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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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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간의 운동 인증 도전기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 위치한 기자 ©송나윤

※전문적으로 운동하는 분들, 운동에 진심인 분들은 읽기에 주의하시기를 바랍니다.

  SNS에 접속하면 오늘 운동 완료를 뜻하는 단어인 ‘#오운완’이 쏟아지고, 퍼스널트레이닝(PT), 필라테스, 클라이밍 등 각종 운동 사진이 흘러넘치는 요즘이다. 평생을 함께해야 하는 몸에 대해 알아가고, 건강을 위해 신체를 다진다는 게 참 이상적인 말인데, 정작 기자 본인은 왜 침대에서 일어나지를 않을까. 기사를 핑계 삼아서, 자신의 운동 방법을 찾아 10일이란 시간 동안 운동 오픈채팅방에 뛰어들었다.

절실하고도 두려운 그 이름, ‘#오운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운동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자기관리와 건강은 언제나 시대의 중요한 화두였지만, 이렇게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많은 사람의 삶 속에서 실천되는 형태로 나타난 적이 있나 싶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서 분석한 2022년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분야 지출을 살펴보면,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MZ세대의 퍼스널트레이닝(PT) 결제액이 373% 늘었을 정도로 그 추세가 가파르다. 코로나 시기를 맞으면서 개인의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운동의 필요성을 통감하면서도 여전히 여러 이유에서 운동을 실천하지 못한 한 사람이 존재한다.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 위치한 기자 ©송나윤

  기자 개인의 치부를 이쯤에서 솔직하게 서술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기자 본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체육을 사랑하던 어린 시절도 있었으나 끔찍했던 입시 기간을 거치며 와식 생활의 신봉자가 된 지 어언 5년째다. 누워있는 걸 사랑해서 밖에 나갈 일이 없을 때는 하루 걸음 수가 열 걸음 남짓인 날도 적지 않다. 그런데 늘 누워버릇하다 보니 체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더 누워있게 되는 악순환에 빠져 근래 들어서 심각한 체력 저하에 허덕였다. 평범한 학교생활조차 조금 버거워지기 시작한 요즘,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실없는 입버릇이 된 지는 오래됐다.

  여기까지 말하고 보니 끔찍한 생활 습관의 고리를 끊을 답은 매우 명쾌해 보인다. 수많은 운동하는 사람들처럼 차차 체력을 길러나가면 된다. 그러나 이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SNS에 전시된 운동에 열정적인 친구들처럼 운동을 실천할 자신이 없었다. 몸을 일으키는 것도 질색하는 사람이 몸에 익지 않은 고강도의 운동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절실함 속에서도 의지가 한없이 박약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걸림돌이 된 부분은 운동을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이었다. 의지가 박약하다면 요즘 누구나 하나씩 끊어서 다니고 있는 PT, 필라테스와 같은 자본의 힘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한낱 자취생인 기자에게 자본의 무게는 육중했다.

  그러던 중 기자의 머릿속에 새로운 운동문화 하나가 스쳤다.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활용해 다양한 모임을 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자신의 하루 운동을 인증하는 방이 많다는 걸 익히 들은 바가 있었다. 평소 오픈채팅방을 이용할 일이 거의 없었기에 여러 궁금증이 생겼다. 사람들은 운동 오픈채팅방을 어떻게 이용할까? 운동에 입문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돼줄 수 있지 않을까?

  궁금증이 생겼으니, 직접 뛰어드는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에 기자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기쁜 일인지 슬픈 일인지, 소식을 접한 〈서울대저널〉 구성원 중에 운동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 호응이 제법 열띠었다. 때문에, 5일간은 기자가 먼저 기존의 운동 오픈채팅방을 경험해보고 나머지 5일간은 〈서울대저널〉 구성원들과 자체적으로 만든 운동 오픈채팅방을 운영해보기로 했다.

예행연습: 운동 오픈채팅방에 입문하기(3/27~3/31)

  사전 정보도 기초 지식도 없었으므로 모든 게 낯설었다. 우선 여러 운동 오픈채팅방에 들어가서 분위기를 확인하고 그중 한 곳을 골랐다. 기자에게 있어서 이번 운동의 목표는 몸을 움직이는 것에 익숙해지기와 체력 늘리기가 전부였으므로 운동에 열심인 일명 ‘고인물’만 가득한 운동방이나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방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고른 한 채팅방의 동태를 살피면서 채팅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염탐했다.

  운동 오픈채팅방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운동 목표와 운동 경력, 운동 방법이 모두 제각각이었다. 모두가 익명인 상태기 때문에 친목을 도모할 수도 없었고 사람을 특정해 운동을 강요할 수도 없었다. 각자가 자신의 운동 과정을 인증하면 서로 응원해주거나 할 수 있는 선에서 조언해주는 것이 채팅방 운영의 전부였다.

  채팅방 내에서 초보자를 위해 제시해준 운동 방법이 있었지만, 기자의 눈에는 그 운동들마저도 너무 화려하고 아득해 보였다. 무엇보다 준비물이 필요한 운동들은 따라 할 수 없어서, 자체적으로 운동 방법을 계획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에 

‘기초체력’이라고 검색했을 때 나온 수많은 영상 중 고르고 골라 전신운동 영상 하나, 복부 운동 영상 하나, 전신 스트레칭 영상 하나를 선택했다. ‘너무 조촐한가? 하다가 쉬우면 더 강도 높은 운동으로 넘어가야겠다.’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의 마음으로 그렇게 운동 전야를 보냈다.

▲처음 만들어본 운동방법 ©송나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시작된 운동 1일 차, 근거 없는 자신감이 가득했던 전날이 무색할 정도로 운동이 몹시 하기 싫었다. 그러나 첫날부터 미끄러질 수는 없는 바, 일정을 모두 마친 밤 11시에 홀로 운동을 시작했다. 나름 부담 가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운동을 선별했다고 생각했는데 첫 번째 영상부터 땀이 몸을 적셨다. 늘 땀이 별로 없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냉한 기운이 감돌던 방이 삽시간에 후끈해졌다. 슬슬 영상이 끝날 때가 됐나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영상이 시작한 지 고작 5분 남짓인 상황이었다. 얼마나 체력이 부족한 상태였던 건지 스스로 경악했다. 복근에 힘을 줘야 하는데 근육이 너무 없다 보니 힘을 줘도 힘이 들어가지지 않는 신기한 현상을 경험하기도 했다. 좌절감을 참아가면서, 그리고 중간에 조금 토할 뻔하면서 그렇게 첫날의 운동을 끝마쳤다. 기자가 처음으로 올려본 운동 인증 사진에는 몇 개의 수줍은 하트가 달렸다.

  2일 차부터는 약간의 상호작용이 생겼다. 기자가 올린 운동방식을 훑어본 익명의 존재들이 해준 조언으로 가슴과 등 운동을 추가하게 됐다. 사실 원래의 운동만으로도 벅차서 지령받은 추가 운동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어찌저찌 살아서 운동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초반 5분 정도는 죽어도 운동하기 싫었지만, 운동을 끝내고 나면 느껴지는 묘한 성취감에 아주 미묘한 정도로만 기분이 좋아졌다. 비록 바른 자세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힘이 들어가지 않던 근육에 점차 힘을 줄 수 있게 되는 것도 제법 뿌듯했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우스워 보이면 어쩌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운동 중 새어 나오는 신음 소리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더없이 좋았다.

▲친구에게 한탄하는 기자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운동하지 않기와 운동하기를 고르라고 한다면 지체 없이 전자를 고를 정도로 여전히 운동과 친한 상태는 아녔다. 다만, 누가 기자에게 직접 운동하라고 닦달하지 않아도 밤 10시부터 11시쯤에 우후죽순 올라오는 운동 인증 메시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자리에서 일어나게 됐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이 인증이 무언의 압박이 되길 바라는 훈훈한 마음으로 자정 가까이쯤 슬그머니 운동 인증을 올리곤 했다.

  그렇게 5일이 흘렀다. 4일 차에 생리통이 심해 스트레칭 영상만 수행하긴 했으나 어찌저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홀로 방 안에서 아등바등하고 있는 현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지만 믿기지 않는 하루들을 성취했다는 게 얼떨떨하게 기뻤다. 

  다만, 아무리 봐도 기자만큼 미숙한 운동 경력의 사람을 채팅방에서 찾아볼 수가 없어서, 운동 인증을 올릴 때마다 묘하게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기자들과 함께하는 채팅방에서는 조금 덜 수치스러워하면서 운동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미련 없이 기존 운동 채팅방과 작별할 수 있었다.

실전 운영: 기자들과 함께 한 운동 오픈채팅방(4/3~4/7)

  ‘씩씩거리는 무지’란 닉네임으로 들어간 〈서울대저널〉 운동 인증방. 총 7명이 참여했고, 지금까지도 한 사람을 제외하면 어떤 인물이 어떤 닉네임으로 참여했는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기자는 앞선 5일간의 경험을 통해 아주 간단한 채팅방 규칙을 정했다. 익명으로 들어올 것, 각자 자신의 운동 목표와 방법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 그리고 매일 운동을 인증할 것.

  숨겨진 운동 고수가 있을까 두려웠지만 다행히도 모두 비슷한 마음으로 채팅방에 들어온 듯했다. 닉네임 ‘기타’도 기초운동의 지속을, 닉네임 ‘초롱초롱 네오’도 운동 습관 유지를 목표로 했고, 많은 경우 산책이나 달리기 정도로 운동을 실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들이 기자에게 인상적이었던 까닭은 산책이나 달리기로 일상 운동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창하지 않은 운동을 공유해도 부끄럽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안심도 있었다.

▲운동을 인증하는 기자들

  그렇게 또다시 시작된 운동의 나날들. 산책하던 풍경을 찍어 올리는 사람도 있었고, 걸음 수나 운동시간을 찍어 올리는 사람도 있었고, 기자처럼 그날 따라한 운동 영상 화면을 찍어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인증을 슬쩍 빠지는 사람도 한둘 생겼지만, 익명 프로필이다 보니 누가 빠졌는지 눈에 잘 익지 않았다. 기자는 카톡방을 만든 장본인이었기 때문에 익명성이 없다시피 한 상태였으므로 요령 피울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묵묵히 운동을 인증했다.

  제법 순조롭게 진행되던 와중인 8일 차, 기자에게는 운동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뜻밖의 변화 계기가 생긴다. 좋아하는 작가님을 뵈러 망원 근처의 책방을 찾아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날이 좋고 꽃이 만개해 망원으로 향하는 길에도 주위를 부지런히 둘러보느라 바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풍경에서 시선을 떼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문득 오늘 운동은 다른 사람들처럼 산책으로 대체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 근처 역에서 일찍이 내려 집까지 걸어갔다. 한 걸음이라도 덜 걷겠다고 최소 환승, 최소 걸음을 집요하게 찾는 기자에게 있어서는 나름의 큰 결단이었다.

▲산책길에 목도한 벚꽃

  이유 없이 길을 무작정 걷는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되찾은 순간이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도 아니고, 휴대폰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아니고, 목적지까지 반드시 도달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도 않았으므로 말 그대로 정처 없는 산책의 순간이었다. 집중해야 하는 외부요인이 모두 없어진 상태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 무한정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집이 가까워질 때쯤에는 경사에서 은은한 근육통을 느끼며 빠른 귀가를 자청했지만 아주 오랜만에 경험하는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원래, 기자 본인은 산책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산책에 중독된 기자

  그리하여 마지막 인증 날인 10일 차에도 기자는 집에서 운동 영상을 따라하는 것과 더불어 산책을 감행했다. 날 좋은 주말의 서울을 온전히 구경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걸을 수 있는 만큼 걷고 쉴 수 있는 만큼 쉬다 집에 돌아왔다. 짧은 운동을 마친 그 직후 정신없이 잠들었던 첫날과 달리, 운동을 마치고 친구를 만난 이후에 멀쩡히 산책까지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기자에게 있어선 장족의 발전이었다. 물론, 집에 돌아오고 나서는 또 정신없이 잤다.

  그렇게 집에 들어와 자정이 넘기 전 운동을 인증하고, 습관적인 독려의 말을 보내는 것으로 10일간의 운동 일지를 마무리했다.

같이의 가치

  10일이란 시간과 하찮은 운동이 보기에 따라서는 그다지 큰 의미로 보이지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 기자 본인도 자신이 한 운동이 정말 몸에 도움이 되긴 했는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더군다나 기자들끼리 인증하는 채팅방은 마지막 날쯤 되니 슬금슬금 운동 인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나서, 운동 인증을 매일 같이 한 사람만큼 운동 인증을 거른 적이 있는 사람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10일의 시간이 기자 개인에게 있어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운동 인증이 끝난 이후 운동 영상을 절대 켜지 않았다. 나중에 볼 동영상으로 저장해둔 세 영상을 깔끔히 지워버릴 때 얼마나 속이 시원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산책은 여전히 종종 하고 있다. 불과 어제도 목적 없이 1시간가량 산책을 했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전 정류장에서 내려 걸어갈까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다. 그러니까, 기자는 여전히 ‘#오운완’에는 걸맞지 않은 나약한 몸뚱아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적어도 몸이 좋아하는 방식의 활동이 무엇인지 하나는 깨우칠 수 있었다.

  더불어 오픈채팅방을 통해 운동을 인증하는 방법이 지닌 긍정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나름의 답을 내릴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적당한 완력이었다. 누가 매섭게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느끼는 약간의 의무감에서 과하지 않은 수준의 동기 부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적정 수준의 동기 부여에 몸을 일으키게 됐다면 하루 더 운동에 성공하는 것이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슬쩍 익명성 뒤에 숨을 수 있는 너그러움도 기자가 느낀 큰 장점이었다. 채팅방을 만든 사람으로서 〈서울대저널〉 채팅방에 운동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한 번씩 보내긴 했지만, 사실 강제로 운동을 시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아니었다. 기자 본인도 생리통이 심한 날 스트레칭만 했고, 원래 목표로 했던 운동이 아닌 산책을 슬쩍 해보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그 슬쩍 해본 산책을 통해 생각 이상의 수확을 얻어낼 수 있었으니까.

  은은한 근육통이 가시지 않던 10일이 그리워지는 날이 올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산책이 아닌 또 다른 운동을 하고 싶어질 때가 오고,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다시 오픈채팅방을 검색해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자에게 오픈채팅방 내의 정체를 들켰던 유일한 동료 기자는 함께 운동을 인증했던 5일을 이렇게 회고했다. “같이의 가치를 느껴버렸달까….” 그 말이 꼭 맞는 나날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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