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에 만 원이 착한 가격이래요

5만 원의 행복, 3일간의 기록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을까? 최근 일정 기간 지출을 0원으로 줄여 소비하지 않음을 인증하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했다. 챌린지가 호응을 얻은 배경에는 고물가 시대, 높아진 재정 부담으로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오늘날 우리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삶의 기본적 요건을 충족하고자 할 때조차 지출을 피할 수 없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은 날에는 밖에서 적당히 밥을 먹고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영화를 본 것만으로 금세 5만 원을 넘겨 사용하기 일쑤다. 고물가 시대를 맞이해 사회문화부 3명의 기자가 ‘5만 원 챌린지’에 뛰어들어 봤다.

챌린지 시작 전, 규칙 정하기

  챌린지 시작에 앞서 평소 지출 내역을 확인했다. 정유림 기자는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기에 학교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면 일반적인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것보다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기숙사 및 학교 식당 또한 5천 원대 메뉴가 주를 이루기에 학생회관에서 제공하는 ‘천 원의 식사’를 이용하지 않으면 학식만 먹어도 하루에 만 원을 훌쩍 넘겨 지출하게 됐다. 이러한 현재의 물가와 평소 지출을 고려해 챌린지를 기획했다. 3명이 각각 하루씩, 총 3일간 5만 원 안으로 지출해 본다면 높아진 물가를 여실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챌린지 규칙을 정했다. 3일간 5만 원, 약속이 잡힌다면 하루만에도 실패할 수 있다며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에 잡혀 있던 일정을 조정하지는 않았고, 최대한 일상적인 하루의 지출을 담아낼 수 있도록 시기를 정했다. 한 사람씩 순서대로 챌린지를 진행하며, 본인의 챌린지가 시작되는 자정에 앞사람이 쓰고 남은 돈을 입금받기로 했다. 앞사람이 많이 쓴다면 뒷사람은 밥조차 사 먹지 못할 수도 있기에 뒷사람을 생각해 최대한 절약하는 의리를 보이기로 다짐했다.

  논의를 통해 정한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하루 2끼 이상은 꼭 챙겨 먹어야 한다.

  2. 기프티콘 및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단, 이는 지출 계산에서 제외한다.

  3. 챌린지 기간 내 직접 지출한 비용만 계산한다.

  그렇게 2024년 2월 17일 자정, 첫 번째 주자인 김현서 기자에게 5만 원이 입금되면서 5만 원의 행복, 3일간의 기록이 시작됐다. 각 기자들이 자신이 담당한 하루를 돌아보며 직접 챌린지의 소회를 풀어내 봤다.

17일, 본가생 김현서의 삶

  챌린지의 첫 타자가 돼 부담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본가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지출을 아예 안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직접 지출 비용만 계산해 내역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 끼니를 챙긴다면 주어진 돈을 지출하는 것은 피할 수 있었다.

  이날은 오전 8시에 비대면 회의, 9시에 비대면 과외, 12시에 독일어 학원 수업, 15시에 대면 과외, 20시에 비대면 과외가 예정돼 있었다. 원래 하루에 과외가 이렇게까지 몰려 있지는 않는데, 여행 때문에 보강 일정을 잡다 보니 토요일에 몰린 것이다. 생활비를 장학금과 과외비로 충당하고 있기에 일정에 무리가 있어도 과외를 그만둔 적은 없다.

  아무튼 회의와 과외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잠에 들었기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 자료를 준비했다. 준비하면서 그리 배가 고프지는 않아서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기로 다짐했다. 비대면 과외가 10시에 끝난 후, 부랴부랴 독일어 학원 숙제를 하던 중 어머니께서 영양제와 토스트를 챙겨주셨다. 사 먹었다면 분명 5천 원 내외로 돈을 써야 했을 텐데 다행이었다.

  토스트를 먹고 나서 독일어 학원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고, 2월에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해 사용 중이었기 때문에 이 또한 직접 지출에 포함되진 않았다. 학원 수업이 끝난 후 대면 과외에 가기 위해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사실 걸어서 갈 만한 거리기도 했는데, 기후동행카드가 있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버스를 탔던 것 같다. 기후동행카드를 쓰기 전에는 한 달 교통비가 12만 원을 훌쩍 넘곤 했는데, 후불교통비가 빠져나갈 때마다 큰 부담이 됐던 기억이 있다.

  과외에 가기 전에 배가 고파져서 카페에서 아이스티를 사 먹었다. 원래 과외 전 카페에서 음료를 사면 과외 학생 것도 같이 사서 가곤 하는데, 이날은 학생이 먹고 싶은 음료를 바로 답장하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내 음료만 사게 됐다. 과외 수업을 진행하며 나만 음료를 마시는 모습에 마음이 조금 불편하긴 했으나, 지출을 절약한 측면에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사진 설명 시작. 메가커피 브랜드의 아이스티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 절반쯤 마신 상태다. 사진 설명 끝.

카페 아이스티(3천 원)

  과외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 지하철을 탔고, 저녁은 밖에서 먹을지 고민하다 전날 포장해 온 해장국이 남아있어서 그걸 끓여 먹었다. 이 또한 직접 지출에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걸 챌린지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저녁에는 비대면 과외를 했고, 별다른 추가 지출은 없었다. 결국 17일 직접 지출은 아이스티 3천 원만 기록된 채 챌린지를 마무리하게 됐다. 일정이 빽빽한 하루여서 내게 주어진 돈을 쓸 정신도 없긴 했지만, 점심과 저녁 비용을 직접 지출하지 않은 공이 컸다고 생각하며 유림에게 남은 돈 4만 7천 원을 넘겨줬다.

18일, 긱사생 정유림의 삶

  현서에게 돈을 넘겨받았을 때, 액수를 보고 당황했다. 4만 7천 원이라니. 남은 액수를 보면 현서가 뒷사람들을 위해 많이 참은 게 아닐까 싶었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내겐 수많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외활동 MT 둘째 날 새벽 5시, 가평. 친구가 나를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다들 첫차를 타고 떠나겠다고 했다. 점심 약속이 있었기에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출발하려 했던 계획이 수정되는 순간이었다.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상천역까지는 도보로 40분이 걸렸기 때문에 사람들은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새벽 5시에 택시 여러 대는 잘 잡히지 않았고, 택시가 잡힐 때까지 기다려도 됐으나 나를 포함한 6명은 상천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걸으면 교통비가 줄어들 것이었다.

사진 설명 시작. 새벽녘, 도로 위를 걸어가고 있는 4명의 사람이다. 사진 설명 끝.
▲친구들과 상천역으로 걸어가는 모습

친구들과 상천역으로 걸어가는 모습

  한참을 걸어 무사히 도착한 상천역에서는 지하철 조조할인 20%를 받았다. 상천, 상봉, 건대입구, 낙성대, 기숙사로 환승할 예정이었으나 건대입구역에서 내리는 것을 놓쳐서 숭실대입구역까지 가서 버스를 타기로 했다. 곧 입주할 낙성대 자취방이 있어 그곳에 잠시 있을까 생각했지만, 기숙사로 향하는 5511번 버스가 먼저 와서 기숙사로 향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교통비만으로 2,520원을 지출했다.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던 터라 도중에 목이 말라 편의점에서 물 1병을 구매하기도 했는데, 가장 저렴한 물이 1,100원이었다.

  2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다시 버스에 탑승했다. 친구들과 카페&베이커리 페어를 구경하러 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기숙사 정류장에서 관악02번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해 대치역까지 가는 데 1,500원이 들었다. 여러 식당 후보 중 술을 마신 나를 배려한 친구들이 국물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사진 설명 시작. 끓고 있는 부대찌개와 접시에 담긴 제육볶음이 식탁 위에 차려져있다. 사진 설명 끝.

부대찌개 2인분(2만 원)과 통삼겹 제육볶음 1인분(만 천 원)

사진 설명 시작.

착한 가격 업소 지정 안내

  그렇게 향한 곳은 어느 한식당이었다. 식당은 행정안전부에 의해 지정된 ‘착한 가격 업소’였다. 메뉴의 가격대는 8천 원에서 만 천 원까지였다. “요새는 만 원이면 싼 거야”라는 친구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울적해졌다. 착한 가격 업소에서 가장 저렴한 8천 원의 식사를 해도 여기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온다면 한 끼를 먹는 데 만 원을 훌쩍 넘게 지출하는 것이었다. 요즘은 한 번 외식에 만 오천 원 정도, 카페까지 가면 2만 원 이상을 사용하기도 하니 서울의 물가가 유독 높게 느껴지기도 했다. 세 명이서 밥을 나눠 먹고 정산한 결과 10,333원을 지출했다.

  점심을 먹은 뒤 20분 정도를 걸어 카페&베이커리 페어 행사장으로 향했다. 카페&베이커리 페어는 2월 전 사전등록을 해 둬 무료로 입장할 수 있었지만, 당일 현장에서 구매 시 만 오천 원을 지불해야 했다. 지금까지 나 혼자 만 오천 원가량을 썼기에 사전등록을 한 것에 안도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설 때 무언가를 손에 잔뜩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여기에 오려고 현금 5만 원을 인출해 왔다는 친구의 얘기를 듣자 나도 큰 지출을 하게 될까 조금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왕 온 김에 재밌게 즐기려 했다.

  그리스 와인, 밀크티 원액, 치즈 육포 등 눈길을 끄는 것들이 너무 많았지만, 지출을 줄이기 위해 구매하진 않았다. 저녁까지 먹어야 하는데 여기서 더 지출한다면 재연에게 부담이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것들은 인터넷 판매처를 찾기 위해 홍보용 전단지를 받아왔으나 자두청은 차마 지나칠 수 없었다. 욕구를 이기지 못한 나는 재연에게 미안해하며 눈물을 머금고 자두청을 구매했다. 하루 지출이 순식간에 2만 5천 원으로 증가했다. 챌린지를 생각하며 페어에서 필사적으로 지출하지 않으려 했기에, 이 시기에 챌린지를 잡은 것을 후회했다. 같이 온 친구는 “무료 시식은 별로 없고 구매하는 코너만 많다”면서도 “생각보단 돈을 적게 썼다”고 말했는데, 이 친구가 페어에서 지출한 비용만 2만 5천 원이었다.

사진 설명 시작. 카페베이커리 부스 중 과일 수제청을 팔고 있는 부스다. 부스담당자가 수제청을 탄 음료를 들고 있다. 사진 설명 끝.

카페&베이커리 페어 부스

  전날 MT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주류 특별관에서도 시음을 열심히 한 탓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앉아서 쉴 곳을 찾았지만 행사장 내부에 마련된 의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변에 공원이 있는지 알 수 없었고, 하늘에선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아서 결국 카페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챌린지 때문에 기프티콘을 써야 한다고 친구들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한 뒤 카페로 이동했다. 그러나 도착한 카페는 만원이었고, 다른 지점은 5분 더 걸어야 했으나 머리가 아파 걷기 힘들었다. 조금 서서 기다리자 다행히 자리가 났고, 친구들에게 사과하며 자리를 잡았다.

  인턴 근무 후 선물로 받았던 기프티콘으로 3,800원짜리 딸기 주스를 주문했다. 머리가 어지러웠기에 남으면 들고 갈 수 있는 병 음료를 시켜서 저렴한 편이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창밖으로 비가 오는 것을 확인했다. 일기예보상 비는 밤에 온다고 해서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는데, 우산을 새로 사는 것도 애매하니 패딩을 덮어쓰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카페를 나서자 비는 거의 오지 않았고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 뒤 학여울역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기숙사로 향했다. 오는 도중 배가 그리 고프지 않다고 생각해 꼬마참치김치김밥을 포장해 왔다. 밥에 참치와 김치만 든 김밥이었다. 그렇게 3천 원을 추가 지출했다.

사진 설명 시작. 물을 넣고 끓인 육개장 사발면 컵라면과 김밥이 책상 위에 놓여있다. 사진 설명 끝.

꼬마참치김치김밥(3천 원)과 육개장 사발면

  그런데 저녁 시간이 되자 꼬마김밥만으로는 배가 부를 것 같지 않았다. 김밥을 이미 사 왔는데 학교 식당에서 5,500원을 더 지출해 한 끼를 먹기는 과하다고 생각했고 메뉴가 그리 끌리지도 않았다. 결국 기숙사에 남아있던 육개장 사발면을 같이 먹었다. 그렇게 혼자서 총 29,953원을 지출했고, 재연에게는 17,047원을 넘겨줬다.

  정말 많은 일정이 있었던 특별한 날이었지만 지출을 줄이기 위해 몸이 힘든 것을 참아야 했고, 친구들에게는 양해를 구해야 했으며, 저녁은 혼자서 최대한 간소히 먹어야 했다. 여가를 즐기긴 했지만 온전히 편하게 즐겼다는 느낌이 없었다. 즐거움과 슬픔, 양가감정을 모두 느낀 하루였다.

19일, 본가생 박재연의 삶

  18일 늦은 밤, 계좌로 17,047원이 입금됐다.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놀랐다. ‘성공이 너무 가뿐하면 어떡하지?’라는 배부른 생각까지 잠시 들었다. 19일의 일정은 이번 방학의 일상적인 하루와 같았다. 교통비를 제외하면 지출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희망과 함께 집을 나섰다.

  방학 중 동아리 일정으로 거의 매일 낮 학교에 갔다. 통학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오전에 점심을 미리 먹어야만 제시간에 동아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보통 식사를 하지 않고 오후 쉬는 시간에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는 것으로 첫 끼니를 때우곤 했는데, 규칙에 ‘하루 2끼 이상 먹을 것’이 있어서 이날은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챙겨 먹었다. 시간이 많진 않아 간단히 간장계란밥에 김치 몇 조각으로 해결했다. 점심을 집에서 해결하는 바람에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평소와 똑같은 시각에 준비를 시작했는데 안 먹던 점심을 먹어서인지,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해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지각할 것 같았다. 동아리 연습의 지각비는 기본 5천 원에 5분 이상 지각 시 1분당 천 원. 자책도 잠시 빠르게 저울질해 보니, 학교까지 택시를 타고 지각하지 않는 것이 더 저렴한 방법이라는 결론이 섰다. 두레문예관까지 택시를 타 5,600원을 사용했다. 덕분에 지각을 면했지만 불필요한 지출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연습이 끝난 후, 피자를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이날은 연습 후에도 거의 모두가 자율적으로 남아 다른 작업을 도와주는 날이라 혼자 빠지기도 그렇고, 배도 고픈 김에 같이 먹을까 고민했다. 학생회관까지 걸어가는 5분 동안 주문하는 친구 옆에서 고구마 엣지나 치즈크러스트 같은 추가 선택을 막으며 열심히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인당 5천 원 정도라는 결과가 나왔다. 한 끼에 5천 원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저녁을 먹었다. 음료까지 더해 6,320원을 썼다. 사실 혼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더군다나 배달받아 먹으려면 6천 원은 어림도 없는 가격이다. 열 명 넘는 사람들이 함께 먹었기에 여러 맛의 피자를 배불리 먹으면서도 이 정도의 돈만 쓸 수 있었다.

사진 설명 시작. 피자 4판이 책상 위에 놓여있다. 사진 설명 끝.

저녁으로 먹은 피자(6,320원)

  저녁을 먹은 후에는 학교에 남아서 해야 할 일을 했다. 일이 잘 안 풀리자 자연스레 달콤한 음료나 간식을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오늘 하루 이미 불필요한 지출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아져 먹지 않았다. 온종일 밖에서 수중에 얼마가 있고 얼마를 썼는지 신경 쓰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껴졌다.

  아침에 집을 나서 밤늦게 들어와 집에서는 거의 잠만 자는 삶을 사는 편이지만, 가족과 함께 살기에 따로 장을 보지 않고도 엊저녁에 해둔 밥과 집에 있는 재료로 빠르게 끼니를 챙길 수 있던 하루다. 또, 동아리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같이 밥을 먹을 사람들이 있었기에 맛있는 배달 음식도 싼 가격에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많은 대학생이 으레 그렇듯, 방학에 학교에 가지 않으며 혼자 살았다면 모두 불가능했을 일이다. 생활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나의 하루에 알게 모르게 주는 영향을 체감하는 하루였다.

챌린지를 마무리하며

  남은 돈은 약 5천 원, 분명 챌린지는 성공했다. 그러나 지출 내역을 톺아보면 완전한 성공이라고 말하기엔 걸리는 지점들이 많았다.

인포그래픽 설명 시작. 차례대로 김현서, 정유림, 박재연의 총 지출 내역이 적혀있다. 식사 가격과 교통 이용 내역 등 챌린지를 이어받고 남은 가격이 명시돼있다. 총 44,873원을 지출했다. 인포그래픽 설명 끝.

총 지출 내역 ⓒ송나윤

  재연이 택시를 탈 수 있었던 것은 현서의 지출이 정말 적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재연이 지각을 면하고 지각비를 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현서의 절약 덕분이었다. 그러나 현서의 지출이 정말 적었을까? 챌린지 일을 하루만 앞당겼다면, 점심 한 끼를 해결했던 토스트의 재료를 사는 날이었다면, 기후동행카드를 사지 않았거나 기후동행카드의 월정액을 일수로 나눠 계산했다면 챌린지는 유림의 순서에서 이미 실패했을 것이다. 유독 약속이 많은 날이었던 유림의 이틀 차 챌린지 진행일 동안 챌린지를 망각하거나 재연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또는 미리 준비하지 않아 카페&베이커리 페어에 현장 입장해야만 했다면 지출은 한 순간에 5만 원을 훌쩍 넘겼을 것이다.

  활용할 금전적 자원이 이보다도 적은 환경이라면, 여가생활을 충분히 즐기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단순히 밥을 먹고 카페를 가는 것조차 힘들어진다면,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기본적인 삶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최저 비용마저 커져, 약속 없이 혼자서 시간을 보낼 때도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는 것이다.

  다들 오늘 하루 얼마나 지출했는가. 턱 끝까지 차오른 물가에 필수적인 지출과 원하는 지출을 구분하고 조절하는 것도 모자라, 지인과 약속을 잡기 전 걱정이 앞서진 않았는가. 무언가 원하는 마음을 모두 욕심이라 부르며 절약을 위해 마음을 다잡지는 않았는가. 우리 모두의 삶이 챌린지가 되지 않도록, 모두의 안녕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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