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콩트가 시작된다》포스터

184호에서는 한 편의 드라마, 두 편의 책, 한 편의 뮤지컬을 소개합니다. 

드라마 《콩트가 시작된다》
〈닛폰 테레비〉, 2021.

윤성은 기자 yseliz0419@snu.ac.kr

▲드라마 《콩트가 시작된다》포스터

  하루토, 슌타, 준페이 세 사람이 고등학생 시절 결성한 콩트 팀 ‘맥베스’는 매주 콩트 극본을 쓰고, 성실히 연습해 종종 무대를 올린다. 나름 소속사도 갖춰 10년을 지속해 온 팀이지만 콩트만으로는 생계를 잇기 어려울 정도의 무명이다. 맥베스는 이제 10년 넘게 사랑해 온 콩트를 그만두려 한다. 지연해 온 실패를 마주하는 것이다. 

  한세월을 태워 애썼던 일이 별 볼 일 없이 저물 때, 영원은 없고 그저 끝만이 있다는 걸 알아버렸을 때. 그 막막하고 초라한 속내, 어쩔 줄 모르겠는 심정…. 이를 묵묵히 견디는 맥베스와 함께하다 보면, 결국 실패를 딛는 마음과 다음으로 가는 문을 여는 마음에 다다르게 된다. 충분히 사랑했으니까 그만할 수도 있는 거다. 후회는 한 톨 남지 않았고, 그것이면 됐다.

  인생은 사실 한 편의 콩트. 재밌고, 잘 팔리는 콩트는 아닐지라도 우린 분명 인생의 매 순간 울고 웃는다. 그러니, 콩트가 시작된다. 언제고 다시.

『무해한 복숭아』
이은규, 아침달, 2023.

이다빈 기자 qlsekdl11@snu.ac.kr

▲시집『무해한 복숭아』표지

  과일바구니에 시를 담는 것은 어쩌면 촌스러운 관례일지 모른다. 그것은 너무 신선하고 다정한 마음을 내포하니까, 마음을 푹 익혀 먹고 싶어 하는 독자에게 아직 이른 시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르익은 과일들을 노래하기 위해서는 과일이 익기까지의 풋풋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겨울밤 나눠 먹던 귤의 표정으로”, “후드득 살구 한 알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리는 시간. 그 시간을 뭉개서 “눌어붙지 않도록 나무 주걱으로 오래 젓는” 시작(詩作). 오롯이 독자만을 위한 그 손놀림만은 제법 무해하다고, 그 손끝에서 여문 시들은 물큰하게 과육이 가득 차 달콤하다고 믿고 싶어진다.

봄기운을 빌려 다정함을 믿고 싶어지는 사람들의 눈에 이 시집이 들어오기를 빌어본다.

『시차와 시대착오』
전하영, 문학동네, 2024.

홍인표 기자 han0727@snu.ac.kr

▲소설『시차와 시대착오』표지

  전하영의 주인공들은 모두 예술인이다. 수록작 「경로 이탈」에 나타나는 ‘최사해’처럼, 그들은 몽유병자다. 한 발은 꿈속에, 한 발은 현실에 디딘 채 엉거주춤 걸어간다. 걷는 곳은 미로 같은 미술관과 영화관, 역시나 현실에서 꿈을 상연하는 몽유(夢遊)적 공간이다.

  주인공들은 예술의 꿈이 좌절된 뒤 일상의 애환을 살아가지만, 여전히 꿈을 놓지 못한다. 그 모습은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시대착오’처럼도 보이지만, 조르조 아감벤은 시대착오야말로 동시대인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시대로부터 떨어져야만 그 시대를 올바르게 응시할 거리가 마련되므로.

  우리 모두 꿈과 현실이라는 이중의 삶을 분투하듯 살아가야 하기에, 고단한 시대착오를 겪는 몽유병자들은 우리의 얼굴을 거울처럼 비춘다. 그리고 그들은 보여준다. 설령 꿈으로부터 계속 미끄러질지라도, 그 활강의 과정에도 분명 꿈과 같은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뮤지컬 「오즈」
대학로 TOM 2관 2024.02.27. ~ 2024.05.06.

정유림 기자 jul2001@snu.ac.kr

▲뮤지컬「오즈」포스터

  “오늘은 기분이 어떠신가요?”

  2045년, 여전히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속도가 버거웠던 준. 숨 쉴 구멍이 돼주었던 가상현실 게임 ‘오즈’에서 양철이라는 AI를 만난다. 우연히 게임 속 미션을 함께 수행하게 된 둘은 주인과 보조 AI가 아닌, 친구로 함께하며 서로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양철의 질문과 말들은 매일 똑같다고 생각했던 준의 기분에 의미를 부여하고, 웃음으로 번진다. 양철의 물음들이 이상하다고 흘러넘기는 대신, 점점 구체적으로 답하며 기분 좋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준. 양철은 준에게서 처음으로 ‘괜찮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인간의 마음에 더 다가간다. 그들처럼, 우리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진심이 담긴 말로 위로하며 천천히,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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