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2024년, 고물가 시대를 파헤치다

  사과 10개에 2만 9,301원, 배 10개에 4만 455원. 작황이 부진했던 과일류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사과는 27.4%, 배는 39.1% 비싸졌다. 통계청에서는 매월 각 가정이 생활을 위해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알아보기 위해 「소비자물가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으나,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영 낮아지지 않은 실정이다. 어찌하다 삶이 이렇게나 팍팍해진 것일까.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2024년, 고물가 시대를 파고들어 봤다.

의식주조차 막막하다

  바야흐로 만 원으로 한 끼 겨우 챙겨 먹는 시대가 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가격정보 종합 포털사이트 참가격이 주요 외식 품목의 평균 가격 추이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서 2024년 사이 주요 외식 품목 가격의 상승률은 대부분 20%에 달했다. 2021년 9,423원이었던 냉면의 가격은 2024년 1월 기준 11,385원에 달하며 약 21%의 상승률을 보였고, 칼국수도 3년 전 7,462원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 9,038원에 이르며 냉면과 비슷한 가격 상승률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짜장면은 2021년 5,458원에서 2024년 7,069원까지 오르며 3년 새 가격이 무려 30% 가까이 뛰었다. 김치찌개 백반은 8천 원, 김밥 한 줄은 3,323원으로 3년 전에 비해 각각 16%, 23%의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사진 설명 시작. 주요 외식 품목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선 그래프다. 그래프 제목은 왼쪽 상단에 적혀 있고, 바로 옆에 ‘단위: 원’, ‘지역: 서울’이 써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의 가격 추이가 점으로 찍혀 있다. 품목은 냉면, 칼국수, 김치찌개백반, 자장면, 김밥으로, 각각 다른 색으로 표시돼 있다. 냉면은 2021년에 9,423원에서 시작해 2024년에 11,385원으로 올랐다. 칼국수는 2021년에 7,462원에서 시작해 2024년에 9,038원으로 올랐다. 김치찌개백반은 2021년에 6,904원에서 시작해 2024년에 8,000으로 올랐다. 자장면은 2021년에 5,458원에서 시작해 2024년에 7,069으로 올랐다. 김밥은 2021년에 2,712원에서 시작해 2024년에 3,323원으로 올랐다. 오른쪽 하단에 ‘출처 :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이 적혀 있다. 사진 설명 끝.
▲주요 외식 품목 가격 추이 ⓒ송나윤

  먹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입는 것에 들여야 하는 돈도 확연히 늘어났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조사」 중 의류 및 신발 품목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2023년의 상승률은 6.7%로 10년 새 최대치다. 특히 지난해 10월의 의류 및 신발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을 기준 수치 100으로 했을 때 112.32였는데, 이는 2022년 10월에 비해 약 8.1% 상승한 것이었다. 의류 업계는 이러한 가격 인상이 코로나19 시기 억제됐던 가격 상승과 원재료 물가 상승분이 반영된 영향이 크다며,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2021년 11월부터 오름세가 점차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주거 공간은 어떨까. 최근 전세 사기의 영향으로 전세의 월세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데, 한국부동산원의 발표에 따르면 서울 빌라 월세는 올해 2월 기준 6개월째 오르고 있다. 원룸, 오피스텔 등 매물을 찾는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다방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 대학가 월세는 1년 새 11.6% 상승했다.

  월세 외에도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지불해야만 하는 비용인 전기·가스·수도의 가격 또한 오르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조사」를 통해 전기·가스·수도의 소비자물가 추이를 살펴보면 최근 2년간 상승 추세가 뚜렷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23년 1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28%에 달했는데,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최고의 상승률이었다. 전기요금이 2022년 4월, 7월, 10월에 연속해서 인상된 여파였다.

사진 설명 시작. 전기·가스·수도 소비자물가 추이를 나타내는 그래프다. 기준은 전년동월 대비 증감률이고, 단위는 %이다. 2022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의 수치가 표시돼 있다. 특징적인 수치만 숫자로 적혀 있다. 2022년 2월에 3.1, 2022년 5월에 9.7, 2022년 7월에 15.5, 2022년 10월에 22.9, 2023년 1월에 28, 2023년 6월에 25.8, 2023년 8월에 21.1, 2023년 12월에 9.7이다. 오른쪽 하단에 ‘출처 :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가 적혀 있다. 사진 설명 끝.
▲전기·가스·수도 소비자물가 추이 ⓒ송나윤

공식물가와 체감물가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이렇듯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들의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전반적인 물가 상황은 어떨까. 2024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15인데, 이는 기준 연도인 2020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계산된 수치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8%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실제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체감물가의 차이가 크다는 반응이 줄곧 나온다. 통계 수치와 주관적인 인식 사이의 차이가 발생하는 까닭은 기본적으로 통계 산정 방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국 40개 도시, 458개 재화와 서비스를 대상으로 추산되고,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 비중을 근거로 대표품목의 가중치를 정해 산출된다. 개별 가구의 소비 성향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는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또한 소비자들이 주로 구입하는 상품의 가격 변동을 더 잘 체감하므로 체감물가와 공식물가의 괴리 자체가 완전히 해결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사과, 배를 포함한 신선식품이나 생활용품과 같이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 실제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이 아니더라도 체감물가는 더 높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통계청에서는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사이 괴리를 좁히기 위해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 등을 함께 발표하고, 공식물가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지수 개편을 거듭하고 있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 조사 대상 품목 중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의 품목을 따로 추산해 계산한 지수고, 신선식품지수는 식탁에 자주 오르는 신선과실·채소·생선·해산물 등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2024년 1월 기준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고, 신선식품지수는 14.4% 상승했다. 이런 지표들은 소비자물가지수에 비해서는 체감물가 상승을 더 잘 반영해, 소위 ‘장바구니 물가’에 근접하게 추산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사진 설명 시작.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4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전년동월대비) 이미지다. 계산대에 점원 한 명이 있고, 계산대 기계에 ‘소비자물가 2.8% 상승’이 가장 큰 글씨로 적혀 있다. 오른쪽 위에는 생활물가지수,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이 장바구니 그림에 적혀 있고 각각 3.4% 상승, 14.4% 상승했다. 오른쪽 아래에는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각각 적혀 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8.0% 상승(가중치 75.6)했고 품목별 증감률은 다음과 같다. 사과 56.8% 상승, 귤 39.8% 상승, 돼지고기 2.3% 하락, 마늘 12.1% 하락. 공업제품 물가는 1.8% 상승(가중치 338.3)했고 품목별 증감률은 다음과 같다. 티셔츠 10.4% 상승, 아이스크림 15.1% 상승, 경유 11.9% 하락, 운동용품 15.1% 하락.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5.0% 상승(가중치 33.7)했고 품목별 증감률은 다음과 같다. 전기료 4.3% 상승, 도시가스 5.6% 상승. 서비스 물가는 2.6% 상승(가중치 552.4)했고, 품목별 증감률은 다음과 같다. 보험서비스료 18.2% 상승, 공동주택관리비 5.5% 상승, 승용차임차료 25.2% 하락, 전세 0.9% 하락. 사진 설명 끝.
▲2024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 ⓒ통계청

  그럼에도 실제 물가등락률에 비해 체감물가가 높은 상황이 2023년 2월부터 지속되고 있다. 인하대 이은희 교수(소비자학과)는 “물가지수는 소비자에게 복리의 개념으로 체감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엄청나게 물가가 오른 2022년을 기준으로 2023년의 물가가 계산되고,  또 이를 기준으로 2024년의 물가가 계산”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당해 물가지수에 유독 큰 괴리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소비자물가지수는 기본적으로 전년을 기준으로 계산되는데, 2022년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1%였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에 기록된 7.5%의 상승률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2008년 국제 원유가격 급등이 있던 때의 상승률인 4.7%보다도 높은 수치다.

사진 설명 시작. 전년동월비 물가등락률과 물가인식을 나타낸 막대그래프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의 수치가 표시돼 있다. 물가등락률은 2022년 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상승했다가 그 후로 2023년 7월까지 감소했고, 2023년 8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가 2023년 11월부터 낮아지는 모양새다. 물가인식은 2022년부터 2023년 2월까지 꾸준히 높아졌다가 2023년 상반기까지는 수치를 유지한 후, 2023년 7월부터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다. 수치가 명확히 표시돼 있지는 않지만, 이미지상으로 보이는 물가등락률 수치를 적으면 다음과 같다. 2022년 1월부터 한달치씩이다. 3.6, 3.7, 4.1, 4.8, 5.4, 6.0, 6.3, 5.7, 5.6, 5.7, 5.0, 5.0, 4.7, 4.2, 3.7, 3.4, 2.7, 2.4, 3.4, 3.7, 3.8, 3.3, 3.2. 이미지상으로 보이는 물가인식 수치는 다음과 같다. 2.7, 2.8, 2.9, 3.1, 3.2, 4.0, 5.0, 5.0, 5.0, 5.1, 5.0, 5.0, 5.0, 5.2, 5.1, 4.9, 4.8, 4.7, 4.4, 4.3, 4.1, 4.1, 4.1, 3.9. 물가등락률이 2022년 동안은 물가인식보다 높거나 비슷했는데, 2023년 2월부터 물가인식이 물가등락률보다 높은 모양새다. 사진 설명 끝.
▲물가등락률과 물가인식 ⓒ통계청

  소비자들이 자주 접하는 품목의 가격이 높아진 상황도 체감물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이은희 교수는 “사과는 요새 너무 비싸서 못 먹을 수준”이라며 최근 과일과 채소를 포함해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올랐기에 “서민들이 너무 괴로운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김광석 경제연구실장은 “물가 안정의 목표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감물가의 안정을 이루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공식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를 줄여나가는 것을 물가 안정 정책의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번 오른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가는 대체 언제부터, 왜 오르기 시작했을까. 전반적인 물가 상승의 원인을 단순히 진단할 순 없겠지만, 전문가들은 수요와 공급의 흐름에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끼친 영향을 짚는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수요는 줄고 유통망과 공급망은 제한돼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다가, 코로나19 대유행이 점차 사그라들며 억눌려 있던 수요가 폭발했다”고 장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민생연구 단체 더불어삶 안진이 대표는 “에너지 공급 국가인 러시아와 밀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국가인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이 터지며 공급망이 크게 교란됐다”고 지적했다.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물가 안정 노력을 강화하겠다.” 지난 1월 29일 제11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김병환 기획재정부(기재부) 차관이 남긴 말이다. 김 차관은 “2월 물가상승률이   1월보다 상승 폭이 커지며 3%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공식적인 소비자물가 조사 결과는 발표되기 전이었으나, 상승 추세가 예사롭지 않자 기재부 스스로 물가 상승을 선제 인정한 것이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킴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생활과 국민경제의 안정 및 발전에 이바지할 책무가 있다. 지난해 11월 초 윤석열 정부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소집했는데, 농림축산식품부 각 부처 차관을 물가 책임관으로 지정하며 ‘물가 관리 TF’를 가동하는 등 긴급 진화에 나섰다. 라면, 빵, 과자, 커피, 아이스크림, 설탕, 우유까지 주요 먹거리를 대상으로 담당자를 지정해 물가를 전담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또한 올해 상반기에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2%대까지 하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약 11조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혔다.

  물가 안정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나, 현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방식이 11년 전 이명박 정부가 일명 ‘MB 물가지수’를 선정해 품목별 가격을 특별 관리하는 식으로 물가를 통제하려다 결국 실패한 일과 겹쳐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초의 물가 대책에서 “세금 좀 올랐다고 주류 가격 올리냐”는 추경호 전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을 빚은 것이 대표적이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짜장면 값이 만 원 위로 올라가면 안 된다는 식의 통제는 끝났다”며 “수입 다변화, 유통망 개선 등을 통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진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취하는 대책은 주로 농산물 가격 하향인데, 농민들을 위한 비료 보조금은 임기 초반에 삭감하고서 농산물 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 평가했다. 현 정부의 정책이 “일방적으로 특정 계층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의 비중이 크다”는 지적이다.

누군가에게 고물가는 더 살인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1월, “재정을 더 늘리면 물가 때문에 서민들이 죽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2022년에 추경호 전 장관은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 하루 전, 재계 인사들에게 임금 인상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물가 상승이 지속되는데도 임금 인상은 억제한다면 결국 실질 임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서민들의 이중고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진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노동자 실질 임금과 가계 실질 소득이 모두 감소했는데, 이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는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이 316만 7천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만 원 증가했다. 이 시기 소득 증가율은 1.5%로 계산되는데,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5%였기 때문에 실질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셈이다.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면 취약계층이 더 큰 영향을 받고, 소득의 양극화는 심해진다. 2021년 3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소득 5분위별 소비나 저축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인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계산한 결과, 소득이 상위 20%인 5분위는 처분가능소득이 7.4% 증가했으나, 하위 20%인 1분위는 0.3% 감소했다. 김광석 경제연구실장은 “고물가에 따른 충격을 고소득층은 피해 갔지만, 저소득층은 소득 상승 정도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소비할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저소득층은 아주 기본적인 소비조차 줄여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실제로 2023년 4분기에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가계지출은 전년 동기보다 8% 증가했고, 가계지출이 감소한 분위는 소득 하위 20%인 1분위뿐이었다. 1분위 가구는 월평균 29만 1천 원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민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일명 장바구니 물가가 유독 올랐기 때문에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게 체감물가는 더 올랐을 것”이라 진단했다.

  청년층 또한 고물가 시대에 살아가기 힘겹다. 2022년 상반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는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체감경제고통지수를 발표했다. 연령대별 체감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 15~29세의 청년층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25.1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세대별 체감하는 물가상승률이 청년층에서만 5%를 초과하기도 했는데, 이는 물가 상승이 청년층의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이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설명 시작. 2022년 상반기의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나타낸 막대그래프다. 청년층(15~29세), 30대, 40대, 50대, 60대가 느끼는 체감경제고통지수가 표시돼 있다. 단위는 %이고, 체감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이 합해진 수치가 계산돼 있다. 체감 물가상승률은 청년층에서 5.2, 30대에서 4.9, 40대에서 4.6, 50대에서 4.6, 60대에서 4.8이다. 체감실업률은 청년층에서 19.9, 30대에서 9.5, 40대에서 7.9, 50대에서 8.7, 60대에서 11.3이다. 두 수치가 합쳐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청년층이 25.1, 30대가 14.4, 40대가 12.5, 50대가 13.3, 60대가 16.1로 청년층이 압도적인 수치를 보인다. 오른쪽 하단에 ‘출처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적혀 있다. 사진 설명 끝.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 ⓒ송나윤

  그럼에도 고물가로 인한 고통을 덜기 위한 지원책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안진이 대표는 “현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다시금 감세 약속이나 대기업 몰아주기식의 지원을 쏟아내고 있는데, 낙수 효과를 통해 그 온기가 취약계층과 서민에게도 돌아올 것이라고 했지만 기다려도 오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2024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약자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사실상 삭감에 가까운 규모의 복지 예산을 편성했고, 무책임한 감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 정부가 고물가 속 어려운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안진이 대표는 “서민들이 기본적인 소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종합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수준인 물가. 수요와 공급이 만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형성되는 가격 그 자체는 경제의 기본 흐름으로 보인다. 그러나 흐름이 너무 거세져 개별 가계의 힘만으로는 이를 버텨내기 힘들다면, 생계비를 차츰 줄여나가야만 한다면, 결국 서민들의 삶이 휩쓸리려고 한다면, 정부는 무얼 해야 하는가. 보여주기식의 언설이나 땜질식 정책으로는 역부족이다. 더 이상 고개를 돌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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