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물려줄 수는 없다

 청년 세대의 정치 경험 돌아보기

  한 사람이 성장하며 겪는 사건들은 정치 경험으로 축적되고, 경험의 조각들이 합쳐져 그 사람의 정치적 인격을 구성한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청년 유권자를 이해하고, 청년 유권자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청년들이 정치를 어떻게 경험해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청년이 정치하기에 어떤 환경이었는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며, 유권자와 정치인으로 성장하기까지. 청년들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따라 정치 경험을 돌아보며 오늘날 청년 유권자의 위치를 생각해 봤다.

정치에 영향력 끼치지 못하는 청년 세대

  오늘날의 청년 유권자는 정치에서 제 몫을 가져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20·30대 정치인은 고작 14명 당선돼 전체 의석의 4.6%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청년의 목소리를 정치권에서 충분히 대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게다가 우리나라 청년 유권자의 정치 관심도는 전체 유권자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발표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 관한 제2차 유권자의식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적극 투표 의향은 50.3%, 30대는 68.8%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인 78.9%와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다.

  정치를 말하는 청년, 그리고 정치권에 존재하는 청년의 절대적인 수가 적기에, 청년층의 이야기를 정치에 반영하는 통로가 형성되지 못했다. 청년 의제를 정치권으로 가져가야 할 정당의 청년 조직은, 직접 청년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기성 정치인의 주장에 힘을 더해주는 용도로만 쓰인다. 결국 정치권에서 청년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청년의 고통을 덜기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다시 청년층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문제로 이어진다.

   청년 세대의 표심이 승자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됐던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대선)에서조차, 청년들은 정치적 결정권을 가지고도 청년층의 필요를 정치권에 반영하지 못했다. 정치권은 청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청년층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는 발언을 쏟아냈고, 실제로 많은 청년이 이에 열광하기까지 했다. 결국 청년층 표심 잡기는 소모적인 논쟁으로 흘러갔고, 지난 대선이 끝난 뒤 청년 유권자는 정치권에서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 채 다시 잊혀 가고 있다.

  오늘날의 청년 정치는 청년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청년을 이용하는 정치로 변모했다. 정치에서 청년층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져만 간다. 오늘날 청년층이 정치권에서 배제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청년층이 어떻게 정치를 경험해 왔는지부터 시작하려 한다. 청년 유권자들은 정치를 어디서 만나고, 어떤 환경 속에서 접해 왔으며 어떻게 정치하고 있을까? 청년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성장해 왔고, 청년이 온전히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답했다.

정치에 관심 가지기 어려운 교육 현장

    # 정현(가명) 씨는 고등학생 시절 학생회에서 활동했지만, 학생들의 의견이 학교 운영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정현 씨는 “학생회장 선거 때 내세웠던 공약을 당선 후 실현하기 위해 학교 측과 논의하려 했지만,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며 “학생들이 올바른 정치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학교가 반대로 기성 정치의 나쁜 면만 가르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서연(가명) 씨는 정당에서 청년 당원으로 활동하며 학생들이 정치와 사회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체감해 왔다고 말했다. 서연 씨는 “정치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이 많이 들려오는 만큼 학생들이 학교의 운영에 있어서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0대 유권자 정현 씨와 서연 씨는 모두 청년층에서 나타나는 낮은 정치 관심도의 원인으로 교육, 특히 학교에서의 참여형 정치 교육의 부족을 짚었다. 물론 정치 교과목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직접 학교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얻을 수 있는 경험이 훨씬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 이동주 법률지원팀장도 “학교 내에서 학생이 본인의 생활과 관련된 권리와 제한을 정하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민주시민 교육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현 씨의 말대로, 학생들은 학교 운영에 참여할 기회를 거의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모상현 연구위원은 연구보고서 「청소년 정치참여 실태와 활성화방안 연구」(2021)에서 ‘학생은 학교 운영에 관해 교원이나 학부모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참여하지 못하고 단순히 의견을 수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설명 시작.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리는 교실의 모습이다. 교실의 책상은 디귿자 모양으로 배치돼 있다. 위원들은 서류를 읽거나 필기를 하고 있다. 사진설명 끝.

▲학생들 없이 운영되는 학교운영위원회 ⓒ〈세종의소리〉 

  모상현 연구위원은 학교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는 기관인 학교운영위원회에 정작 학교의 최대 구성원인 학생들의 자리가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5조에 따르면, 학교운영위원회는 학부모위원, 교원위원, 그리고 지역사회 인사인 지역위원으로만 구성된다. 또한 초·중등교육법 제59조의4에 따르면, 학생 대표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심의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운영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어떤 사안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볼지를 학생이 없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다 보니, 학생들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책이더라도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학내 정치에서 겪는 무력감은 곧 정치 효능감의 저하로 이어진다. 흥덕고등학교 김민진 전 부학생회장은 2021년 열린 ‘학생의 학교운영 참여 확대 방안 토론회’에 참가해 “학교 운영은 항상 통보식이기에 학생들은 자신에게 주체적 권리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로 수동적인 삶에 적응하게 된다”고 발언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받는 청년층의 정치 무관심이, 초·중·고등 교육 현장으로부터 시작됐음이 드러난다.

  학내 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참여권을 더욱 구체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모상현 연구위원은 연구보고서에서 청소년의 참여를 보장하는 현행 청소년기본법 제2조 1항을 ‘청소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참여’를 보장하도록 개정하자고 제언했다. 청소년의 자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입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또한, 2020년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학교생활에 밀접하게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학생 대표가 의견을 낼 수 있게 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아직도 국회 교육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정치 참여를 가로막는 사회 환경    # 학생 때부터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해온 정현 씨는 “학생 신분으로는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었고, 어떤 선생님은 내가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현 씨는 “주변의 학생 활동가 중에는 대입 시기가 다가오자 활동을 그만두는 친구들도 있었다”고도 말했다.    # 서연 씨는 함께 정당 활동을 하던 학생 당원이 부모님의 심한 반대로 결국 정당 활동을 그만두게 됐던 사연을 소개했다. 서연 씨는 “청소년의 정치활동을 단순히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 참여를 방해하는 환경도 함께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기본법 제5조의2는 ‘청소년은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서 본인과 관련된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며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현 씨와 서연 씨가 말했듯, 현실에서는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와 연대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020년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권연령을 만 18세로 하향하고, 2022년에는 정당법을 개정해 정당 가입이 가능한 연령을 만 16세로 하향하는 등 우리 사회가 법적으로는 청소년의 참정권 보장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는 여전히 만연하다.

  청소년 활동가들은 가정 내에서부터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청소년녹색당 최혜성 전 공동운영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2월쯤이 되면 청소년 당원의 탈당서가 심심치 않게 접수된다’며 청소년의 친권자가 연말정산과 세액공제를 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의 정치기부금과 시민단체 후원금을 확인하고, 청소년의 탈당을 강제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정당에 입당할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하기에, 참정권의 보장 여부가 전적으로 부모님의 동의에 달려 있다.

인포그래픽 설명 시작. 학생들의 정치적 권리를 침해하는 중 고등학교에 대한 인포그래픽이다. 정당이나 정치단체 가입을 금지하는 학교는 전체의 사십삼점 일퍼센트였다. 경기도의 디 고등학교에는 본 회의 회원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하여는 활동을 할 수 없으며 학교 운영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수 없다는 학칙이 있었다. 정치 관여 또는 정치 활동을 처벌하는 학교는 전체의 사십사퍼센트였다. 경상북도의 엠 중학교는 정치 관여 행위나 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학생을 특별교육이수 출석정지 퇴학 대상으로 정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학교는 전체의 오십점 팔퍼센트로 대전 디 고등학교는 학교장의 허가 없이 유인물을 제작 배포 및 판매한 자를 징계 대상으로 정했다. 학교 밖 행사 활동 등의 참여를 규제하는 학교는 전체의 육십팔 점 이퍼센트로 서울 비 고등학교는 학생 신분으로 참가할 수 없는 대외행사에 개인이나 단체로 출연 또는 출품한 학생을 징계 대상으로 했다. 출처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의 전국 중 고등학교 학생의 정치적 권리 침해 규칙조사 결과다. 인포그래픽 설명 끝.

▲학생의 정치적 권리를 침해하는 학교 규칙 ⓒ송나윤

  청소년들은 가정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라고 강요받는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학칙으로 학생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2020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전국 533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학생의 정치적 권리를 침해하는 학교 규칙을 조사한 결과, 54.8%에 달하는 292개 학교에 정당 및 정치적 단체 가입을 금지하거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칙이 존재했다. 또한, 전체 학교 중 절반 이상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학교 밖 행사·활동 등의 참여를 규제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학생들과 연대하거나,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꾸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한다.

  이동주 법률지원팀장은 “새로운 시대의 정치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청소년 본인이 필요한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생각을 나누며 여론을 형성하고, 이를 정책으로 가공해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가져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세대의 여론을 형성하고 정책화하는 수단이 부족하다면,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이라도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동시에 정치권도 청소년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의지를 표현하지 않는다면, 결국 청소년은 정치에 관심을 잃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부족한 여건과 사회적 압박을 이겨내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비교적 신뢰도가 높고 접근성이 좋은 공교육 현장에서부터 학생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외대 이재묵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학교 단위에서 학생들이 학생 조직을 만들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지역 단위의 학생 조직을 구성하는 등 다음 단계의 정치적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밖에서도 청소년들이 지역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동주 법률지원팀장은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학생참여기구가 독립성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학생참여기구가 잘 운영됐던 서울시의 사례를 들며 “외부 위탁을 통해 전문가가 속한 전문기관이 학생참여기구를 운영했고, 학생들은 독립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치 현장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한 정당의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오세제 연구원은 “청년 유권자에 대한 서비스이자 청년 정치인을 양성하는 정당의 미래 투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에게 정치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방학마다 청소년 정치캠프를 열어 인기 있는 정치인들의 연설을 듣고, 국내외 현안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에게는 더 높은 정당의 문턱    # 정현 씨는 청년 정치인들이 청년을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을 답답해하면서도, “몇몇 청년 정치인들이 정당에서 퇴출당하는 모습을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고 답했다.    # 과거 정치인의 꿈을 가지고 정당 정치에 도전했던 서연 씨는 “주변 친구들은 취업하거나 자격증을 따는 등 앞서나가는데, 나만 불투명한 진로에 노력을 쏟고 있는 것 같아 힘들었다”며 현실의 압박에 결국 정치인의 꿈을 포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청년들은 자신의 의제를 정치권으로 가져가기 위해 정당 정치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서연 씨를 비롯한 대다수의 청년들은 현실의 어려움에 맞닥뜨려 결국 정당 정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정현 씨의 지적대로, 청년 정치인들이 기성 정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음 정계에 입문했을 때 가졌던 문제의식을 포기하기도 한다. 청년들이 정당에서 정치인으로 성장하고자 할 때, 그리고 청년으로서 목소리를 내고자 할 때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청년 정치인들에게 가장 먼저 닥쳐오는 문제는 금전적 부담이다. 지난 3월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제21대 총선에서 청년 예비후보자들이 선거에 지출한 금액은 평균적으로 약 2억 원이다. 기성 정치인과 비교해 인맥과 지지층이 얕은 청년 정치인들은 대부분 선거 비용을 자비로 충당해야 한다. 그래도 본선에 진출한다면 대부분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해 선거가 끝나고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 비용을 모두 보전받을 수 있지만, 경선에서 떨어지거나 공천에서 배제된 청년 정치인들은 1인당 평균 3천만 원을 쓰고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재묵 교수는 “다른 청년들이 돈을 벌고 미래를 대비하는 동안 정치를 하는 기회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며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청년들만 정치를 하게 되면 청년층이 왜곡돼 대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에서 돈을 받을 수 있는 당직자 수를 제한하는 현 정당법의 기준을 완화한 후 “청년 정치인들이 경력을 쌓으면서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정당에서 일종의 인턴십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청년 정치인들이 정당 내부에서 성장할 기회가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정당 밖에서 정당 정치인들을 길러내는 ‘정치학교 반전(반전)’의 양소희 선임 펠로우는 현 정당 정치 구조가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지지 그룹도 없는 신인들이 진입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반전 배강훈 디렉터는 “기존 정치권에는 청년 정치인들이 동료들을 만나고 성장할 기회를 받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청년들이 제공받는 교육과 기회가 부실해 청년 정치인들이 역량을 기를 기회를 받지 못하고 기성 정치인에게 이용당하며 청년층을 대변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배강훈 디렉터는 “능력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받은 청년들은 결국 기회를 준 기성 정치인의 필요에 따라 이용될 수밖에 없다”며 “청년 정치인들이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려면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배 디렉터는 “청년 정치인들이 정치를 배우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반전을 시작했으나, 결국은 정당 내에서 이러한 기능이 작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세대의 청년 정치인들을 넘어, 다음 세대의 청년들까지도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치 환경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재묵 교수는 이를 위해 청년 정치의 선순환을 위한 임계점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 정치권의 청년 정치인들은 숫자가 적다 보니 모여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경쟁을 하기 바쁘다”며 “청년 정치인들이 세력 기반을 가지고 조직화하려면 일정 수 이상의 청년이 정치권 내에 존재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치권에 존재하는 청년 정치인의 수가 현재보다 훨씬 많아져야, 다음 세대가 정치권에 진입하고 성장할 수 있는 정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현재의 정치 지형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우리가 만난 청년들은 우선 청년들이 연대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 씨는 “정치 성향이나 정당 등에 관계없이 젊은 정치인들이 서로 모여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서연 씨 또한 “청년 정치인들이 사회의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면서도, 청년 정치인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두 합의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청년 유권자들의 모습은, 청년 세대가 겪어온 제한적인 정치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청년 세대가 정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그리고 다음 세대가 힘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가 겪어왔던 정치를 이제는 바꿔나가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현재의 정치 환경에서도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살아온 두 청년의 삶을 돌아보면, 그렇게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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