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류 프로그램은 학문적 견해를 넓히고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대학 생활의 특별한 이벤트다. 서울대 또한 대표적인 국제교류 프로그램인 교환학생과 함께 국외수학 학점 인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매년 500여 명의 학생들이 외국대학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돼 학업을 수행하고 돌아온다. 그러나 명시된 교환학생 취지와는 달리 정작 국외수학 학점 인정이 잘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국외수학 학점 인정 제도를 둘러싼 문제와 학생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살펴봤다.
서울대학교의 학점 인정, 유독 까다롭다고?
국외수학 학점 인정 제도는 교환학생을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서울대 졸업학점은 130학점 이상으로, 학생들은 8학기의 정규학기 동안 평균 15학점 이상의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 교환학생으로서 외국대학에서 1~2학기를 수학하게 된다면 정규학기 내에 졸업학점을 이수하는 것이 부담된다. 외국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이 우리 학교의 학점으로 잘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 학생들에 비해 졸업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다전공이 졸업 필수요건인 안지민(국어국문 20) 씨는 “학점을 채우는 데 부담이 컸기에 졸업을 미루면서까지 교환을 가는 것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국외수학 기간 동안 수강한 학점을 어떻게 본교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을까? ‘서울대학교 외국대학과의 학생 교류수학 및 학점인정에 관한 규정’ 제9조에 따르면, 국외수학 기간 동안 ▲외국대학에서 정규 학위과정으로 개설된 수업 ▲공식 성적증명서 발급이 가능한 수업 ▲전공 관련 교과목을 원칙으로 하되 지도교수의 추천 또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시 그 외의 교과목을 이수할 수 있다. 하지만 수강한 모든 수업의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파견된 외국대학에서 수강한 학점이 온전히 인정되지 않는다. 외국대학과 국내대학의 학점 산정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학칙 제74조에 따르면, 서울대는 1학기간 15시간 이상의 강의를 1학점으로, 실험·실습·실기 및 체육 과목은 1학기간 30시간 이상의 수업을 1학점으로 책정한다. 실제로 수업이 진행된 시간인 순 강의 시간의 총합을 15로 나눈 뒤 소수점을 버린 값만큼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서울대에서 정규학기 15주 동안 주 1회 3시간 진행되는 수업에 3학점을 부여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 조항을 외국대학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실제로 수강한 강의 시간을 전부 학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대표적으로 유럽대학은 ECTS(European Credits Transfer System) 방식을 채택해 순 강의 시간 외 실습, 과제 등 학생이 강의를 위해 준비한 시간도 학점의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이렇게 취득한 학점은 주당 수업 시간에 기반한 한국 학점으로 환산할 때 누락돼 버린다. 외국대학에서의 실제 수학 내역보다 현저히 적은 학점만을 인정받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수강한 강의 시간을 학점으로 인정받기 위해 여러 절차를 거쳐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서울대는 학점으로 환산될 정확한 시간 증명을 위해 학생들에게 강의 시간과 요일이 기재된 파견 대학의 강의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간혹 강의계획서에 토론·발표 시간이 별도로 표기된 경우 순 강의 시간에 포함되지 않아 학점 환산에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토론·발표 시간을 별도로 나눠놓았을 뿐 강의 시간 내에 토론·발표가 이뤄진다. 서울대에서 2시간이 강의식 수업이고 1시간이 학생들의 발표로 이뤄질 경우 3시간을 모두 강의 시간으로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경우 별도로 표기된 토론·발표 시간이 강의 시간에 포함된다는 담당 교수의 확인 메일이 있어야만 실제로 수강한 시간을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다.
이는 학점 인정을 의식한 학생들의 강의 선택 폭을 축소시키는 문제를 초래한다. 세미나와 같은 형태의 수업은 순 강의 시간을 산출하기 어렵고 이를 증명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안정적으로 학점을 인정받기 위해 강의 중심 수업을 선호하게 된다. 안지민 씨는 “서울대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운다는 것이 교환 프로그램의 분명한 학문적 목표고, 실제 서울대 학생들이 세미나 형태의 수업에 잘 참여하지 못한다고 느꼈는데 오히려 학교에서 새로운 형태의 수업을 경험할 학업적 유인을 없애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파견 대학 강의계획서와 본교의 전공 교과목 계획서를 모두 제출해 강의 내용이 유사함을 확인받아야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올해 1학기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윤나연(소비자 20) 씨는 “교환학생으로서 소비자학을 전공한다고 소개했을 때 “그게 뭐야?”라는 질문을 들을 정도로 소비자학은 이들에게 생소하고 다뤄지는 학교가 잘 없는 학과”였다고 회상했다. 윤 씨는 서울대에 수학 계획서를 제출했을 당시 작성했던 수강 예정 과목들은 학점 인정이 어렵다는 안내를 받아 학점을 포기한 채 교환학생을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윤 씨는 “학점 인정이 불가능했던 것이 본교에서보다 파견 대학에서 다소 가볍게 학교생활에 임한 계기로 작용한 것 같다”며 “편한 마음으로 간 것을 후회하진 않지만, 인정이 수월했더라면 조금은 다른 교환학생 생활이 됐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똑같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다른 국내대학들의 국외수학 학점 인정제도는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파견 대학에서 이수한 교과목은 본교 전공이나 교양 선택과목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교양 교과목의 경우 본교에 유사한 교과목이 없더라도 최대 9학점까지 인정이 가능하며, 특히 유럽에서 취득한 ECTS 학점은 취득한 학점의 2분의 1을 본교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파견 대학 성적표를 국제교류원에 제출하면 수업일수·시간과 파견 대학의 학제를 검토한 후 일괄적으로 취득 학점이 환산된다. 연세대 개설 과목을 국외에서 대체 수강한 것으로 인정을 받을 때만 본교에 유사한 교과목이 존재해야 하고, 본교 과목 대체가 아닌 단순 수강의 경우 전공, 일반선택(일선), 교양 분류 모두 학과장 확인만 거치면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서울대가 유독 학점 인정에 엄격한 기준을 매기고 학생들에게 거듭된 증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외수학 학점 인정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학사과에 교환학생 중 학점 인정을 신청한 학생의 비율과 실제로 인정받은 학점 수의 평균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학사과는 신청 비율은 “학사과 시스템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자료이고, 학점 평균은 “단과대별로 학점 인정 기준이 상이해 데이터만 봐서는 왜곡된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사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공지 부족으로 인한 혼란
서울대는 ECTS 학점 인정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19년 학칙 제74조 3항을 신설했다. ‘외국대학에서 이수한 교과목의 강의 시간 외 학습 시간 인정에 관한 사항은 학(원)장이 따로 정할 수 있다’는 제74조 3항은 학점 인정 결정을 단과대별 재량에 맡기는 모호한 조항이다. 사회과학대학은 ECTS 학점 환산에 대한 별도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2020년 9월 이후 ECTS로 표기된 전공 교과목에 한해 ECTS 학점에 0.6을 곱한 뒤 소수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한 만큼의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공과대학은 학칙 제74조 3항이 만들어지기 전인 2017년부터 사회과학대학과 같은 환산식으로 학점을 인정해왔다.
그러나 이들 단과대는 학점 인정과 관련한 정보를 명확하게 공시하고 있지 않다. 관련 정보는 단과대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경제학부 및 정치외교학부, 항공우주공학과 등 일부 학과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서만 찾아볼 수 있기에 해당 학과에만 적용되는 사항인지, 단과대 전체에 적용되는 사항인지는 여전히 학생 개인이 거듭 확인해야 한다.
학칙 제74조 3항에 대한 공지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국제협력본부에서 제공하는 학사과 국외수학 학점 인정 안내 문서에는 여전히 ‘15시간 이상의 강의를 1학점으로 한다’는 기존 조항만 강조하고 있었다. 인문대학 등 별도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단과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도 마찬가지다.

핵심 정보를 누락한 공지로 인한 혼란은 ECTS 학점뿐만 아니라 학점 인정 과정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생들은 학점 인정을 위해 국제협력본부, 학사과, 소속학과 등에 일일이 전화와 메일을 통해 확인을 거쳐야 한다. 안지민 씨는 “담당 기관 중 어디로 문의를 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조차 어려웠으며, 국제협력본부에서 일괄적으로 알려주는 학사과 기준보다 소속 학과의 기준이 우선한다는 사실 또한 전화로 문의한 뒤에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보 누락과 복잡한 공지로 관련 내용 파악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파견 대학의 수강신청 기한 내에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올해 1학기 교환학생으로 파견된 A(사회 20)씨는 “교환학생 학점 인정이나 제2전공 진입 등 졸업에 직결되는 문제들이 상당히 비공식적인 경로로 정보가 교환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A씨는 “직접 문의하면 불편하지만 결국 정보를 확인할 수는 있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게 만드는 것 같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본부, 단과대의 미흡한 공지로 학점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지 않은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단과대별·학과별로 다른 학점 인정 기준
단과대·학과마다 다른 학점 인정 기준도 학생들 간 정보 교환 및 획득을 어렵게 한다. 인문대학, 생활과학대학 등에서는 ECTS 학점 인정 보완을 위해 마련된 학칙 제74조 3항에 따른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해당 단과대 학생들은 여전히 ECTS 학점을 환산할 때 순 강의 시간 15시간을 1학점 인정 기준으로 따르고 있다.
전공선택(전선) 과목의 경우는 본교에 유사한 과목이 있다면 수강 학점으로 인정된다는 서울대 전체의 공통 규정이 있다. 그러나 강의의 유사성 기준은 학생이 제출한 강의계획서에 기반해 학과가 판단하고 승인하기 때문에 학생으로서는 학점 인정이 되리라 확신할 수 없다. 학점 인정 신청이 반려되더라도 해당 이유를 안내받지 못하는 경우도 잦다.
일선 과목은 학과별로 인정 조건이 다르다. 국어국문·사회 등의 학과는 본교에 유사한 과목이 없어도 전공 교과목이라면 학점을 인정하나, 소비자·언론정보 등의 학과는 일선 또한 본교 다른 학과의 전선 과목과 유사하다는 해당 학과의 확인 증빙이 있어야만 인정하고 있다. 윤나연 씨는 “경제학 과목을 인정받으려 했는데 경제학과에 메일을 보내서 유사성을 확인받고 도장을 받으러 가는 과정이 너무 번거롭고 인정 여부도 불확실한 반면, 최종 인정 학점은 겨우 1학점이라 학점 인정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인문대학은 학과별로 인정 기준 혼란이 유독 심하다. 서어서문학과는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들어야만 전선으로 인정한다. 국어국문학과는 학과의 특성상 전선으로는 어떤 수업도 인정받을 수 없지만, 일선은 본교에 유사한 과목이 없더라도 인정받을 수 있다. 단과대별 및 학과별 차이를 고려해 자율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해도 형평성과 혼란의 문제는 남아있다. 복잡한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나 공지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여전히 제기되는 개선의 목소리
본부는 2019년 학칙 제74조 3항을 신설해 국외수학 학점 인정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 해당 조항에 따른 별도 규정은 유럽대학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실제 시행하는 단과대도 적고 규정의 존재 여부 또한 제대로 공지되지 않고 있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지 않아 비공식적으로 메일과 전화를 통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겨우 학점 인정의 기준과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는 문제는 단과대를 막론하고 벌어지고 있다. 학업적 유인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편의와 행정상의 효율을 증진하기 위해서라도 국외수학 학점 인정 제도의 전면적 검토와 정보의 공식화가 필요하다.

학생사회에서는 개선의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제64대 총학생회 선거운동본부 ‘파도’는 국외수학 학점 인정 제도 개선 공약을 내세웠다. 파도는 “많은 단과대에서 채택하고 있는 교환학생 학점 인정 총량 계산 방식이 정규수업의 방식과 비교할 때 과도하게 엄격”하다며 “각 단과대의 학점 인정 제도에서 반올림을 허용하거나 강의 시간 총합을 인정하는 등 기준을 유연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학생들은 인정 기준 완화와 더불어 학점 인정 기준 공통화도 요구하고 있다. 안지민 씨는 “학점 인정 기준의 통일”을 가장 시급히 개선할 제도로 뽑았다. 각 학과와 교과목 특성을 고려했을 때 완전한 통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더라도 특이 사항이 있지 않은 한 적어도 같은 단과대 내의 학과끼리는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요지다. 또한 안 씨는 “학과별로 차이를 보이는 핵심적인 부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미리 공지하길 바란다”며 정보 접근의 장벽을 낮출 것을 요구했다.
교환학생은 서울대 학생들이 더 큰 세상에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외국대학과의 교류가 향후에도 계속해서 활발하게 이뤄질 것임에도 국외수학 학점 인정이 잘 이뤄지지 않아 교환학생 파견을 결심함에 있어 학생들에게 많은 고민과 불편함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학점 인정에 대한 부담으로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이제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뛰어들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