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 해방을!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지난 5일 서울 보신각 앞,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1년을 앞두고 ‘집단학살 1년 전국집중행동의 날’ 집회가 열린 것이다. 이날 집회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긴급행동)’이 주최했다. 215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고 있는 긴급행동은 지난해 10월부터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집회와 행진, 항의행동을 전개해 왔다.

가자지구 출신 난민 살레 씨는 “1년 동안 수많은 친척과 친지를 잃었다”며 “팔레스타인이 점령당한 이상 계속해서 우리의 권리를 지키고 자유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안지구 출신 키리야 씨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대학을 습격해 기숙사를 파괴한 일을 증언했다. 이어 “군사점령하에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집회를 위해 거리로 나서는 것도, 서로에게 진실을 가르쳐주는 것도, 무력에 맞서 싸우는 것도 모두 저항”이라고 말하며 저항을 위한 실천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모두의 투쟁이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퀴어팔레스타인연대 타리 활동가는 “저항하는 퀴어는 인간다움과 애도를 부정당하는 이들과 함께 싸우는 사람들”이라며 “해방의 연대자가 되기 위해서 도로 위에 함께 서고 행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여성공감 서지원 활동가는 “중증장애여성의 삶을 가두지 말 것을 요청하는 것은 생명을 통제하는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애여성과 팔레스타인 민중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배후에는 국가권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예술을 앞세워 이스라엘의 학살을 은폐하는 ‘문화워싱’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노동해방 마중 남영란 활동가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와 사람에 관하여》(2024) 상영 및 GV(관객과의 대화) 행사를 강행한 일을 규탄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자본의 후원을 받은 해당 영화가 “압제자와 피압제자가 똑같이 분쟁에 책임이 있다는 식의 거짓 전제”를 정당화하는 일종의 프로파간다라는 것이다.

본 집회를 마무리하며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현수막에 연결된 리본에는 생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살해당한 팔레스타인 아기 710명의 이름이 적혔다. 시민들은 을지로와 명동, 청계천 일대를 행진하며 “이스라엘은 지금 당장 집단학살 중단하라!”, “한국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 공급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해 10월 7일에 시작된 이스라엘 가자지구 침공이 1년을 넘겼다. 그 사이 가자지구에서 4만 명 이상이 살해당했고, 전체 인구의 85%가 피란민이 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한 데 이어 이란에 재보복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전쟁이 확대·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대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곳곳의 시민들은 공포와 억압에 맞서는 해방의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