다양한 행사와 소비 심리를 겨냥하는 1년 매출의 중요한 대목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크고 화려한 트리와 장식물은 매출의 실질적인 향상으로 이어진다. 지난 겨울 크리스마스 외관 장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롯데백화점의 경우 크리스마스 점등 기간인 11월 15일부터 12월 25일까지 본점의 저녁 시간 매출이 2021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올해도 기업들은 크리스마스 특수를 기대하며 앞다퉈 대형 트리와 장식, 네온사인 등을 마련했다.

이전에 11월 말과 12월 초에 집중됐던 크리스마스 마케팅 시기는 갈수록 앞당겨지는 추세다. 올해는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조성하는 ‘얼리 크리스마스’ 마케팅도 등장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위축된 소비 심리를 자극할 필요성과 엔데믹 선언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본격적 크리스마스라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다. 화려한 장식과 더불어 늘어나는 매출은 업계를 웃게 한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 간과된 것이 있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며 크리스마스 시즌에 사용되는 트리와 트리 장식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
플라스틱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은 주로 PVC 성분이다. 염소를 주원료로 하는 PVC는 염소 제거 문제로 인해 국내에서 재활용이 불가능하고, 제작부터 매립 및 소각 전 과정에 걸쳐 유해 물질을 방출하며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PVC의 전면 사용 금지를 주장해왔다.

▲반짝이로 꾸민 트리장식
크리스마스트리 및 카드, 포장지 등에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반짝이도 문제다. 반짝이 장식은 지름 5mm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으로, 폴리에스터 PET 필름 소재다. 미세플라스틱은 체내에 흡수될 시 주요 기관에 축적돼 암을 유발하며, 물에 씻겨 내려가 환경으로 유입될 시 생태계에 위해를 끼친다. 이에 영국의 대형 유통 업체들은 2020년부터 미세플라스틱으로 이뤄진 반짝이 제품에 대한 판매를 중단할 것을 선언했다. 한국 또한 미세플라스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남해 연안 마산만과 진해만 퇴적물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정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2000년대 미세플라스틱 오염 증가율이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증가율인 8%보다 약 2배 높다고 밝혔다.

▲거리의 크리스마스 조명 ⓒ윤성은 사진기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데 사용되는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는 빛 공해와 전력 낭비 문제로 이어진다. 인공조명으로 인해 낮처럼 밝아진 밤은 명암 주기를 생체 리듬으로 삼는 동식물에 악영향을 끼치고, 크리스마스 전후로 증가한 전력량은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진다.
* 미디어 파사드: 건축물의 외벽 등에 조명 등을 설치해 미디어적 기능을 구현하는 것
독일, 영국 등 유럽권 국가를 중심으로 등장한 ‘그린 크리스마스(Green Christmas)’ 움직임은 크리스마스 시즌이 야기하는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린 크리스마스는 지속 가능한 크리스마스를 만드는 것을 추구한다. 〈서울대저널〉 PD들이 직접 〈서울대저널〉 편집실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꾸며보며 그린 크리스마스를 위한 실천 사항을 알아봤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은 새로운 것을 사기보다는 중고 거래를 통해 구한다.

▲집에 있는 장식을 사용하거나 이웃의 것을 얻어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생심리건강지원단에서 얻어온 솜

▲편집실 책장에 있던 〈서울대저널〉 164호 ‘웨딩 풀코스 안내서’ 커버 사진용으로 구매했던 레이스 장식

▲일회용품을 활용해 간단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과자 상자를 활용해 만든 ‘2024’ 장식


▲과자 상자로 만든 종이 크리스마스트리
트리 전구

▲크리스마스트리에 전구는 사용하지 않는다. 부득이하게 사용할 경우 전력 소비량이 적은 LED 전구를 사용한다.

▲아이스크림 뚜껑과 핸드폰 조명을 활용해 간이 조명을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
크리스마스선물


▲일회용 포장지 대신 다회용 보자기로 선물을 포장한다.

▲완성된 크리스마스 장식
이처럼 일상에서 그린 크리스마스를 실천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변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장식과 각종 행사에 사용되는 수많은 일회용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마케팅 시즌이 바뀜에 따라 기존의 장식은 새로운 것으로 쉽고 빠르게 대체된다. 크리스마스 장식은 새해를 기념하는 장식으로, 새해 장식은 곧 밸런타인데이 장식으로 바뀔 것이다.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두 달 가량 사용되고 버려지는 장식을 뒤로 하고, 덜 화려할지라도 환경과 더불어 가는 기념일을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