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예상과 다른 벚꽃 개화 시기에 많은 지역에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진행됐다. 개화 시기 변화를 고려해 올해는 많은 지자체에서 벚꽃축제 시기를 예년보다 빠르게 잡았으나, 꽃샘추위와 강우가 찾아온 올봄에는 다시 봄꽃 개화 시기가 미뤄져 혼란이 거듭됐다. 이렇게 벚꽃 개화 시기가 계속해서 변동하는 현재, 올해 벚꽃축제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 현장을 찾았다.

2023년, 열두 달 중 여덟 달의 월 최고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3월에는 꽃샘추위가 찾아오는 전통적인 한국의 3월과 달리 높아진 기온으로 봄꽃이 빠르게 개화하고 낙화하면서 많은 지자체가 벚꽃이 이미 다 져 버린 후에야 벚꽃축제를 진행하는 곤욕을 겪었다. 이에 2024년에는 많은 지자체 및 벚꽃축제위원회에서 지난해를 기준으로 삼아 앞당겨질 개화 시기에 맞춰 벚꽃축제를 기획했으나, 예상하지 못한 꽃샘추위와 잦은 강우로 개화 시기가 다시 늦춰지며 전국의 벚꽃축제는 여러 혼란을 경험했다.


올해 초 많은 지자체 및 벚꽃축제위원회는 예년과는 달리 다시 찾아온 꽃샘추위로 미뤄진 벚꽃 개화 시기에 맞춰 벚꽃축제 시기를 연기해야만 했다. 여주흥천남한강벚꽃축제는 3월 29일에서 31일까지로 예정돼 있었던 기존 일정 기준 축제 나흘 전인 3월 25일, 축제 시기를 4월 5일에서 7일까지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벚꽃축제 초청 공연진이 주로 지역 내 문화관광재단과 공무원밴드 등이었던 여주흥천남한강벚꽃축제는 공연진과의 일정 조정이 가능했고, 개화 시기에 맞춰 차질 없이 축제를 진행할 수 있었다. 축제 방문객들은 미뤄진 축제 일정에 맞춰 나들이 일정을 변경해야 했지만, 그래도 만개한 벚꽃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감상을 나눴다.


한편 축제에서 각종 부스와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행사 운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한 푸드트럭 운영자는 푸드트럭 운영에 필요한 식재료 구매 등 행사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고 특히 봄꽃 축제 시즌에는 타 지역의 벚꽃축제 등 앞뒤로 여러 행사가 잡혀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은데, 축제 일정이 변동되면서 해당 축제뿐 아니라 전체적인 푸드트럭 운영 일정에 혼선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축제 일정을 변경할 수 있었던 지자체들은 그나마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 몇몇 벚꽃축제는 축제 일정을 변경할 수 없었고, 작년처럼 또 벚꽃 없는 벚꽃축제를 열어야 했다.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3월 27일 개막해 31일까지 닷새간 진행됐으나, 벚꽃이 아직 피지 않아 일부 시민들이 “괜히 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송파구는 “2월 무렵 축제 시기를 확정하고 가수 공연, 체험 공간, 플리마켓 등 각종 행사를 준비하기 때문에 날짜를 다시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등포여의도봄꽃축제는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라는 기존의 벚꽃축제 일정을 변경하지 않았고, 결국 축제 마지막 날인 4월 2일까지 벚꽃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축제운영위원회는 교통통제 기간을 기존 4월 4일까지에서 축제 다음 주 주말이 포함된 4월 8일까지로 연장했는데, 축제가 끝난 후에야 벚꽃이 만발하는 바람에 오히려 축제 기간보다 축제가 끝난 후에 교통통제 구간을 통해 벚꽃 구경을 즐기는 시민들이 더 많이 모였다.

고창벚꽃축제는 벚꽃축제 공연진과의 계약 문제 등으로 행사 일정을 조정할 수 없어 기존의 계획대로 운영됐다. 지난 3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고창벚꽃축제는 행사 진행을 위해 전야제와 개막식 공연진으로 트로트가수 나상도, 가수 로이킴과 펀치를 초청하는 등 수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으나 이들 공연진과의 공연 일정 조정이 어려워 벚꽃이 피지 않은 채 축제를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 푸드트럭 상인 등은 축제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날씨가 풀리지 않았고 벚꽃도 개화하지 않아 방문객의 수가 적었고, 예상보다 적은 방문객 수에 준비한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는 등 행사 진행에 차질을 겪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몇몇 지역은 벚꽃축제를 연장하거나, 아예 벚꽃축제를 한 번 더 개최하기도 했다. 안동시는 3월 27일부터 31일까지 진행 예정이던 안동벚꽃축제를 4월 7일까지 일주일 연장하기로 결정했고, 위기를 기회 삼아 벚꽃축제의 규모를 작년보다 키워 다양한 프로그램과 컨텐츠로 축제의 위상을 높였다. 올해 처음 개최된 제1회 영랑호 벚꽃축제는 기존에 계획한 축제 시기에 벚꽃이 개화하지 않자 축제를 바로 다음 주에 한 번 더 개최하는 동시에 재미있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 축제를 홍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2차 축제는 개화 시기 불안정 문제가 축제 일정에 영향을 미친 점을 고려해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전시와 리사이클링 체험 부스 등 친환경 행사로 주제를 정했고, 그 결과 1차 기간 9천 7백여 명이 방문한 것과 비교해 세 배가 넘는 3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2차 기간에 영랑호 벚꽃축제를 방문하는 성과를 거뒀다.
봄꽃 축제는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봄을 맞이해 즐기는 행사인 동시에, 지역 차원에서는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들의 지출을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해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개화 시기 예측에 실패하면서 지역 벚꽃축제의 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비단 벚꽃축제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1월 진행된 화천 산천어 축제는 이상고온현상으로 인해 개막을 두 차례 연기했을 뿐 아니라 개막 후에도 안전 문제로 얼음 낚시터를 휴장했고, 안동의 얼음 축제는 얼음이 충분히 얼지 않아 아예 축제가 취소됐다. 기후위기로 인해 작물 재배 지역 및 어종 서식 지역 등이 전반적으로 북상하면서 지역의 전통적 특산물 산출량 및 질에도 변화가 생기는 등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각 지역의 고유한 지역축제에 크고 작은 문제가 속속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기후위기는 각종 지역축제 개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지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관광 수입의 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힌다. 기후위기로 인한 축제 시기 예측 실패와 지역 축제 운영 혼란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축제 내용 및 형식을 변화시키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을 넘어 장기적, 또 거시적으로 기후위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공동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시민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