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에는 축구장 2,300개 넓이의 쓰레기를 위한 땅이 있다. 수도권의 쓰레기가 묻히는 땅, 수도권매립지다. 수도권매립지는 바다를 메운 간척지 위에 조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매립지로, 하루 약 7,200톤의 폐기물이 반입되는 곳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2025년에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수도권의 쓰레기는 어디에 묻힐까. 현재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새로운 매립지는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두 번의 공모에도 지원한 지역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기피되는 매립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꼭 이 많은 쓰레기를 땅에 묻어야만 할까. 우리나라의 쓰레기 관리 방식과 수도권매립지 갈등에 대해 알아봤다.
돌고 돌아 매립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개인이 일상에서 버리는 쓰레기는 크게 생활쓰레기, 음식물쓰레기, 재활용품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음식물과 재활용품을 제외하고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는 폐기물이 일반쓰레기라고 불리는 생활쓰레기다. 가정에서 규격봉투에 생활쓰레기를 담아 지정 위치에 내놓으면, 환경미화원이 이를 수거해 중간 장소인 쓰레기 적환장으로 운반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어떨까. 서울대는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을 하루 평균 300킬로그램 이상 배출하는 사업장에 해당해, 자치구의 관리를 받지 않고 학교가 쓰레기를 직접 처리하거나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게 위탁해 처리해야 한다. 따라서 서울대는 위탁 업체와 계약을 맺어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구성원이 학내 비치된 쓰레기통에 폐기물을 버리면, 청소노동자가 분류한 뒤 지정된 배출 장소에 내놓고, 이를 업체가 수거해간다.
폐기물이 쓰레기 적환장에 도착하면, 소각할 수 있는 가연물은 자원회수시설로, 소각할 수 없는 불연물은 압축돼 매립시설로 이동한다. 재활용품으로 분류해 버린 것 중에도 제대로 분리수거되지 않았거나 재활용이 불가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생활쓰레기 선별시설로 이동해 같은 과정을 거친다. 자원회수시설은 소각시설로, 단순 소각에 더해 폐열 회수, 고체연료화 등의 과정이 덧붙기 때문에 소각장 대신 자원회수시설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폐기물관리법 등의 법률에 따라 쓰레기를 처리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한다. 쓰레기 관리 정책은 1980년대 사후적인 안전처리 중심에서 1992년 재활용촉진법이 도입되며 재활용을 통해 쓰레기를 줄이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2000년대부터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중요시되면서,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자원순환을 지향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때 자원순환은 폐기물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발생한 폐기물은 순환이용하는 것이 골자를 이룬다. 나아가 탄소중립 및 녹색성장 이행을 위한 순환경제의 활성화를 뒷받침하고자 기존 자원순환기본법이 재작년 개정됐고, 명칭도 변경돼 올해부터는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이 시행 중이다. 개정된 법안은 순환경제를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버려지는 자원의 순환망을 구축해 투입되는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친환경 경제 체계’로 정의하며 이를 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생활폐기물은 59.8%가 재활용, 24%가 소각, 10.2%가 매립, 5.9%가 소각을 제외한 기타 중간 처분 방식으로 처리됐다. 매립률 자체는 전년도 수치인 12.9%에 비해 2.7%p 감소했지만, 폐기물을 소각한 경우에도 소각재가 남아 이를 다시 매립해야 한다. 재활용하거나 기계적, 화학적, 생물학적인 기타 처리를 통해 고체 연료 등으로 이용하지 않는 이상 약 34%의 폐기물이 마지막엔 매립되는 셈이다. 서울과학기술대 배재근 교수(환경공학과)는 “기본적으로는 발생 억제-재사용-물질 재활용-소각 등을 통한 에너지 회수-매립 순으로 우선순위를 두고 관리하나, 공공의 이익엔 부합하지만 자신의 지역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현상에 의해 처리시설 확충이 어려워 종량제 봉투에 투입되는 폐기물은 상당량 매립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직매립되지 않고 중간 처리를 거친 폐기물도, 재활용 후 순환망에서 빠져나온 폐기물도 결국에는 매립지에 모이는 것이다.
한 곳에 묻히는 수도권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 배출되는 쓰레기는 발생한 지역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 구역에서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을 책임지고 처리해야 한다. 다만 광역 처리의 필요성이 인정되면 다른 지역의 폐기물까지 수용하는 광역 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 수도권매립지는 이런 광역 처리시설 중 하나다. 그렇다면 수도권은 왜 공동매립을 시행하게 된 것일까. 서울의 쓰레기는 왜 매일 인천까지 덤프트럭을 타고 이동해야 할까.

1960~70년대에는 서울의 몇몇 동에 매립지를 만들었다. 이후 서울 인구가 급증하면서 교통이 편리하고 도시 외곽에 위치한 난지도에 서울과 경기 일부에서 배출된 폐기물을 매립하게 됐다. 1978년부터 15년 동안 난지도 매립지에는 생활폐기물이 쌓이고 쌓여 계획보다 높은 해발 90m 이상의 쓰레기 산이 생겼다. 난지도 매립지 사용 종료의 대책이 요구되자 서울시는 당시 환경청에 대체매립지 확보 지원을 요청했다. 환경청은 수도권 내륙에 매립지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여러 해안매립 부지를 물색했고, 김포지구 해안 간척지를 수도권매립지로 최종 선정했다.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됨에 따라 1993년 3월 31일 난지도 매립지의 사용은 종료됐다. 김포지구 해안의 수도권매립지에 반입되는 쓰레기의 48%는 서울에서 배출한 것이고, 서울시는 총사업비의 약 62%를 부담한다. 수도권의 모든 지역이 수도권매립지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매립지가 있는 경기도 일부 지역은 자체 매립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 다음으로는 경기, 인천 순으로 폐기물 반입량이 많다.
수도권매립지는 1992년에 조성돼 당초 2016년까지로 사용기한이 정해졌다. 서울시는 매립지 사용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인천시는 환경오염 피해 등을 이유로 매립면허가 만료되는 2016년 이후에는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장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2013년에 두 지역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서울시는 매립지 연장 사용의 필요성을 홈페이지에 게시했고, 이에 반발한 인천시는 2016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홍보 전단지를 배포했다. 홍보 전단지에는 ‘인천시는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지금까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 끌기와 억지 논리로 여론을 호도’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날카로운 갈등이 계속되던 와중, 2015년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의 합의문이 발표됐다. 4자 협의체는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간을 최대 10년 연장하고,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연장된 기한이 2025년경이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2014~2018년 인천시장이던 당시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공약했으나 위 합의로 인해 사용이 연장되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2022년 제8대 지방선거에서도 유 시장은 공약으로 대체매립지 조성을 통한 수도권매립지 임기 내 사용 종료를 내걸었고 4년 만에 다시 당선됐다.

대체매립지 확보는 현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2022년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인천시민이 오랜 기간 수도권매립지에서 발생한 먼지와 악취 등으로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총리실이 책임지고 임기 내에 반드시 대체매립지를 확보해 이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와 시민단체는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문제해결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작년 9월 발족하며 ‘윤 대통령의 임기 내 대체매립지 확보 공약 이행’ 및 ‘국무총리실 산하의 전담 기구 설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체매립지를 물색하려는 시도가 올해가 처음인 것은 아니다. 2021년 환경부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대체매립지를 두 차례 공모했으나 지원한 지역이 없어 실패했다. 이후 잠시 주춤했던 논의는 작년 2월 4자 협의체 기관장 회동으로 재개됐고, 해를 넘겨 지난 3월 말부터 3차 공모를 시작했다. 대체매립지라는 명칭을 자원순환공원으로 바꾸고, 이전보다 혜택을 확대하고 시설 규모는 축소하는 등 지원 장벽을 낮추고자 했으나 이전 공모와 같이 지원이 없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배재근 교수는 “지금까지 공모 절차가 진행돼 왔지만, 대체매립지 확보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쓰레기 처리의 책임은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에 있기에 각 지역에서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매립지가 혐오 시설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그로 인해 예상되는 주민 반발로 인해 지역들이 선뜻 응모하기 쉽지 않기에 무작정 공모 지원을 기다리는 것보다 지자체 차원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는 인천의 오래된 현안인 만큼 지방선거 때마다 이야기돼 왔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배경에는 해당 사안이 유효한 정책의 대상보단 정쟁의 도구로 쓰인 점도 작용한다. 2015년 진행된 4자 합의 이후 당선된 박남춘 전 인천시장은 기존 매립지의 사용을 연장한 4자 합의를 비판하며 인천 자체매립지 조성을 통해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고자 했다. 이와 상반되게 유정복 현 인천시장은 매립종료를 위한 방법으로 자체매립지가 아닌 서울, 경기와 공동 사용할 대체매립지 조성을 주장한다.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이전에 추진하던 인천 자체매립지 조성 사업은 중단됐다. 또한 2023년 인천시 국정감사에서 유 시장은 “박남춘 전 인천시장이 집권 당시 대체매립지를 조성하는 4자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급한 상황에서 책임 공방만 이어진 채 뚜렷한 결론이나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공동성명에서 ‘3개 시도가 정략적으로 제각각 해석하고 있는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 합의서에 대한 교통정리가 시급하다’며 ‘환경부가 중재·조정 역할을 자임하고, 작금의 수도권매립지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천녹색연합 박주희 사무처장은 작년 8월 열린 유정복 인천시장 1년 평가 토론회에서 대체매립지 확보에 대해 “인천시가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힐 때”라며 “강력한 의지와 실행계획을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서울 쓰레기를 서울에 두지 못하고
난지도 매립지가 포화 상태에 이른 후, 서울시는 수도권매립지에 매일 천 톤의 생활쓰레기를 직매립하고 있다. 서울의 쓰레기를 관내에서 책임지지 않고 다른 지자체에 떠넘기는 중인 것이다. 서울의 폐기물을 매립할 곳이 필요해 인천에 광역매립지를 건립한 것이기에, 지속되는 수도권매립지 갈등은 서울만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반영됐다는 방증일 수 있다.
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은 전국에서 두 번째로 생활쓰레기를 많이 내보내는 지역인데, 약 25%의 비중을 차지하는 경기도 다음이다. 동시에 서울은 현재 전국에서 매립 시설이 하나도 없는 유일한 지역이다. 대부분의 지역이 폐기물을 발생지에서 처리하며 경기도 일부 시·군은 수도권매립지가 있음에도 관할구역에 매립을 진행하지만, 서울은 관외 수도권매립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매립지는커녕 중간 처리 시설 건립에도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2026년부터 수도권에 생활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쓰레기의 중간 처리가 필요해졌다. 현 상황에서 가장 보편적인 중간 처리 방식은 쓰레기 소각 및 에너지 회수다. 이에 서울시는 기존 4곳의 자원회수시설 가동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 마포구 상암동에 추가 소각장을 건립하기로 작년 8월 결정했다. 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서울 전역 6만여 개소 중 압축한 후보지 5개소에 대해 입지, 사회, 환경, 기술, 경제의 5개 분야를 28개 항목으로 평가한 결과,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마포구는 선정 발표부터 지금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월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마포구는 서울시의 쓰레기장이 아니며 마포구민만의 반복된 희생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고, “이미 소각장과 열병합 발전소 등 다수의 기피 시설이 있는 마포구가 소각장 추가 설치지역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서울시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서도 추가 소각장 건립은 뜨거운 화두였다. 해당 부지가 위치한 마포을 지역구에 출마한 세 명의 후보는 모두 추가 소각장 건립 백지화 공약을 제시했다. 녹색정의당 장혜영 후보는 〈일다〉와의 인터뷰에서 ‘소각장 건립을 막는 일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배경에는 기후위기라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며 매립이 안 되면 바로 소각을 택하는 근시안적인 폐기물 관리 방식을 비판했다.
상대적으로 땅값이 싸고 개발이 덜 된 지역에 쓰레기 처리시설이 집중되면서 수도권 안에서 밖으로 폐기물을 반출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말부터 시행될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에는 ‘관할 구역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을 관할 구역 내 폐기물처리시설 또는 관할 구역을 대상 지역으로 하는 광역 폐기물처리시설에서 처리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 명시됐다. 다만 관할 구역 외로 생활폐기물을 반출해 처리할 경우 반입 지역이 반출 지역에 반입협력금을 징수할 수 있게 됐다. 배재근 교수는 “반출 처리를 유도하기보다는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그 지역에서 처리하라는 취지의 법 개정이기에 상징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매립 제로’에 수렴하려면
관련 구성원 모두가 합의하는 장소에 대체매립지가 기적적으로 확보돼 그곳에 쓰레기를 묻기만 한다면 문제는 해결될까? 대체매립지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재의 폐기물 처리 방식의 본질적 문제를 지적하며 매립 자체를 줄이자는 주장 또한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매립은 폐기물의 최종 처분 수단이다. 폐기물 처리의 우선순위는 발생 억제-재사용-물질 재활용-소각 등을 통한 에너지 회수-매립이다. 그러나 현재 폐기물의 최후 처분 방식인 매립이 자연의 관점에서도 최종적인 조치인 것은 아니다. 인천시와 국립민속박물관이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매립은 ‘침출수와 매립가스 등 또 다른 형태의 폐기물로의 전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침출수와 매립가스 등의 오염물질은 악취를 일으키고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매립이 폐기물 처리의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매립 종료 후에도 침출수와 매립가스는 20년 이상 발생하기 때문에 2000년에 매립이 종료된 제1매립장에서도 아직까지 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수도권매립지에서는 하루 평균 4,400톤의 침출수가 발생하고, 이는 2주간 정화된 뒤 서해로 방류되고 있다. 매립가스는 발전시설에서 전기 생산에 이용되고 있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해 수익을 얻는다.
과거 폐기물을 처리 없이 쌓아 올리는 방식의 비위생 단순매립에서 벗어나 위생매립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사용이 종료된 후에도 안에 매립된 쓰레기가 썩으면서 불균등 침하가 계속되기 때문에 부지를 활용하려면 여전히 긴 안정화 기간을 거쳐야 한다. 1993년에 사용이 종료된 난지도도 아직 환경오염 방지 및 사면 불안정 해결을 위한 안정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땅을 파고 쓰레기를 넣는다고 폐기물 처리가 끝나진 않는 것이다.
이러한 매립의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종량제 생활쓰레기의 직매립을 금지하는 법안이 수도권은 2026년부터, 그 외의 지역은 2030년부터 시행된다. 물론 직매립이 금지된다고 해서 모든 매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배재근 교수는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소각이 불가능한 무기성 폐기물 등의 매립은 불가피하기에 매립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종량제 생활쓰레기를 직매립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처리 후의 폐기물이나 무기성 폐기물만 매립하면 매립지로 인한 환경영향을 경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직매립 금지라는 대책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직매립 금지 법안과 관련한 성명에서 매립량 감소에 기대를 보이면서도 ‘이번 대책은 지자체별 소각시설 설치 계획만 있고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대로는 쓰레기가 매립장에서 소각장으로 이동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고 비판했다. 쓰레기가 소각장으로 이동하면 오히려 더 많은 탄소가 발생해 탄소중립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한 직매립 종료 시기까지 소각장을 필요한 만큼 설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직매립이 금지되는 시점에서 성공적으로 쓰레기 처리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성명에서 ‘직매립 금지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폐기물 원천감량’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생활폐기물의 약 30%를 차지하는 포장폐기물의 감량 ▲다회용기로의 전환 ▲재활용이 용이한 단일 재질로의 개선을 통한 고품질 재활용품 생산 ▲제품 생산 시 재생 원료 의무 사용 등의 방안을 통해 폐기물 발생량 자체를 줄이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각장 추가 건립에 반대하는 마포구의 대안 또한 ‘전처리시설 확충을 통한 소각·매립 대상 폐기물 감소’다. 전처리시설은 생활폐기물을 소각·매립하기 전에 종량제 생활쓰레기에서 재활용 가능한 자원을 분리하는 시설이다.
해외 OECD 국가들은 매립과 소각에 치중해 왔던 그동안의 정책 방향을 수정해 자원순환형 폐기물관리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현재 70여 개의 소각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나, 더 이상 추가 건립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폐기물을 최종 처분하기 전 기계적 분리, 선별 및 처리를 거쳐 재활용 가치가 있는 물질과 잠재 에너지를 최대한 회수하는 MBT(Mechanical Biological Treatment) 시스템과 같은 방법을 통해 폐기물처리시설의 다변화와 매립폐기물 감량을 시도하고 있다.
2025년 사용이 종료되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를 대체할 곳이 시급하게 필요하지만, 매립지를 건립하겠다고 나서는 지역이 없는 상황이다. 매년 우리나라는 생활쓰레기의 10% 이상을 꾸준히 땅에 묻고 있다.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문전에 가져다 놓으면 쓰레기는 바쁜 일상에 묻혀 더 이상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많은 쓰레기는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주로 서울이 아닌 어딘가로 옮겨지고, 묻힌다. 그렇기에 그들의 행방을 묻는다. 우리의 쓰레기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쓰레기는 꼭 땅에 묻혀야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