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서울대학교 잔디광장에서 Die-in(다이인)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퍼포먼스에는 중앙 환경동아리 씨알과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등이 참여했다. 다이인 퍼포먼스는 바닥에 일제히 죽은 듯 드러눕는 몸짓을 의미한다. 기후위기로 멸종한 생명들을 표상하는 행위이자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체제를 멈추고자 하는 저항의 의미를 담은 행위다. 행사 진행을 위해 참가 학생들은 동아리소개제가 한창이던 부스들을 돌아다니며 해당 행사에 대한 안내와 양해의 말이 적힌 종이를 배부했다. 오후 3시 30분, 예고했던 대로 행사가 시작됐다.

퍼포먼스에 앞서 이병호(지리 23) 비서공 공동학생대표는 여는 발언을 통해 학내에서 다이인 퍼포먼스를 행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지만, 그 여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며 “노동으로 구획된 불평등한 경계선을 따라 재난은 더욱 가혹하게 다가온다”고 입을 뗐다. 때문에 이번 퍼포먼스는 서울대학교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양의 탄소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사회 속에서 권력을 향해 외치는 기후정의의 요구가 대학이라는 현장, 서울대라는 공간 속에서도 실현돼야 한다”는 취지를 가진다고 발언했다.

개인 참가자인 선아(사회 22) 씨 역시 한성용(국어국문 23) 씨의 대독을 통해 대학이 기후재난과 어떻게 관계하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목소리 냈다. 대학이 진정으로 배움의 공간으로서 기능과 책임을 다하려면 대학 내에서는 “제도권에 포섭된 이들만을 청년으로 제시하는 것은 아닌지 뿐만 아니라, 대학의 구성원을 학생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를 고민해봐야 하며, “대학 바깥의 존재들과 적극적으로 얽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아 씨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탈정치화된 소통 속에서 대학을 다니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체감하고 나면, “기후정의가 부분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하나의 의제가 아니라 가장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전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두의 발언을 마친 후, 사이렌 소리와 함께 1분가량 다이인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그늘 한 점 없는 잔디밭 위에서 참가 학생들은 일제히 드러누워 하늘을 마주했다. 소음 문제를 염려한 듯 작은 볼륨의 사이렌 소리가 한 차례 울리고 죽은 듯 누워있던 학생들은 머잖아 다시 몸을 일으켰다.

퍼포먼스를 마친 학생들은 짧은 기념사진 촬영 후 학내에 기후정의행진 포스터를 붙이기 위해 떠났다. 뙤약볕에 잠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어지러웠던, 이상하리만치 더운 9월의 기온이 지닌 무게를 온몸으로 체감하면서. 그들의 발걸음은 한없이 분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