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

강남역 일대에서 907 기후정의행진 열려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참가자들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참가자들

  지난 7일, 강남역 일대에서 907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행사는 기후재난 당사자들의 발언과 선언문 낭독, 참가자들의 행진으로 진행됐다. 이날 발언자로 나온 가덕도 신공항반대시민행동 김현욱 활동가는 “지난해 연말 기어이 2029년 12월 개항을 목표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 기본계획이 확정 고시됐다”며 “공항을 짓겠다는 선언은 자연을 파괴하는 국가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가덕도를 비롯해 공항 건설 예정지로 꼽히는 제주 성산읍, 새만금, 백령도는 모두 높은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은 곳들이다. 그러나 녹색성장이란 이름 아래 성장한 토건 산업은 계속해서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뒤이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발전노동자의 총고용을 보전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했고, 돼지 농가에서 구조된 돼지 ‘새벽이’를 돌보는 새벽이 생추어리 혜리 활동가는 “비인간 존재들을 배제하지 않는 전환”을 외쳤다.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참가자들

  이번 907 기후정의행진은 취약한 자에게 더 많이 전가되는 기후재난의 현실과 노동자와 시민을 배제한 부정의한 전환을 고발했다. 또한 이윤만을 중시하는 생태파괴와 난개발, 동물을 착취하고 상품화하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 생명을 앗아가고 다량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무기 수출과 전쟁, 핵발전소 신규건설에 반대하며 국가와 기업의 책임감 있는 행동과 시민들의 연대를 요청했다.

  참가자들은 “불평등이 재난이다”, “존엄한 삶 보장하라”와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 “동물 착취를 종식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거점 장소로 지정된 역삼역 구글코리아와 선릉역 쿠팡 로켓연구소에 멈춰 기업의 무책임한 행보를 규탄하기도 했다. 행사 중간엔 사라져간 생명을 애도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세계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아 바닥에 드러눕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이렌이 울리는 3분 동안 참가자들은 강남대로 변에 누워 눈을 감았다.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참가자들

  올해 처음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다고 밝힌 엄지나(사회 24) 씨는 “여성, 노동자, 농민, 청소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기후위기가 약자들에게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며, “다양한 단체와 수많은 사람이 모여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참가자들

  이번 기후정의행진의 슬로건은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다. 오늘날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2도 상승했다. 화석연료에 의존한 인간의 경제활동은 자연적으로 흡수 불가능할 정도의 많은 탄소를 배출했고, 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돼 우리에게 돌아왔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위계는 기후위기의 피해를 결코 모두에게 같은 몫으로 분배하지 않는다. 지난 29일, 헌법재판소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현 정부의 행태가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임을 지적했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이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기후만 바꿀 수는 없다. 현실의 제도와 실천이 함께 가야만, 세상을 바꿔야만 우리의 미래 역시 존재한다는 외침이 대로변을 메웠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마르크스 경제학 개설 중단 규탄한다” 정치경제철학 특별포럼에서 학생들 피켓 시위

Next Post

거리인터뷰