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또 ‘나락’에 떨어진다. 어제는 유튜버, 오늘은 연예인. 내일은 또 누굴까. 이제는 상투적일 정도로 익숙해진 구도에서, 늘 부각되는 건 떨어지는 당사자지만 그 이면엔 나락 보내기에 개입하는 수많은 브로커들이 있다. 속삭임이었던 목소리를 끝없이 증폭하는 존재들. 이들에 의해 팽창한 여론은 순식간에 한 사람을 절벽 끝에서 밀어낸다. 기성 언론부터 새로운 미디어까지, 나락 보내기에 일조하는 매개자들에 눈길을 돌려볼 때가 됐다.
불명확한 사건들과 달려드는 반장들
지난 5월 말 강형욱이라는 이름이 인터넷에 수시로 오르내렸다. 보듬컴퍼니 강형욱 전 대표는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개 훈련사다. 강 훈련사는 반려견이 겪는 문제에 정확하게 접근하고, 반려견과 교감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으로 ‘개통령’이라고 불리며 전문적인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러나 보듬컴퍼니 퇴사자가 올린 회사 리뷰를 시작으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기업 정보 서비스 포털인 잡플래닛에 게재된 해당 리뷰는 강형욱 훈련사 개인의 행실과 회사 운영에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5월 18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지에서 해당 리뷰를 주목하는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관심은 빠르게 확산됐고 점차 각종 언론들이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그리고 5월 20일 〈JTBC〉의 인기 시사 보도 프로그램 《사건반장》이 이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강형욱 폭언·갑질 입 연 직원들, 전 직원들 개만도 못한 취급’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사건반장》은 제보자들을 취재해 강형욱 훈련사가 ▲CCTV를 통한 과도한 직원 감시 ▲직원들의 메신저 감시 및 검열 ▲직원 간 갈등 조장 및 폭언 ▲야근 수당 미지급 및 초과근로 강요 등의 논란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이후 다른 언론들은 해당 보도를 재생산했고 《사건반장》의 방송 이미지를 캡처한 글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떠돌았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논란의 순환 속에서, 강형욱 훈련사의 이미지는 단숨에 곤두박질쳤다. 강 훈련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과 SNS 계정에는 해명을 요구하는 댓글들이 빗발쳤고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운 추가 폭로들이 댓글로 이어지기도 했다.
여론이 반전된 건 5월 24일이었다. 강형욱 훈련사는 언론사를 통하지 않고 본인 유튜브 채널에 직접 해명 영상을 올렸다. 1시간가량의 영상에서 강 훈련사는 아내인 보듬컴퍼니 수잔 예희 엘더 이사와 함께 논란들을 반박했다. 가해자로 몰리던 강 훈련사는 순식간에 무고한 피해자의 구도에 놓였다. 물론 그렇게 역전된 구도 역시 정확한 진실은 아니다. 강 훈련사가 영상에서 모든 진상을 해명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폭언에 관한 주장은 여전히 공방 중이고, 메신저 감시 논란은 고발 조치가 돼 수사에 들어갔다.
문제는 구도를 형성하는 여론의 변화다. 초기 언론 보도에서 강형욱 훈련사의 반론권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지난 6월 신문윤리위원회(윤리위)는 5월 19일과 20일에 강 훈련사의 의혹을 다룬 기사들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윤리위는 주의를 받은 9개 기사 모두 “강형욱 측에 대한 일방적 비난을 전하면서”도 “당사자인 강형욱과 보듬컴퍼니 측 해명이나 반응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가장 큰 파급력을 행사했던 《사건반장》 역시 비판의 소지가 있었다. 방송 초기에 《사건반장》은 중립을 지키려 했다. 논란을 의혹이라고 표현했으며 제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려 했고, 강형욱 훈련사 측에 연락도 시도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자 양원보 앵커는 강 훈련사 측의 침묵이 의심스럽다는 어조로 압박했다. 5월 22일 방송에서는 “입장 표명이 늦어질수록 ‘중립 기어’는 헐거워진다”고 운을 떼며 유죄 추정의 의혹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이렇게 강 훈련사 측의 반론이 실리지 않은 언론 보도 속에서, 논란의 내용이 곧 진상으로 여겨지는 오해만이 확산됐다.

강형욱 훈련사 측의 해명이 발표된 이후, 언론은 이를 받아쓰며 보도를 이어갔다. 하지만 강 훈련사 측과 전 직원들 사이에 있었던 갈등이 어느 정도까지 사실이고, 그 사실이 어떤 공방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지를 다룬 후속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강 훈련사에게 뜨겁게 빗발치던 관심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실제로 논란이 보도된 5월 말과 6월 초 사이 ‘강형욱’을 키워드로 한 기사량과 검색량은 폭발적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현저히 줄어들었다. 진실을 확인하려는 움직임은 미비했고, 이 과정에서 ‘나락’에 가든 ‘극락’에 있든 당사자의 목소리와 상황은 여전히 소외됐다.
결국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여론의 인파 속에서, 누군가는 나락과 극락 사이에 온전히 설 곳을 잃어버린다. 강형욱 훈련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러한 여론의 확성기로서 주요하게 기능하는 것은 언론 매체와 소셜미디어다. 두 축 사이에선 긴밀한 공조 작업이 이뤄진다.
되먹임(feedback)의 악순환
나락의 구도에서 언론 매체가 문제가 되는 건, 여전히 언론이 힘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전령 역할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질 의제를 설정한다. 우리는 언론이 구성한 정보의 틀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다.
언론학자 맥스웰 맥콤스는 저서 『아젠다 세팅』(2021)에서 ‘매스컴의 의제 설정 효과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을 넘어서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대중 매체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할지와 관련해 매체 수용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언론이 무엇을 주목하고 어떻게 보도하는지에는 큰 책임이 뒤따른다.
의제 설정의 방향이 일방적으로 매체에서 수용자로 흐르기만 하는 건 아니다. 매체끼리 상호 발휘되는 영향력도 있다. 한 매체에서 주요하게 다룬 사항을 다른 매체에서도 반영하는 것이다. 맥콤스의 예를 빌리자면 〈뉴욕 타임스〉 1면에 실린 기사를 다른 언론들이 모방해 보도하는 게 이에 해당한다. 맥콤스는 ‘그날 벌어진 사건의 뉴스로서의 가치에 관한 자신의 판단이 맞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호적인 영향력이 자연스레 일어나지만, 이 때문에 ‘여러 뉴스 의제가 심하게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고도 덧붙였다.
여기서 매체는 비단 언론 매체뿐 아니라 더 다양하고 넓은 형태까지 아우른다. 인터넷 지형이 발달한 오늘날엔 소셜미디어 역시 매체끼리 서로 영향을 주는 현상에 참여한다. 전북대 최지은 석사과정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은 논문 「사이버렉카와 언론사 보도간 확산 네트워크 분석」(2022)에서 ‘게시판, 웹사이트 등에서 수용자가 직접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셜미디어 또한 대중 매체에서 보도되는 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정까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언론 매체가 소셜미디어에 영향을 받아 그 내용을 기사로 작성하는 일은 이미 수차례 비판받은 바 있다. 정치인이나 공인, 유명인의 SNS에 게시된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이나 ‘커뮤니티 베껴 쓰기’ 기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명대 정은령 부교수(저널리즘 대학원)는 “언론은 사람들이 관심 가지는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므로 사람들의 여론이 온라인에서 확인된다면 이를 보도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언론이 “사실 확인이라는 고단한 작업 대신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는 사안들을 쉽게 보도하는 선택을 하진 않는지”를 유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언론 환경이 온라인으로 변하면서 제한된 시간 안에 다량의 기사를 써야 하는 기자들이 독자적인 취재 없이 소셜미디어에서 공유되는 정보를 기사로 찍어내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은령 부교수는 이 과정에서 “맥락 확인이 필요한 사실들에 대해 피상적인 보도를 함으로써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하는 데 일조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그 예로 많은 보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표현을 무책임하게 사용하는 상황을 제시했다. 이러한 기사들은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듯한 자세를 취하지만, 단편적인 정보만을 되풀이해 도리어 편견이나 오해의 확산에 일조하기도 한다.
반대로 소셜미디어가 언론 매체를 재인용하기도 한다. 언론에 보도됐단 건 곧 사실이 검증됐음을 의미하는 듯하므로,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가 돼주는 셈이다. 정은령 부교수는 이러한 언론 매체와 소셜미디어 사이의 상호의존 과정에서 허위정보가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에서 극단적 주장이 대두되면 공론장에서 이 주장이 소개되고, 이를 언론이 보도하면 극단적 소셜미디어가 재인용한다. 순환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매개한다. 이 과정에 누군가를 손쉽게 나락으로 떨어뜨릴 허위정보가 뒤섞인다면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이 위험해진다. 악순환의 고리다.
언론의 자기파괴적 비즈니스 모델
언론 매체가 이런 폐해를 답습하는 건 그 수익 구조와 연관이 깊다. 언론 역시 기업체며, 일정한 품질의 기사를 생산하기 위해서 수익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여론 형성과 언론 소비의 대부분이 인터넷 환경에서 이뤄지므로 언론이 인터넷을 무시하긴 어렵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으로 언론을 접하는 이들의 비율은 90.5%에 육박했다. 더 이상 종이 신문 독자의 구독료나 지면 광고비와 같은 전통적 수입원에 의존할 수 없게 된 언론은 변화한 인터넷 지형에 맞춰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찾아야 했다.
한국 인터넷 언론은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에 의존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설문조사에서 인터넷을 통해 언론을 접한다고 답한 언론수용자 중 포털을 경유한다고 답한 비율은 83.3%에 육박했다.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 봐도 한국 언론의 포털 의존성은 두드러진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2」에 따르면 ‘포털과 같은 검색 엔진 및 뉴스 수집 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은 한국이 69%로 2위였다. 그에 반해 언론사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에 직접 접속해서 뉴스를 소비하는 비율은 5%로 46개국 중 최하위였다.

따라서 한국 인터넷 언론은 포털에서 제공하는 전재료나 광고료에 의존한다. 해당 수익은 조회 수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에 언론은 이목을 많이 끄는 기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보도 주제는 점차 가볍고 선정적으로 변질됐으며, 보도 양상 역시 양적 공세에 편중됐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먼저 수익 모델을 변혁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뉴욕타임스〉와 같은 해외 주요지들은 독자 중심형 모델로 운영을 전환하며 구독료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이룩했다. 독자 중심형 모델이란 무작위의 이용자들을 유인하는 방식과 다르게 유료 구독, 후원, 회원제 등 독자와 언론 사이의 적극적인 관계를 수립해 수익을 올리는 방안이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벤치마킹해 2013년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이 프리미엄 콘텐츠를 내세우며 유료화를 시도했지만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JTBC〉 탐사보도팀 송승환 기자는 차이의 원인을 〈뉴욕타임스〉의 경쟁력에서 찾았다. 〈뉴욕타임스〉는 영어 사용자 전반을 소비자층으로 거느려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단 점에서 한국 언론과의 차이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단순히 구매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퍼블리시뉴스와 기술연구소’ 최진순 부소장의 학술저널 「유료 구독 전환율 1%를 넘어라」(2023)에 따르면, 구독자들을 포섭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활동성, 즉 구독자들이 얼마나 기사 페이지에 머물렀고 어떤 페이지로 이동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한국 언론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러한 데이터 축적과 분석이 미미했다.
여전히 포털 중점적인 언론 생태계에서 조회 수를 벌어들이기 위해 기자들은 더 많이, 더 빨리 기사를 발행하도록 압박받는다. 이화여대 김영욱 교수(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외 2인이 20명의 기자를 인터뷰한 보고서 「나는 기자인가? 기레기인가?」(2023)에서 한 기자는 ‘클릭 수로 언론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문화가 일차원적으로 속보 경쟁을 가속화했다’며 ‘속보 경쟁은 사실 확인 프로세스를 무너뜨리다 보니 가짜 뉴스 확산으로 이어졌다’고 토로했다. ‘오보를 내도 조회 수를 얻은 뒤 사과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언론 생태계를 망가뜨린 셈이다.
이러한 조회 수 경쟁은 자연스레 소셜미디어에서 소재를 ‘낚아오도록’ 유도한다. 송승환 기자는 저서 『기레기를 피하는 53가지 방법』(2021)에서, 대부분의 언론사에는 속보만 담당하는 인터넷 뉴스팀이 존재하며, 이 팀에서 소셜미디어상의 화젯거리를 베껴서 기사를 쓰는 데 10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영욱 교수 외 2인의 보고서에서도 한 기자가 ‘아주 자질구레한 사건을, 널리 알려도 되지 않는 기사들을 부풀리고 자극적으로 제목을 뽑아서 사람들이 클릭하게 만드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세태는 언론 신뢰도를 급격히 저하시켰다. 「2023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주요 직업군 신뢰도 조사에서 언론인은 21년도 조사와 비교해 한 계단 떨어졌고, 뉴스 신뢰도 지표 역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언론은 시민들의 신뢰를 기반으로 성립되기 때문에 결국 언론의 근간 자체가 흔들리는 셈이다.
새로운 시대에 따르는 새로운 책임
소셜미디어의 힘이 언론 매체에 버금갈 정도로, 어쩌면 그걸 넘어설 정도로 강력해진 시대다. 때로는 뉴스 기사보다도 인플루언서의 한마디, 유튜브에 올라온 화제의 동영상 하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군 게시글 하나가 더욱 파급력이 큰 경우도 있다. 각종 소셜미디어가 기존에 언론이 해왔던 역할을 대체하면서 그 부작용의 위험도 커졌다. 이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셜미디어 중에서도 특히 언론과 깊이 연관을 맺고 있는 플랫폼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이다. 「2023년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소비하는 이용자 비율은 72.2%였고, 그중 유튜브 이용자 비율이 99.6%로 압도적이었다.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뉴스를 이용했다는 응답 비율은 25.1%로, 2018년 이후로 한 해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상승했다.
사람들은 점차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기성 언론사뿐 아니라, 다양한 시사 채널 등 언론의 역할을 자처하는 정보 생산 주체들이 유튜브에 대거 진출한 상황이다. 정은령 부교수는 “이미 유튜브 콘텐츠만을 소비하며 그게 진실한 언론이라고 믿는 시민들이 있다”며 “법적 정의에 들어맞냐를 떠나 언론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러 유튜브 채널이 이미 특정한 정보를 매개하고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채널들이 영향력을 악의적으로 행사해 부작용이 발생할 때마다 유튜브 역시 언론 심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특히 특정인에 대한 자극적인 허위정보를 유포해 나락으로 보내는 사이버 렉카들의 해악이 대두되며 이런 목소리는 커졌다.
그렇다고 언론의 틀에 유튜브 채널들을 편입하는 건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 까다로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영향력을 책정하기 위해 조회 수나 구독자 수와 같은 양적 기준을 도입한다면, 정보 전달과는 관계가 없지만 규모가 큰 개인 유튜브나 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까지 언론에 포함될 우려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상을 시사 채널만으로 한정한다 해도, 시사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협의하기 어렵다. 또한 이러한 규제가 과도하거나 임의적으로 시행될 때 표현의 자유를 해칠 우려도 존재한다.
이런 한계를 돌파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셜미디어 역시 그 수익 구조를 살펴야 한다. 채널들이 오정보를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매개하는 동기는 앞서 언급한 언론의 구조와 다르지 않다. 이 역시 조회 수 및 수익 창출과 연결된다. 특히 유튜브는 조회 수가 곧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기에, 특정 채널들은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허위정보 유포에 몰두한다.
그러므로 가장 효과적인 건 플랫폼에서 해당 채널의 수익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유럽 연합은 2018년부터 그러한 조치를 적극 강구했다.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는 오정보에 관한 직업 규약을 제정해 페이스북, 구글, X(엑스) 등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일정한 행동들을 촉구했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책무는 오정보를 퍼뜨리는 정보 전달자들에 대한 수익 중지였다. 이는 법안이 아니며, 플랫폼의 자체 관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행동 강령이다. “플랫폼들이 규약을 실천했다는 보고서를 내면 그 보고서를 학계, 언론, 팩트체커 등이 모니터링한다”고 정은령 부교수는 설명한다. 동시에 유럽 연합은 디지털 서비스법을 통해 정보 유통 플랫폼을 규모와 기능에 따라 분류하고, 불법 정보를 적극적으로 막게끔 의무를 명시했다. 법적 규제와 자율적 규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은령 부교수는 “무작정 법안을 제정하는 것보다 실효적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로 불리는 구제역, 카라큘라 등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건 구속과 같은 정부의 조치보다도 유튜브의 수익 중지 조치였다. 유튜브는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에 어긋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을 중지할 수 있다. 이 방식은 그 어떤 것보다도 효과적으로 나락의 구조를 무력화한다.
그러므로 하나의 기관이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기보단,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이미 존재하는 수익 중지 등과 같은 조치를 활성화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플랫폼은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으며, 정부가 나서 적극성을 촉구하고, 실제로 이 움직임이 지켜지는지 외부 시민 사회에서 감시를 이어나가야 한다.
우리 발밑의 싱크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 이곳에 ‘우리’라는 대명사가 성립할 수 있나. 나락에 관여하는 브로커들의 모습을 ‘그들’이라고 선 긋고 마치 우리와 무관한 남의 이야기처럼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역시 그 매개 작업에 동참했을지 모르고, 이미 한 명의 브로커일지 모른다. 결국 언론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것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나락의 여부가 결정된다. 싱크홀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나락의 외피가 아닌, 그 안에 숨은 이해관계의 구조에 주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락에 연루된 언론 매체와 소셜미디어의 수익 구조는 결국 이용자들의 관심에 기생한다. 그러므로 기꺼이 그들에게 관심을 내주는 건 일종의 소비 행위다. 정은령 부교수는 이를 “나의 시간과 나의 감정을 들여 현재의 미디어 구조를 배 불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기꺼이 돈을 바치는 대상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착취하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콘텐츠에 우리의 시간과 감정을 바칠 필요가 없다. 바쳐서는 안 된다. 나락에 관심을 주는 것은, 그 명분이 무엇이 됐든 결국 저열한 호기심을 사고파는 유흥업에 가담하는 소비 행위다.
그리고 그 저열한 호기심은 실존하는 인격체를 해친다. 우리가 보는 화면 너머에는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이 있다. 현상, 구조, 콘텐츠 따위의 낱말로 여과해서 바라보면 나락 끝에 서 있는 당사자는 가끔 평면의 프로필처럼 납작해진다. 그러나 지금 떨어지는 사람은 데이터 조각이 아닌 실제 사람이다. 그 기본적인 사실을 잊는다면, 점점 우리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골다공증을 앓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그 구멍이 나의 발밑까지 육박할지 모를 일이다. 남의 나락이 나의 오락이 되는 사회라면, 언제나 나의 나락 역시 남의 오락이 될 수 있기에. 함께 이 나락의 굴레를 벗어나자. 잘못된 윤회로부터 우리는 열반(涅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