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은 유독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습니다. 그 여파 때문일까요. 빠르게 변하는 날씨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걸린 감기가 지난 몇 년을 통틀어 가장 증상이 심한 것도 같습니다.
사실 아닐지도 모릅니다. 작년 이맘때쯤 두 번째로 걸렸던 코로나가, 6년 전 2학기 기말고사를 망쳐놓았던 독감이 더 아팠을지도 모르죠. 매년 내뱉는 “올해가 역대급으로 추운 것 같아”라는 말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작년의 추위는 이미 기억에서 지웠기 때문에 해마다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너무 쉽게 잊어버립니다. 단순히 한 해 전의 날씨부터, 심한 감기를 앓았던 기억, 더 나아가 당시에는 마음에 깊이 박혀 ‘절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일들까지 결국은 무심히 지워버리죠. 기억해야만 하는 것을 말 그대로 오래도록 기억하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인 줄 몰랐습니다.
기억하기 위해선 거듭해 말하고 또 글로 남겨야 한다는 사실을 〈서울대저널〉에서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아팠던 기억조차 비틀어 보지 않으면, 의문을 품지 않으면 금방 일상이 돼 버릴 것만 같습니다. 잊을 수 없는 모든 순간을 ‘그저 그랬다’고 여기며 살아가게 될까 두렵습니다. 〈서울대저널〉에서만큼은 차곡차곡 쌓인 일들의 맨 아래편, 가장 버거운 무게를 견디고 있는 잊힌 문제들을 살폈습니다. 이번 182호는 반복해 말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놓인 과제와 시험을 해치우느라 잠시 잊었던 대학의 본질을 되짚고,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서 시작해 일상에 도사리는 유해물질의 위험성에 다시 한번 주목했습니다. ‘기억은 권력’이기에, 군형법상 추행죄의 역사를 기억하며 그 위헌성을 외치는 이들에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그 자체로 2014년의 세월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한 편과, 지난 경험을 꺼내 적극적으로 독해하자 제안하는 연극 한 편의 감상도 소개합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뒤에 숨어버린 환경의 문제도 파고들었습니다.
새로운 제호를 준비할 때마다 〈서울대저널〉 사람들은 최근 읽었던 글, 북마크 해둔 웹페이지, 시청했던 영상들을 전부 되짚어가며 주제를 찾습니다. 파고 파고 또 파다가 5년여 전의 글까지 다다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주제 선정에 오랜 시간을 쏟는 것은 혹여나 스쳐가버린 일들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기억돼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것들이 늦더라도 말해져야 함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기억해야만 하는 것을 말하고 쓰기를 택하겠습니다. 저희의 펜이 미처 닿지 못한 삶이 없도록 부단히 기사의 저변을 넓히겠습니다. 끝내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