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지현 교육부처장, 김성규 교육부총장, 오병권 교무처장, 성연서 자유전공학부 비상대책위원장(자유전공 22)
지난 22일 오후 4시, 61동(기초교육원) 320호에서 ‘학부대학 설립 관련 의견 수렴을 위한 자유전공학부 학생 간담회’가 열렸다. 올해 1월 학부대학을 신설해 자유전공학부를 통합하고 무전공 입학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본부의 계획이 언론을 통해 유출된 바 있다. 당시 자유전공학부 비상대책위원회는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유전공학부를 재편한다며 본부를 규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지현 교육부처장, 김성규 교육부총장, 오병권 교무처장 등 학부대학 설립추진단에 소속된 교수들이 참석해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질문에 답했다. 학부대학 설립추진단이 공개된 자리에서 자유전공학부 학생들과 소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학부대학 내년 3월 출범
이지현 교육부처장은 “서울대 종합대학화 50주년인 2025년 3월에 학부대학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부대학에는 자유전공학부와 기초교육원을 포함한 여러 단위가 편입돼 열린 전공과 기초 교양 교육 등을 전담할 예정이다. 학부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현 자유전공학부 시스템과 비슷하게 1‧2학년 때 학부대학에서 주관하는 기초 교양 과목을 이수하고, 추후 원하는 전공으로 진입하게 된다.
다만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모든 신입생을 무전공으로 선발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서울대와 같이 큰 종합대학에서는 무전공과 학부제가 섞여 있는 것이 오히려 다양성 보장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 등장한 강의-토론 융합 강의인 ‘베리타스 강좌’는 내년 학부대학으로 이관해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내년부터 전교생이 들을 수 있도록 30개 이상의 ‘베리타스 강좌’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학기에는 학생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강의인 ‘베리타스 실천’도 신설할 예정이다. 설립추진단 측은 ‘베리타스 실천’ 강의가 최소 50개부터 100개까지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자유전공학부, 꼭 없어져야 할까
간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학부대학 신설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자유전공학부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열린 전공과 기초 교양 교육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열린 전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다른 단과대에서 정원을 가져와야 하는데, 자유전공학부 체제를 유지할 시 쉽지 않다”고 답했다. 오병권 교무처장은 “자유전공학부의 장점은 학부대학으로 오더라도 훼손당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소속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누리게 하는 것이 학부대학의 목표”라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졸업 요건이 바뀌지 않을까 우려하는 학생 질의에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이미 입학한 자유전공학부 학생에 대해서는 졸업 때까지 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쟁점은 전공 진입 학생들의 소속
학생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주제는 전공 진입 학생들의 소속 변경 여부였다. 현 자유전공학부 체제에서는 학생이 전공을 선택하더라도 자유전공학부 소속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날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학부대학으로 입학한 학생이 이후 전공에 진입할 경우 해당 학과로 소속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학생 A씨는 “계속 교류를 이어갈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라는 집단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물었다. 이에 오병권 교무처장은 “선후배 관계가 이어지기를 원하는 재학생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후배가 전공학과 소속을 원하면 보내주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오 교무처장은 “학부대학에 남아있기를 희망하는 학생은 남아있을 수도 있다”며, “소속 변경 제도와 학부대학 커뮤니티는 공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연서 비상대책위원장(자유전공 22)은 “입시시장에서 학부대학이 상위권 전공에 진입하는 발판으로 쓰일 수 있다”며 소속 변경 제도가 전공 쏠림을 가속할 것을 우려했다. 이에 오병권 교무처장은 “그것을 이유로 자유전공학부를 유지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 아니”라며 “서울대 학생들은 본인의 적성이 어떤 것인지 가늠해서 인기와 무관하게 전공을 찾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전공 진입 경쟁이 발생할 시 학점을 기준으로 전공 진입을 판단할 계획은 전혀 없으며, 학생이 해당 전공을 주제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를 중점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육부총장은 또한 “전공을 선택하는 당사자인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더 잘 알 것”이라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대안 창출을 부탁했다. 자유전공학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간담회는 계획된 시간을 넘어 5시 40분쯤 끝났다. 김성규 교육부총장은 간담회를 마치며 “앞으로도 학생들과 계속 대화하며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