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쓰는 영화제 포스터 ©애쓰는 필름
마음과 힘을 다해 무엇을 이루려고 힘쓰다. 사전에서 규정한 ‘애쓰다’의 뜻이다. 이 ‘애쓰는’을 수식어로 붙인 영화제가 있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애쓰는 영화제』다. 지난 3월 23일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이 영화제는 서울대 영상 인류학 소모임 ‘애쓰는 필름’이 주최했다. 애쓰는 필름 김승규 회장(인류 21)에 따르면, 애쓰는 필름은 “민족지를 뜻하는 애스노그래피(ethnography)의 ‘애쓰노’와 우리말 ‘애쓰는’의 이중적 이름”이다.
김승규 회장은 애쓰는 필름이 “영상이라는 매체와 인류학 사이의 연결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동아리”라며 작년에는 교내에서 영화제를 열었지만, 올해는 더 많은 이를 만나고자 교외에서 영화제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17명의 부원은 2023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아이디어를 내고 답사, 촬영, 편집을 맡아 이번 영화제를 준비했다.
애쓰는 필름은 함께 민족지 영화를 감상하고 직접 영화를 만든다. 민족지 영화란 눈에 보이는 사실 너머의 문화적 맥락을 분석해 영상으로 담아낸 것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네 편의 영화가 상영됐다. 오유진 감독(인류 22)의 《을지짬뽕》은 을지로의 다양한 풍경을 담아 짬뽕 같은 매력을 지닌 을지로를 조명했다. 김지환 감독(인류 22)의 《달려라, 환이》는 자전거로 여러 한강공원을 다니며 각각의 공원이 가진 특색을 담아냈다. 최수빈 감독(인류 23)의 《어떻게 음악하고 계세요?》는 블루투스 이어폰과 음악감상실, 밴드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현대인의 음악 실천 방식에 주목했다. 김하진 감독(인류 23)의 《메타인류학》은 인류학과 구성원을 인터뷰해 인류학이 각자에게 가지는 의미를 탐구했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는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을지짬뽕》의 오유진 감독은 을지로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그때는 그때의 정체성이 있고 지금은 지금의 정체성이 있다는 영화 속 인터뷰이의 말처럼, 을지로의 미래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과거와 미래가 혼재된 을지로라는 공간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싶다”고 답했다. 《달려라, 환이》의 김지환 감독은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에 대해 “한강은 우리 주변에 있음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잘 안 가게 된다”며, “각각의 한강공원이 가지는 고유의 모습을 더 많은 이에게 알리고자 영화를 찍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음악하고 계세요?》의 최수빈 감독은 영화의 어떤 면이 영상 인류학적이냐는 질문에 “인류학은 문화를 구성하고 만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며, “여러 사람을 인터뷰했다는 점에서 인류학적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메타인류학》의 김하진 감독은 본인이 생각하는 인류학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인류학은 명확한 답을 주는 학문이 아니고, 우리가 사는 세계 역시 명확한 답이 없는 곳”이라며 “이 사실을 인식하고 내적 성숙을 이룰 수 있게 돕는 학문이 인류학”이라고 답했다.
김승규 회장은 “어떤 학문을 하는 사람이든 각자의 방법으로 애쓰겠지만, 인류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애쓴다는 것은 곧 현장으로 찾아가 사람들을 마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쓰는 마음으로, 오늘도 캠코더를 들고 거리로 나가는 이들이 있다. 이해할 수도 없고 답도 없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마주하는 것을 움켜쥐고 어떻게든 해석해 화면에 담아내려는 이들이다. 그 믿음이 만들어낸 세계가 오래도록 번영하길 바라는 마음이 그날의 객석을 가득 채웠다.




영화 스틸컷. 위에서부터 《을지짬뽕》, 《달려라, 환이》, 《메타인류학》, 《어떻게 음악하고 계세요?》 ©애쓰는 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