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세월호 10주기 ‘4.16 기억문화제 in 서울’이 열렸다. 본 행사는 ‘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와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월 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15시 30분부터 진행된 시민 참여 사전 행사로 시청 앞은 시민들이 한가득 자리를 채웠다. 17시 30분부터는 본 행사가 시작됐다.
대학생 율동 연합팀의 공연으로 막을 연 기억문화제의 사회는 변영주 감독이 맡았다. 변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언제나 승리해왔기 때문에 무겁게 진행하지 않겠다”며 입을 열었다. 이번 행사의 취지는 추모와 더불어 “보다 더 나은 사회, 보다 더 시민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회”로 만들기 위해 애써온 십 년을 축하하는 자리이며, 앞으로 싸워나갈 시간을 각오하는 자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발언 중인 김종기 운영위원장
이어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김종기 운영위원장의 인사말은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단원고 2학년 1반 수진 아빠 김종기”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 위원장은 변 감독의 말을 받아 이번 행사는 “그동안 바뀐 것이 없고 뭔가 결과를 내지 못해 힘 빠진 기억문화제가 아니다”라며 그 의미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건,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 2014년 세월호 참사, 2022년 이태원 참사를 차례로 언급하며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우리 사회의 오늘날을 지적했다. “정작 바뀌어야 할 국가는 바뀌지 않고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국민이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 높인 김 위원장은 “지나온 10년은 부족한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앞으로의 십 년은 우리가 변화시키겠다는 희망으로 함께 할 것”을 부탁했다.
이후 4.16연대 양경수 공동대표와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 4.16세대 하제인 시민이 차례로 발언을 이어갔다. 양 공동대표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서로의 가방과 옷깃에 달린 노란 리본을 보며 우리가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 지켜지고 있음을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에서의 아픔이 이태원 참사에서도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앞으로 십 년이 지난 시점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하소연을 녹음기처럼 또 똑같이 내뱉고 있지 않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부를 제어할 수 있는 건 국민뿐”이기에, “국민들과 함께 제22대 국회가 제대로 생명 안전을 위한 국회를 만들어가는지 지켜보고 감시할 것”이라는 의지도 전했다.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
발언을 정리하며, 변 감독은 기억문화제가 그동안 열려왔던 광화문 광장이나 기억공간들이 아닌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유를 밝혔다.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가 있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억문화제를 열어,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이태원 참사도 함께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각 참사의 반복된 슬픔들이 한데 연결되는 자리임을 거듭 확인하는 대목이었다. 대표자들의 발언에 이어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구호 외치기 시간에도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 인정하고 사과하라”라는 공동 구호가 울려 퍼졌다.

▲루시드폴

▲4,160 서울시민대합창
시민들의 기억을 담은 영상이 끝나고, 추모 공연이 자리를 빛냈다. 베이스 홍일, 떼루아유스콰이어합창단, 가수 루시드폴이 차례로 무대로 올라 각자의 목소리로 기억과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서울시민 200여 명이 참여한 4,160 서울시민대합창은 〈가만히 있으라〉,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등을 차례로 부르며 참사의 슬픔과 연대의 각오를 널리 전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4.16 기억문화제 in 서울’에 참가한 총 인원은 약 5천 명으로 추산된다. 세월이 지나도 우리는 잊은 적 없다는 말이 열 번째의 봄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청 앞에 노란빛 물과 보랏빛 물이 함께 물드는 동안에도 우리 사회는 충분히 변화하지 못했다. 안전한 사회 속에서 슬픔을 온전히 애도하기는커녕,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진실과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덧붙여 외쳐야만 했다. 시민들은 기억문화제를 통해 앞으로도 기억하고 투쟁하겠다는 마음을 다졌으니, 그 마음에 응답하는 미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